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 곱다.”

하얀 꽃이 마음을 잡는다. 가을에 들어서니,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가슴 한 구석이 텅 비 있어 허전하였다. 채워지지 않는 쓸쓸함을 달래기 위하여 무작정 나섰다. 달리다 보니, 위봉사에까지 도착하였다. 산사 앞에 놓여져 있는 커다란 옹기에 물을 그득 담겨져 있었고 거기에는 수련이 심어져 있었다. 거기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이 그렇게 우아할 수가 없다.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하였던가. 그러나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걸어온 길을 반추하게 되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추억이라는 줄로 이어져 줄줄이 나오는 지난날들은 그리움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그 것이 아름다웠던 일이라면 얼마든지 재음미할 수 있다. 하면 할수록 감미로워지니까, 삶의 위안이 된다.

잡아 당겨져 나오는 것들은 향이 은은한 것보다는 쓰리고 아픔 것들이 훨씬 더 많다. 그 때 왜 그랬을까. 조금만 더 잘하였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모든 것들은 회한이 되어 마음을 더욱 더 고통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런 감정이 가을이 되면 극성을 이루게 된다. 낙엽이 촉매역할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꽃 옆에는 연밥이 하늘 높이 솟구쳐 있었다. 세상을 향해 할 말이 있다는 태도로 당당하다. 삶의 주인이 되어 성실하게 채워간다면 그런 허전함은 아예 생기지도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갈등 속에서 피한다고 해결할 수 없고 도망을 간다고 더 나아질 것이 없다. 주인으로서 운명을 개척해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약한 마음이 자꾸만 소극적으로 만들고 게으른 습관이 부족하게 만든다.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런데 게으르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핑계만 대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자꾸만 의지하게 된다. 이는 악순환의 고리로서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그 것이 허전한 마음의 일부가 된다.

성급한 버릇도 마찬가지다. 성급하면 실패하기 쉽다. 어진 마음으로 현실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아무리 커도 원인을 잘 분석하고 부지런히 대책을 강구한다면 분명 해결책은 있다. 단조로움은 발붙일 수가 없고 활기 넘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인생은 자연스럽게 행복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우뚝한 수련 꽃을 바라보면서 내 인생도 저렇게 빛날 수 있게 하고 싶다. 연밥이 말해주는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당당하게 대처한다면 무슨 일인들 두렵지가 않게 된다. 내 삶은 나의 것이다. 내가 주인이고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노력함으로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분명 수련처럼 세상의 빛으로 반짝일 수 있을 것이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