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무현 정권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흔히 노 대통령 때문에 나라살림이 어지럽고 파탄났다고 하지만 '어지럽'과 '파탄'이라는 살벌한 언어를 써야할 만큼 나라경제는 절망적이지 않다.

작년 한 해 주가는 큰 폭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다주었다. "경제가 어렵다"는 서민들의 얘기 역시 그들의 언어적 습관에 의해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 '체감경제'는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풀리고 있다. 물론 국내의 주가상승은 세계 증시의 치솟는 상승에 탄력받은 측면이 있지만 추세에 민첩하게 대응한 노 정권의 정책을 실패했다고만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보수세력은 물론 여권내에서도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그 원인을 다른 데서 찾아봐야한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입' 때문에 '말'이 많았던 사람이다. 그의 파격적인 언행은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하게 하며 지지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렸고, 급기야 말 한마디 때문에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당선된 이후에도 특유의 입버릇을 고치지못해,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대통령 못 해먹겠다" "1/10을 넘으면 사퇴한다" 그야말로 막가는 발언을 하며 정국에 혼돈을 몰고왔다. 가벼운 언행은 상황에 따라서 군부시절의 기반이었던 대통령의 우람한 권위를 허물어뜨린다. 그러나 귄위를 버리는 건 좋은데 대통령이 '위엄'까지 포기해선 곤란하다. 성공한 정책은 제대로 평가도 못 받고, 노 정권에게 과도하게 쏟아지는 비판은 대체로 그의 체신없는 언행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유시민의원을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유 신임 장관은 개혁당 시절부터 가감없이 노무현을 지지,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일등공신들 중 한 사람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리틀 노무현' '노무현의 도플갱어'로 불리고, 스스로 '노무현지킴이'를 자처하는 등 노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 깊다.

그런데 문제는 유 장관도 노 대통령처럼 말 때문에 번번이 구설에 휘말린다는 것이다.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되자 유 장관에게 '독극물'과 '불량식품'으로 취급받던 보수언론 및 보수야당은 일제히 집중사격을 가했다. 여당내에서조차 탈당이라는 엄포를 놓으며 항의했다. 모두가 반대하는 상황이다. 유 장관은 "말을 삼가하며 신중하게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며 한 발 멀러섰지만 그의 다급한 성격에 그것이 얼마나 지켜질지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한 것 같다.

"차세대 지도자로 키우려는 것", 노대통령은 이번 개각 인사를 발표하면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바라건대, 유 장관은 말을 아끼겠다는 이번 약속은 꼭 지켜주었으면 한다. 대통령의 의중과 반대로 지도자 양성에 활용될 만큼 복지부 사정은 한가롭지 않다. 봉인된 연금법의 폐허에 따른 예산낭비와 시민들의 고통은 막심하다. 이틀 후면 인사청문회가 열리는데, 아마 유시민 장관은 여야의 구분없이 집중 표적이 될 것이다. 실적 올려놓고 '입'때문에 비난 받는 건 선배지도자가 이미 증명해주지 않았던가. 유 장관 개인을 위해서도 약속을 지키는 편이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