[해외기고] 윌리엄 왓츠 포토맥 어소시에이트 회장 14개월의 숨막히는 협상 끝에 지난 2일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FTA 이후 달라질 한국경제의 미래, 동북아 지역경제의 변화 등을 분석·전망한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글을 차례로 싣는다. <편집자>
윌리엄 왓츠 포토맥 어소시에이트 회장
막판 타협과 쟁점을 좁히려는 숨 가쁜 노력으로 지칠 때로 지친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협상단은 KORUS FTA 협정을 타결하는데 성공했다. 한미 FTA 협정은 1992년 캐나다 및 미국과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미국이 체결하는 가장 중요한 자유무역협정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모두 즉시 타결을 환영했다. 14개월이라는 긴 기간동안 (그리고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치고, 격한 감정이 드러났던 과정에서) 협상을 이끌었던 양국 수석대표들은 노력 끝에 이룬 타결에 대해 진정한 '윈-윈 협상'이라고 높은 점수를 주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한미 FTA에 관해 “강력하고” 포괄적이며 “우선관심품목과 민감품목” 양쪽 모두에 이례적으로 관심을 부여한 균형 잡힌 협정이라고 특징지었다. 긴 협상 과정 내내 “최상의 독창성과 솔직함”이 발휘되면서, 때때로 성공적인 타결이 어려울 것 같았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타결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이번 타결은 “국내에서의 치열한 반대와 압력”에 맞서 모든 협상 대표단이 불굴의 정신과 체력으로 이뤄낸 것이다.
최종 협정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종 협정문이 나오면 먼저 양국의 이해 관계자들이 세밀하게 검토해야 하며, 법률 전문가들의 마무리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협정의 핵심적인 부분들은 협상이 타결된 직후 서울에서의 협정 결과 발표에서 대략적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취해야할 가장 중요한 이행 의무 가운데 일부는 다음과 같다.
-FTA 발효 3년내에 94% 상품의 관세의 철폐되며, 교역 상품에 대한 모든 관세는 그 이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 수입차에 대한 제한을 실질적으로 완화한다. (이 문제는 접점을 찾기가 특히 어려웠던 분야였으며, 미국 자동차산업 대표들에 의해서 신중히 검토될 것이다.)
- 한국의 쌀농사 농민들의 격렬한 반대와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에 직면한 가운데 쌀에 대한 어떠한 “협상”도 전체 협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해서 쌀은 협정에서 제외되었다.
-협상의 최종 라운드에서 보여준 “독창성”의 한 예는 ‘계절관세’에 근거해 특정한 (오렌지와 기타) 과일류에 대한 관세 인하에서 타협을 가능하게 한 특별한 조항들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계절관세’는 양국의 재배 시기가 서로 다른 것을 감안한 타협으로, (절묘하게)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다.
-쇠고기는 협상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 의회는 FTA의 최종적인 비준을 위해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한국 측에 명확히 했다. (이 문제는 현재 미국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국제 검역기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게 특별히 중요한 관심사인 몇몇의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 전반적으로 “전례없는” 진전이 이루어졌다.
-직물과 의류에 대한 관세가 상당한 폭으로 인하됐다.
-양측은 노동법과 환경보호 문제에 대해 다룰 것에 합의했다.
- 양측은 또한 무역분쟁해결기구 설립에 합의했으며, 어떠한 조사나 규명에 앞서서 먼저 협의를 할 것에 합의했다.
-처음부터 미국 협상단은 협정에 북한 개성공단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 미국 의회가 강력히 반대한다는 점을 한국 협상단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개성’이라는 지명은 FTA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에 양측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이 위원회는 어떠한 새로운 합의도 각국의 입법부에 제출되어야 한다는 양해 하에 이 문제를 검토할 것이다.
협상이 보여준 “독창성”의 또 다른 사례
이것은 민감한 쟁점들을 놓고 벌인 이번 협상이 보여준 “독창성”의 또 다른 사례이다.
4월1일 타결된 한미 FTA는 분기점이 되는 성과로 보인다. FTA 협상이 2006년 2월에 시작됐을 때, 많은 정통한 관측자들은 이 협정이 의회에서 부시 대통령의 신속협상권(TPA)이 만료되는 시한에 맞춰 타결이 될 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패스트 트랙’으로 더 잘 알려진 이 권한은 무역협정이 의회에 제출되었을 때, 의회는 가부(可否) 표결만으로 처리하며 어떠한 수정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의회에 협정의 승인을 통보하는 부시 대통령의 서한은 겨우 시한을 맞출 수 있었다. 양국 협상팀의 엄청난 헌신과 합의가 어려워 보이던 사안들에 대해 접점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이 협정은 결코 타결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 남았는데, 협정을 법으로 제정할 미국 의회와 한국 국회의 비준이 그것이다. 그 전망은 결코 확실하지 않다.
미국 법에 의해서 협정은 이제 90일간의 검토 과정에 들어갔다. TPA 시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6월 말까지 체결이 완료 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그때까지 사이에 청문회가 열리고 이해당사자들은 협정 체결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사를 밝힐 기회를 갖게 된다.
첨예한 반대가 있을 것은 확실하다. 자동차, 의약 등 일부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해가 공정하게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모든 단어와 인용부호까지 철저하게 검토할 것이다. 협정에서 일단 옆으로 비켜난 쇠고기 문제는 미 의회의 주요 의원들이 미국 쇠고기의 한국시장 접근이 보장될 때까지 협정 비준에 반대 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쟁점으로 전면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최종 비준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이끄는 미 무역대표부(USTR) 협상단은 수전 수워브 대표의 지휘 아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의회의 회의적인 의원들 그리고 무역과 기타 관련 단체의 대표들에게 이번 협정이 체결 당사자들 뿐 아니라 양국 경제 전반 그리고 전체 국민들의 일반적인 이해를 위한 최선의 선택임을 설득시켜야 하는 막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것은 그다지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있다. 이 협정에 따른 경제적 이득에 대한 예측이 다양하게 나오는 가운에, 양국의 교역 규모가 최대 790억 달러까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양국 개인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으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 많은 상품의 가격들이 하락할 것이며 양국의 시장에는 새로운 상품들이 선을 보일 것이다. 한국인과 미국인들은 모두 쇼핑에서 더 폭넓은 그리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손해를 입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회는 다른 누구에게는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FTA에 치러야 할 대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패자가 될 그룹의 목소리는 크고 분명하게 경청될 것이다. 협정이 확실히 비준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반대 입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협정의 경제적 이득 양국 관계 재확인 시켜 줄 것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 협정은 한미 관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는 시기에 타결된 것이다. 협정이 가져다 줄 경제적 이득은 양국 관계를 재확인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자주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한국내 미국정책 비판자들에게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했던 김정일 정권의 핵야심을 저지하기 위한 북한과의 협상은 이제 중대한 전환점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긍정적인 결과가 보인다는 희망도 있지만, 역사와 과거 경험은 신중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주한미군 일부 재배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오랜 동맹인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의 성격을 둘러싼 우려를 제기했다. 막강한 그러나 종종 불균형적인 양국 관계의 주요한 변수가 되어온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은 언제나 고려해야할 요인이다.
이 가변적이고 복합적인 변수들에 폭넓은 범위에서 높은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FTA가 추가된다는 것은 큰 이득을 예고하는 것이다. 양국 관계를 떠받치는 정치-경제-안보에서 삼각관계는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협정 타결 뒤 한국에서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10% 포인트 급상승했다) 이 협정을 발효시키지 못한다면 양국과 국민들의 관계에서의 손실이며, 위험스러운 후퇴를 의미한다.
한미관계 새로운 차원 격상
게다가 한미 FTA는 다른 협정에서 선례로 삼을 수 있는 높은 기준을 제시하는 본보기적인 협정이 될 수도 있다. 한미 양국이 보여준 진정한 의지로, 더욱 충실해진 협정의 내용들은 이전 다른 나라들과의 협정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또한 다른 양자 협상들을 추진하거나 아니면 재추진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예를 들면 중단된 일본과의 FTA 협상을 재활성화 시킬 수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 협정은 법률로 제정이 되면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시킬 것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한국이 동북아 및 그 이외의 지역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영향력 있는 역할을 맡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는 지역내에서 그리고 전세계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높일 것이다. 미국에게는 한국에 대한 공약과 전시 동맹으로 한국과 함께 흘렸던 피와 소중한 희생들이 평화시대에 한층 강력해진 협력관계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윌리엄 왓츠씨는 1958년부터 1960년까지 미 국무부 외교관으로 한국에서 근무했으며 포토맥 어소시에이트(Potomac Associates)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포토맥 어소시에이트는 국제무역, 해외투자 등에 대한 경제적·법적 자문을 해주는 4개 독립법인의 컨소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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