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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청문회
2007년 07월 19일 (목) 16:17:25 김현태 기자 kht1007@naver.com
   
 
   
 
정치학자들이 대통령 후보로 꼽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김근태, 노회찬의 리더십을 연구한 책. 현재의 ‘정치 부재’와 ‘리더십 실종’의 원인이 대통령에 대한 분석에만 집중할 뿐 대통령 후보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은 정치학자들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대통령 후보 개개인이 보이는 리더십의 강점과 약점을 정치학 이론에 입각해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 직을 감당할 만할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학이 그동안 얼마나 발전해 왔는지를 가늠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호남 정치학자들, 사전 검증에 나서다

노무현 정권의 등장 이래 정치 리더십(political leadership)의 부재란 단어가 일상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왕이 길을 잃으면 백성들이 그 대가를 치른다.”는 영국 격언까지 공공연히 인용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 책임에 대해서는 누구도 언급을 꺼린다. 그저 암묵적으로 ‘네 탓이오’만 되뇌며 희생양을 만들어 내려 할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호남 지역의 정치학자들이 ‘내 탓이오’를 외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 정치학계가 기존 대통령의 업적을 분석하는 데에만 열중했을 뿐 대통령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분석하고 정책과 이념을 평가하는 데에는 소홀했던 탓에 현재와 같은 정치 리더십의 총체적 위기가 초래된 것”이라고 스스로를 질책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차기 대권 주자들의 리더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사전에 분석해 2007년 12월 19일의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고 선언했다.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리더십 분석이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작업인데다 후보들의 정책마저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후보들에 대한 기존 연구 논문조차 별로 없다. 필자들이 “저널 수준의 글을 토대로 나름대로 정치학적 소양을 총동원해 아카데믹한 글을 써야만 했다.”고 토로한 것은 결코 변명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들도 말하듯 ‘국가의 앞날을 위해 대통령 후보를 분석한 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차기 대통령 후보군을 분석, 연구한 최초의 정치학적 저술이라는 점’을 높이 살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간 사후 평가에는 적극적이었는지 몰라도, 자칫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정치학자들 스스로 사전 검증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전례에 비춰 볼 때, 이들 정치학자들의 이 같은 시도는 대단히 용기 있는 행위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가?

이들은 먼저 우리에게 바람직한 리더십의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리더십의 개념 및 기능과 체계, 그리고 그 연구 방법에 대한 기존의 여러 가지 이론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현재 우리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형태를 규명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리더십 패러다임은 안정에서 변화로, 통제에서 자율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사물에서 인간으로, 획일성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그런 만큼 차기 대통령은 터커(Tucker)가 말하는 세 가지 정치 리더십, 즉 집단이 처한 상황을 분석해서 현재의 문제점 혹은 다가올 문제점을 파악하는 진단적 기능,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처방적 기능, 그리고 정책의 실행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원을 이끌어 내는 동원적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개혁은 충격 요법이 아닌 점진주의적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거래적 리더십의 필요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또 대내적으로는 부드러운 리더십, 섬기는 리더십을 갖추되 미시적 시각에서는 팀 리더십을, 거시적 시각에서는 촉진적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민주적?국제적 리더십을 갖출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분석 대상이 된 - 집필자 사정으로 게재가 불가능해진 정동영을 제외한 - 5인, 즉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김근태, 노회찬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할 경우 설정된 기준의 타당성 자체가 논란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 정치학자들은 해당 후보와 관련하여 빈번하게 언급되는 비판이나 질문에 대해 그 답을 구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한다.

포퓰리즘과 대중적 지지도의 간극

가령 김근태의 경우 2002년 3월 불법 선거자금 고백과 더불어 경선을 포기하면서 임종석으로부터 ‘행동하는 시대의 양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여론 주도층에 비친 김근태의 개인적 특성만을 판단 기준으로 한다면 그는 도덕성을 내용으로 하는 민주적 리더십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하지만 정치와 수사(修辭)의 관계에서 볼 때 대중 정치인 김근태의 리더십 분석은 의미가 없다. 그는 대중성이 극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김근태의 비대중성은 다른 무엇보다 대중 정치인으로서 정치와 수사에 대한 관계를 잘못 설정한 탓이다. 그는 대중과의 교감을 ‘전달의 문제’ 혹은 ‘연기나 연출’의 문제로 이해한다. 때문에 그는 대중 연설을 싫어하는데, 그것은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이성적인 지식인으로 상정하면서, 대중 정치인은 선동가와 일치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게는 대중적 수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포퓰리즘이라는 상호 비난으로 대중적 수사에 대한 의심과 반감이 증폭되는 현실, 다른 한편으로는 미디어가 정치적 통로를 독점하는 정치적 환경 자체가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핵심 구성 요소인 인민에게 호소함으로써 인민 주권의 실질적인 내용을 구현하고자 한다는 정치적 표현을 사용하고,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제공한 대중적 수사의 선동과 조작은 다름 아닌 인민주권이라는 민주주의의 양도 불가능한 신념을 역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라는 선험주의의 한계

반면 노회찬에게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제기된다.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다섯 가지 기준에 입각해 측정할 때, 그는 정책 능력, 대자적 사유 능력, 전략적 유연성, 절차주의의 내면화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연고나 명망 및 민주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에 대한 일반적 기대감 등이 포함된 정치적 자원이란 면에서는 평균치에 비해 많이 낮다.
한말 이래 국난기에 한국의 지성계에 사회주의 사상이 전래되면서 사회주의가 민족주의와 결부되고, 나아가 새로운 세상을 여는 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것은 거의 필연적인 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남한의 사회주의는 독재 치하에서 탄압을 받은 여파로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순교자 분위기에서 나오는 신비한 매력을 가지고 젊은이들을 끌어당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사회주의라는 구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가치의 상징이 아니라 빈곤과 폭력의 상징으로 암울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좌파 진영의 전투적인 이론과 행태에 많은 수의 국민들이 싫증을 느끼는 것이 수구 언론의 색깔 덧씌우기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성향의 스펙트럼에 견주어 볼 때 주변 또는 바깥에 위치하는 노선을 추구한다는 것은 신조를 지키기 위해 생존을 포기하는 순교자 취향에나 적합하다. 현실 정치에서 지지 기반의 확보라는 요소를 배제해서는 노무현 식 실험의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회찬이라는 특정 정치인의 리더십을 논하면서 상황을 가장 중요시하고, 다음으로 행위, 그리고 개인적 특성을 가장 나중에 고려하는 것도 바로 그래서이다.

여성과 여성주의의 사이에서

그와 달리 박근혜의 경우 여성적 리더십 그 자체에 초점이 모아진다. 일찍이 여성적 리더십의 민주주의적 잠재력을 통찰한 선구적 학자인 기든스(Giddens)에 따르면, 근대 사회가 보편화되면서 배태되는 정치적 문제들, 특히 민주주의 제도가 갖춰져 있음에도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는 정서적 교감, 친밀성, 신뢰, 존중, 평등 의식을 통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의 평등과 상호 간의 존경 및 열린 대화가 전개되는 정서의 민주주의를 실현해 내는 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여성을 사회적 계층, 또는 계급적 범주로 이해하면서 그들의 사회적 이해관계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공하는 이른바 ‘여성주의적 리더십’이 존재한다. 대체로 행동심리학적 차원의 논의인 여성적 리더십과는 다른 정치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차원의 논의와 연결되는 여성주의적 리더십이 있는 것이다.
오류의 가능성을 각오하고 박근혜의 비전을 정리한다면, 그것은 ‘성장주의’ ‘시장 지상주의’ ‘국가 우선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 공동체의 가치가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는 양성 평등을 외치며 ‘출산과 육아의 사회적 분담’ 같은 복지주의적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가능한 걸까? 지난 2002년 이래 여성단체들은 박근혜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여 왔다. 박근혜를 통해 여성 정치인의 역할 모델이 구현될 수 있다는 지지론과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점과 정치적으로 여성주의 지향적인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결국 박근혜의 정체성은 아직 미확인 상태인 셈이다.

■ 지은이 : 호남정치학회
곽준혁 _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동천 _ 국민대학교 정치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우성대 _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사상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목포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명남 _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주립대학교, 앨버타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방문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비교정치, 정치이데올로기 등을 강의하고 있다.

하상복 _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9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목포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종기 _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세종연구소, 경기개발연구원을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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