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과 고용의 효과가 커 올해 정부가 집중육성하기로 한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업종별 성장 가능성과 과제, 해결방안 등을 19회에 걸쳐 모색하는 '희망한국 2006 특별기획'을 시작하며 3일 그 첫 번째 기사 <신성장 ‘블루오션’>을 게재한다.

우리 경제에서 메모리 반도체나 LCD, 조선, CDMA 휴대폰 등은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치를 드높이는 1등 상품군이다. 이는 모두 제조업에서 이룬 성과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 중에는 아직 세계 1등으로 인정받는 분야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동안 우리 경제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에 치중해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성장속도나 고용 측면에서 제조업이 갖고 있는 한계를 인식하고 서비스산업에 눈을 돌리고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은 고용과 국내총생산의 약 80%를 서비스산업에서 창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맥킨지(McKinsey) 보고서는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의 주역은 ‘서비스산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지난 2000∼03년 사이 상위 7개 업종이 미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75%를 기여했는데, 이 중 5개가 도매업, 소매업, 금융업 등 서비스산업이었다.

성장잠재력·고용흡수력 커

국내의 한 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현 잠재성장률(4.6∼4.7%) 수준으로 성장하고 다른 국가들이 2000~05년의 평균성장률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10년 후엔 러시아와 호주에 추월당해 한국경제는 세계 13위권으로 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평균 6%대 중반으로 높인다면 10년 후엔 세계 10대 경제권 진입이 가능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잠재성장률을 지금보다 높여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기존의 제조업 경쟁력을 배가함과 동시에 성장잠재력이 크고 고용흡수력이 높은 블루오션인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국내 서비스산업 아직 미개척지

그렇다면 국내 서비스산업의 현황은 어떤가. 산업구조 측면에서 농림어업과 제조업의 비중은 줄어들거나 정체된 반면, 서비스업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취업구조 측면에서도 제조업의 고용흡수력은 감소하고 있으나 서비스산업은 가장 큰 고용비중을 차지할 만큼 많은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서비스산업은 아직 미개척지나 마찬가지이다. 200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7%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7%)에 비해 무려 10% 포인트나 차이가 나면서 체코나 아일랜드와 함께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4%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낮을 뿐만 아니라 OECD 평균 69%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렇게 국내총생산이나 고용에서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낮고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선진국에 비해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형화·전문화로 지식기반서비스 경쟁력 강화

금융, 법률, 디자인, 컨설팅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은 제조업 전반의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제조업과의 병행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경우 대부분 기업이 소규모이고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유통서비스의 경우 세계 100대 소매기업 중 81개 기업이 미국·영국·일본·프랑스·독일 회사인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1개에 불과하다. 법률서비스의 경우도 국내 최대규모 로펌의 소속변호사가 300명 미만인 반면, 대규모 영·미계 로펌은 3000명 이상의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으며 국내기업도 국내 로펌보다 외국 로펌에 법률자문을 더 많이 구하는 상황이다.     

컨설팅 서비스업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와 국내 회사의 규모를 비교할 때 국제 경쟁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미국의 컨설팅 전문인력의 경우 9만 명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200명도 채 안된다. 또 국내 컨설팅 회사는 브랜드 인지도 및 경영역량 측면에서 외국계에 비해 열세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 서비스 수지 중 특허권 사용료, 법률, 컨설팅으로 구성되는 기타 서비스 수지의 적자규모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70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지식기반 서비스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서비스수지 개선은 사회·관광서비스 육성으로

교육·의료 등 사회 서비스와 관광·레저 서비스의 낮은 질적 수준은 해외로 소비가 이탈되는 현상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 유학연수 확대,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작년 한해(11월까지) 동안 서비스 수지 적자규모는 약 120억 달러에 달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 서비스 수지 적자규모가 약 67억 달러였던 것을 감안할 때 1년 사이에 약 2배 가까이 적자규모가 확대된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내국인의 골프 관광객은 약 30만 명이며, 이들이 해외에서 골프와 관광 등으로 1인당 200만 원을 쓰고 온다는 것이 골프·레저업계의 추산이다. 반면 외국에서 골프치러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은 거의 전무한 게 현실이다.

반면, 태국의 경우 의료시장을 개방,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병원 허용 등 의료분야의 강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관광을 연계시키는 패키지상품을 개발해 태국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수가 2000년 55만 명에서 2004년 11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국제적 추세로 보면, 우리나라도 교육과 의료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해 공공성 측면만 강조하기 보다는 산업적 성격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경제 신성장동력 삼아야

최근 중국은 11차 5개년 계획(2006~10년)에서 서비스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채택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대형서비스기업 육성, 시장진입제도의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서비스산업 육성계획을 마련했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북경올림픽(2008)과 상해 엑스포(2010) 개최를 통해 서비스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그간의 정책적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레저·의료·물류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정보통신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산업과 접목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엔진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국내 토종 할인점인 '이-마트'가 국내 내수시장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유통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나 '매직 퍼레이드' 등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교육과 오락을 결합시킨 볼거리를 창출해 연평균 입장객 1000만 명(외국인 입장객 45만 명), 세계 6위의 테마파크로 도약한 '에버랜드' 사례는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