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의 시대착오성
                               새정치연대 대표  장 기 표(張琪杓)

지금 나라사정이 대단히 어렵다.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노무현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사이비 진보성을 그 주된 요인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은 걸핏하면 평등과 분배를 강조하고 부자들을 공격한다. 이에 돈이 많은 사람들이 투자와 생산을 기피하는 것은 물론 소비마저 줄이고 심지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까지 해서 경제가 더욱더 어려워지고 사회 또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러한 노무현 정권의 사회주의 지향적 성격을 대표할 만한 정책이 바로 고교평준화정책인데, 이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반진보적인가를 지적하고자 한다.  

본래 고교평준화는 입시부담과 사교육비부담을 줄이고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오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도입 후 상당기간 효과를 보았으나 지금은 이런 효과가 거의 없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 바 진보세력이 이 제도의 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빈부의 차이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사회주의의 핵심가치인 평등이념을 구현하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부자와 서민의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 같은 반에서 공부를 하게 하는 것이 평등이념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 특정지역에 모여 일류 고등학교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자녀들을 비평준화지역 고등학교로 진학시키고 있으며, 평준화지역에선 과외수업이 더 극성을 부리는 실정이다. 결국 일류대학을 나오고 경쟁에서 이겨야 잘 사는 사회가 유지되는 한 일류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이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입학 때까지 치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입시지옥은 계속되고 엄청난 사교육비부담과 함께 공교육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고교평준화에도 불구하고 소득에 따른 성적의 차이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이 여러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다. 요즘은 빈부의 차이에 따른 교육의 차이가 빈부의 세습까지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입시지옥과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입시제도를 수도 없이 바꾸었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하거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풍토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시지옥과 사교육비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거나 경쟁에서 지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즉 국민의 기본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하고 그 성과를 자기 혼자만 갖게 할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나누어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진정으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다면 실효성도 없는 고교평준화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근본적으로 공부를 잘못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굳이 이념적으로 따지자면 사회주의를 지향할 것이 아니라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식과 정보와 기술이 사회적 생산력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확보에 더없이 중요한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교육이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통해 지식과 정보와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역행하는 고교평준화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임을 통찰해야 한다. 그래서 지식정보화사회에서의 교육은 능력있는 사람이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해서 세계적인 지식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하고 그 성과를 개인의 영달에만 이용되지 아니하고 사회의 발전과 국민 전체의 복지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

실제로 평등과 평준화를 달성하는 것도 아니면서 개인의 능력발휘를 억제하고 국가발전까지 저해해서 나라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우리사회가 어려움에 빠지면 서민을 위한 평준화정책이 결국 서민을 더 어렵게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고교평준화는 어느 면으로 보나 실익은 없으면서 국가적으로나 국민적으로 피해만을 가져오는데도 자칭 진보세력이 고교평준화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 이념에서 아직도 탈피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진정으로 서민대중을 위한 정책을 펴려면 시대착오적인 사이비 진보에서 탈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