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톱 10으로’…베이징올림픽 개막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향한 세계인의 축제가 드디어 막을 연다. 2008 베이징올림픽이 8일 저녁 8시 베이징시 북쪽에 위치한 올림픽 주경기장 궈자티위창에서 100여개국 정상들과 9만 1000여 관중이 모인 가운데 화려한 개막식을 갖고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역대 최대 규모인 205개국 1만 5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공식 종목만 28개, 여기에 총 302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 순위 세계 9위에 올랐던 한국은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도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 종합순위 10위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메달을 많이 따서 목표를 달성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올림픽의 진정한 정신은 단합과 우정에 있는 만큼 4년 동안 벼려왔던 선수들의 의지에 믿음을 실어주되, 신나게 응원하고 즐기는 게 최선의 자세다. 알아야 즐길 수 있는 법. 제 29회 하계올림픽, 종목별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사격 한국이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종목이 사격이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소총, 권총, 클레이에 5개씩 총 15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이중 한국은 10개 종목에 14명의 선수가 출전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기대하고 있다. 개막식 다음날인 9일 열리는 여자 10m 공기소총에 김찬미와 김여울이 나선다. 두 선수 모두 메달획득이 유력하다. 남자부문에서는 도하아시안게임 10m 권총에서 1위에 오른 중국의 탐쭝량과 진종오 선수가 맞붙는다.

양궁 전통적인 한국의 ‘메달밭’이다. 이번 대회 전 종목 석권을 노릴 만큼 막강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여자 양궁대표팀은 양궁단체전이 생긴 1988서울올림픽 이후 지난 2004아테네올림픽까지 한번도 금메달을 거른 적이 없는 절대강자다. 박성현, 윤옥희, 주현정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대표팀 막내 임동현(한국체대)도 남자 개인전 우승에 도전한다.

펜싱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가 플뢰레 금메달을 딴 이후 8년만에 메달을 노린다. 지난해 랭킹 93위에서 올해 한국 남자 에페 역사상 처음으로 5위권 안에 든 남자 에페의 정진선과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2006년 이후 세계랭킹 톱4를 지켜온 여자 플뢰레의 남현희가 메달권에 있다. 10개의 메달 가운데 7개 메달에 도전하는 우리 선수단은 아테네 올림픽 무메달을 계기로 세대교체와 전력향상에 성공해 2-3개 부분에서 결승 진출이 가능하다고 평가받는다.

수영 네티즌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보고 싶은 경기로 수영을 꼽았을 만큼 ‘마린보이’ 박태환의 인기가 높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 400m, 1500m에 출전하여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 중 주력종목은 자유형 400m. 지난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3분43초59의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박태환의 올시즌 세계랭킹은 3위다. 사상 최초로 이 종목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그랜트 해킷(호주·3분43초15)이 1위. 라슨 젠슨(미국·3분43초53)이 2위를 달리고 있다.

체조 평행봉에서는 양태영, 김대은, 유원철이 세계 최고기량을 뽐내고 있고 철봉에서도 김지훈이 선전 중이어서 금메달 사냥이 유력하다. 심판으로 참가하는 김대원 협회 남자기술위원장이 철봉에서 스타트 점수를 매기는 A 심판으로 나서 메달 획득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대표팀은 독일, 루마니아, 벨로루시, 혼합그룹 2조와 함께 예선 3조에 편성됐다.

레슬링 남자 자유형 6개, 그레코로만형 7개에 여자 자유형 4개를 포함해 총 17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한국은 그 중에서 총 11개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레코로만형에서 강세다. 60kg급에서는 정지현이, 55kg급에서는 박은철, 66kg급에서는 김민철이 출전한다. 정지현은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우승자 사사모토 마고토(일본)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2005년과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55㎏급에서 은메달을 땄던 박은철은 하미드 수리안 레이한푸르(이란)의 벽을 넘어야 한다.

유도 남녀 각 7개씩 모두 14개의 금메달을 놓고 겨룬다. 아테네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최민호가 남자 60kg급에서 금메달 획득에 나선다. 남자 60㎏급은 일본의 노무라 다다히로가 2004년까지 올림픽 유도 사상 최초로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체급으로 이번 대회에는 히라오카 히라오키가 일본 선발전에서 노무라를 물리치고 출전한다.

남자 73㎏급에서는 왕기춘이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중량급에서는 한국 선수단 개막식 기수로 나서는 2004년 아테네 은메달리스트 장성호가 기대주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놓쳐 본 적이 없는 북한 여자유도 계순희의 4회 연속 메달 획득 여부도 관심 포인트다.
태권도 미국의 태권도 명문 로페즈 가문의 남매들이 능한 변칙적인 허리 아래 발기술이 금지되면서 한국 선수단의 메달 획득이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고 2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황경선은 금메달 후보 1순위다. 프랑스의 글라디스 에팡과의 접전이 예상된다.

지난해 올림픽 세계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손태진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임수정은 미국 로페스 남매와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손태진은 마크 로페스(30), 임수정은 다이애나 로페스(24)와 각각 맞붙는다. 임수정이 출전하는 여자 57㎏급은 한국이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던 종목이다.

차동민이 출전하는 남자 80kg급은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헤비급 우승자인 다바 모디보 케이타(말리), 아테네올림픽에서 문대성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문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그리스), 사에이 보네코할 하디(이란) 등 강자들이 수두룩하다. 다만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지목됐던 파스칼 장띠(프랑스)가 7일(한국시간) 오른발 힘줄 파열로 출전을 포기해 부담을 덜었다.

역도 여자역도 75kg이상급에 출전하는 장미란은 금메달을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의 무솽솽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져 금메달이 유력한 상황이다. 최근 훈련에서 비공인 세계신기록인 330㎏(인상 140kg, 용상 190kg)까지 들어올리며 금메달 전망을 한층 높였다. 유일한 맞수로 예상되는 올야 코로브카(우크라이나, 293kg)에게 26kg 이상 앞서 있어 만일 코로브카가 장미란과 같은 기록을 들어 올린다 하더라도 몸무게가 적은 장미란이 절대 유리하다.

한국신기록만 30여 차례나 갈아치운 ‘기록제조기’ 임정화는 9일 베이징항공항천대학체육관에서 열릴 대회 첫날 여자부 역도 48kg급에 출전한다. 세계 최강인 중국의 천셰샤가 같은 체급에 출전하기 때문에 금메달까지 기대하긴 어렵지만 최근 연습 때 인상 90kg 용상 110kg을 들어 올려 합계 200kg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복싱 모두 11개의 메달이 걸려있지만 11체급 중 한국이 나가는 건 5체급이다. 출전선수 5명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아쉽게 탈락한 이옥성이 신혼여행까지 미룬 채 메달을 다짐하고 있다.

웰터급(69㎏) 김정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인 라이트급(60㎏) 백종섭,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밴텀급(54㎏) 한순철, 2005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미들급(75㎏) 조덕진도 기대주다.

핸드볼 2004 아테네올림픽 당시 은메달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씻어낼 기회다. 올림픽 첫 2연패를 일궈낸 최강의 실력팀이지만 주전급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30대 중반대인 만큼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팀인 러시아, 독일, 스웨덴, 헝가리, 브라질등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조별 리그를 통과한 8강부터 A조의 노르웨이나 루마니아 등과 매번 결승전 같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야구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축구와 함께 가장 인기있는 종목 중 하나. 베이징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소프트볼과 함께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된다. 이미 세 번이나 올림픽을 제패한 쿠바가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한국은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3명의 좌완 선발로 좌타자가 많은 쿠바, 미국, 일본의 타선을 잡고 이승엽-김동주-이대호로 이어지는 최강의 중심타선으로 공략한다면 메달 획득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축구 6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한국은 본선 조 편성에서 카메룬, 이탈리아, 온두라스와 함께 D조에 속하게 됐다. 7일 오후(한국시간) 중국 친황다오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아쉽게 무승부를 거뒀지만 박주영이 부활한 것은 조별리그 남은 두 경기의 전망을 밝게 한다.

탁구 베이징올림픽은 아테네 대회와 달리 남녀 단체전이 도입되고 종전 남녀 복식은 치러지지 않는다. 남녀 단식을 합쳐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단식보다는 단체전이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다행히 남자 탁구 단체전 조 추첨에서 대만(6위), 스웨덴(11위), 브라질(13위)과 C조에서 유리한 고지에서 조 1위를 노리게 됐다. 난적 일본을 피하며 최상의 조 편성을 얻었다. 단식에서는 유승민의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이면타법’의 완성자라고 평가받는 왕하오는 확고부동한 1인자다. 유승민은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왕하오에게 이겼지만 이후 전패를 당해 상대전적 2승16패의 절대적 열세에 놓여있어 금메달 획득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키 남녀 하키대표팀이 동반 4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9일 호주(4위)와 1차전을 갖는 여자 대표팀은 세계랭킹은 10위지만 7월 초 세계 3위 독일과 원정 평가전에서 먼저 두 골을 내주고도 연달아 두 골을 넣어 비기는 등 상승세가 돋보인다. 같은 조에 네덜란드, 호주는 물론 중국(6위), 스페인(7위) 등 남아공(12위)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위가 높은 나라들과 4강 티켓을 다퉈야 한다.

세계 5위에 올라있는 남자 대표팀은 10일 뉴질랜드(11위)와 예선 첫 경기를 갖는데 같은 조의 독일(2위), 스페인(4위)과 4강 싸움을 하게 될 전망이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지난 해 챔피언스트로피에서는 4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테니스 테니스 남녀 단식 금메달 후보로 페더러와 비너스 윌리엄스가 유력하게 꼽힌다. 한국 선수로는 이형택이 유일하게 남자 단식에 출전한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는 윤용일과 함께 복식에만 출전했고 2000년에는 단-복식, 2004년과 이번 대회에는 단식에 출전하며 4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배드민턴 배드민턴 세계 최강국인 중국이 남녀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 5개 종목 석권을 목표로 잡고 있어 한국이 현실적으로 메달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종목은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이다. 한국은 남자복식에 랭킹 3위인 정재성-이용대 조와 랭킹 10위인 이재진-황지만 조가 출전한다.

남자단식에 출전하는 이현일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올림픽에 첫 출전하는 박성환은 세계랭킹 1위인 린단을 세번씩이나 꺾었던 전력이 있어 선전이 기대된다. 한국은 이밖에도 여자단식에 전재연, 여자복식에 이경원-이효정, 김민정-하정은 등 총 13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육상 올 1월 세계최고기록(2시간4분53초)을 세운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마라톤 출전을 포기한 가운데 시즌 2위 기록(2시간5분15초) 보유자인 마틴 렐(케냐) 등이 이봉주와 대결한다. 이봉주는 애틀란타 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두 번째 메달 획득이 기대된다. 남자 세단뛰기의 김덕현과 남자 창던지기의 박재명 등 총 17명이 육상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