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안 되는데. 잠을 자야 하는데--.’

  조급해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눈을 감고서 잠을 자야 한다고 세뇌를 시도해본다. 그러나 절박한 바람과는 상관없이 잠은 더욱 더 멀어지고 있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을 위하여 분명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눈은 동그래지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악순환이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1 시 35 분이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3 시 4 시 정도라면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그 정도 수면을 취하였다면 잠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 생각과 몸이 따로 따로 움직이고 있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잠을 자다가 눈을 뜨는 일이 두려워진지가 오래 되었다. 가능하면 잠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한지가 오래다. 한번 일어나면 다시 잠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미 경험을 통해서 체득하고 있으니, 그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불가능하였다. 생리적 현상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꿈에서 답답함을 주체하지 못한다. 의식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욕구가 앞서고 있었지만, 화장실에 가야 하는 급박함을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몸이 먼저인지, 의식이 먼저인지는 애매하지만, 눈을 뜨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몽유병 환자처럼 화장실에 가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지옥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불면증.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열정이 앞서던 때에는 생각도 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점이 오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사람을 보면 비웃어주었다. 잠을 더 자지 못해 고통이지, 어떻게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불만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잠이 부족하였다. 단 10 분이라도 더 자기 위하여 안간힘을 썼었다. 그런데 달라졌다.

  지천명의 나이가 넘어서면서 불면증이 시작되었다. 시나브로 다가온 복병이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찾아온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하였다. 물론 그것이 불면증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였다.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렸을 뿐이었다. 초기에는 고통이 그리 크지 않았기에 마음에 두지 않은 것이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로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짐으로 인해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원인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책을 강구하였다. 우선 커피가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여러 잔을 즐기는 커피를 마실 수가 없었다. 커피를 끊음으로 약간의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불면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었다.

  불면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일하는데 영향이 있었다. 피곤이 쉽게 찾아오고 몸이 느른해졌다. 그렇다고 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였다. 불면에 따른 영향이 커지니, 심각하게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별 뾰족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더운 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가능하면 잡다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잠이 오면 지체 없이 스르르 잠이 들었다. 때를 놓치면 수면을 취할 수 없다는 마음이 그렇게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새벽에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서는 다시 잠을 들 수가 없으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텔레비전을 켜니, 집사람이 신음 소리를 낸다. 그러니 끌 수밖에 없었다.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잠이 들기 위하여 불경을 외우면서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런 바람과는 달리 눈은 더욱 더 말똥말똥해지는 것이다.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더 눈이 동그래지는 것이었다.

  “부르릉-.”

  어둠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잠을 자려고 노력하던 때에는 의식하지 못하였는데, 어느 순간에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소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마음이 다른 곳에 있어서 의식하지 못한 것이었다.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 말고도 수많은 소리가 혼재되어 있었다. 세상은 깨어 있었던 것이다.

  술을 마시고 주정하는 소리,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 등 그 종류도 아주 다양하였다. 하나하나의 소리에 빠져 들어가게 되니, 잠이란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밤은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놀라웠다. 세상의 소리에 취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일어나세요.”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뜨니, 벌써 7시가 넘어 있었다. 늦었다. 부리나케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였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불면증이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깨어 있는 세상에 몰입하게 되니, 저절로 잠이 들 수 있었던 것이다. 밤의 세상이 깨어 있는 것처럼 우리 자신도 깨어 있으면 불면증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