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시흥동 호암산 중턱에는 조선 태종 7년인 1407년 건립된 호압사(虎壓寺)가 자리잡고 있다. 이 절은 산 뒷편인 서울과 과천시의 경계지역에 솟아있는 삼성산 때문에 건립됐다고 한다.
한 주술사가 태종에게 “한양을 향해 서 있는 삼성산이 호랑이 모습을 띠고 있어 호랑이 기세를 누르지 않으면 이 지역에 재난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하자 이에 태종이 산 바로 앞에 절을 짓고 이름을 호압사로 붙였다고 한다.
이후 1841년 헌종때 법당을 다시 지었고, 1935년 일부 건물을 보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서울시 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호압사 석불약사여래좌상에게 기도하면 온갖 병을 낫게 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에서 약사여래불을 모시고 있는 사찰이 두 곳이다. 팔공산 선본사(갓바위)와 이곳 서울시 금천구 호압사다.
호압사 경내에 버티고 서있는 8각 9층 석탑은 내부가 훤히 보이는 독특한 구조와 양식으로 누구나 진신사리를 친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500년 이상 나이의 느티나무는 호압사를 오가는 참배객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는 안식처로 자리 잡았다.
호압사에는 매주 일요일마다 국수 공양을 하고 있는데 매주 1000~2000명이 방문하는 국수보시는 호압사의 명물이 됐다.
국수보시를 시작한 호암사 거사림회는 4년전 결성 됐다. 절에서 공부도 하고 수행도 하던 남성불자들이 하나둘 마음을 모아 거사림회를 만들어 사찰의 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사림회는 지역사회에서도 자비의 쌀 나눔 등 다양한 신행활동에 앞장서면서 호압사 신도로서의 긍지를 갖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이 높은 거사들은 사찰 홈페이지 지대방에 ‘마음으로 읽는 경전’등의 글귀를 옮겨 적으면서 전법포교에도 관심을 쏟는다. 최근 호압사가 수탁받은 요양원 사랑채에서 빚어지는 크고작은 일거리도 거사림회가 직접 나서 여로모로 일손을 돕고 있다.
정묵 주지스님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눔결사가 따로 있나요? 등산객이 절에 들러 물 한 잔이라도 편하게 마시며 쉬기도 하고, 절 가까이 있는 어려운 이웃과 틈틈이 공양미를 나누는 것도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푸는 만큼 들어온다, 최소한 들어오는 만큼은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보시 행위에 대해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태도를 강조한다. 주는 즉시 잊는다는 뜻으로, 베풀면서 그것을 통해 얻을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 없이 가진 것을 베푸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진정한 보시는 힘들다.
호압사 거사림회는 무주상보시를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휴일임에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과 노동을 타인에게 보시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경전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실천하는 진정한 보살의 모습이었다.
봄의 문턱, 따뜻한 국수 국물로 추운 겨울을 녹였던 호압사 거사림회는 온화한 부처님의 미소만큼이나 따뜻한 보시로 우리에게 봄이 왔음을 말하고 있다. 이제 현관문을 열고 따뜻한 국수와 함께 새 계절을 맞이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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