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우석의원

아쉬운 제주도...

어제는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참으로 기쁜 날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이 전국선거에서 일찍이 없었던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미 어느정도 예상은 했던 결과이지만, 한나라당 지지지들은 새벽까지 개표과정을 지켜보면서 오랜만에 큰 만족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동안 고생하신 후보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당원여러분, 지지자들 모두께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아깝게 석패하신 많은 후보들과 지지자 여러분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박근혜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불행한 일을 당하긴 하셨지만, 이를 의연하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한나라당 지지자들과 국민들은 큰 위안과 든든한 마음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특별한 애정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아침에 주위에서 많은 축하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 분들도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정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반감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기댈 곳은 역시 한나라당 뿐이라는 국민들의 분위기가 전해옴을 느낍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더욱 조심해야죠’, ‘자만하지 마세요’,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아닙니까?’ 등등... 

대다수의 국민들은 현정권과 집권당을 진짜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바람은 정권교체지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승리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자칫 한나라당이 지금의 상황에 안주해서 큰 일을 그르칠까봐 걱정하는 모습이 역역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대 지방선거의 압승으로도 한나라당이 집권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해야 집권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국민들은 그만큼 절박합니다.

한나라당은 이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승리에 취해있을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교훈을 찾아내고 당을 개혁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옥의 티’라고 해도 ‘들보’처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주도지사 선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였고,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 박빙의 선거였습니다. 사실 선거 초반에는 뒤집을 수 없을 정도의 격차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을 경합지역으로 만들어 놓은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의 저력이 빛났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쉬운 패배였습니다.

그러나 집고 넘어갈 것도 있습니다. 이 선거를 이렇게 피말이게 하는 선거로 이끌어 갔던 원인도 한나라당에 있었습니다. 도지사 후보 선정 과정의 문제였습니다. 현명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영입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또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당내 경선과정에서 현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상대후보인 강상주 후보(당시 서귀포 시장)에게 16%가량을 졌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당헌당규 개정에서 공직자 후보 선출에 여론조사 20%를 반영하도록 한 것은 당외 인사의 영입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서울의 오세훈 후보도 대의원투표에서 지고 여론조사에서 크게 승리하여 후보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것이 ‘오풍’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었고, 초반부터 선거의 향배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현후보는 그 여론조사에서 상대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대의원 투표의 승리를 통해 후보로 확정되었습니다. 의외의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일은 한나라당의 영입과정과 그 시스템의 문제점을 노출하는 예가 되었습니다. 애초부터 제주에서의 현후보 선거경쟁력에 대해 많은 이의가 제기 되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제주도지사 후보로서 피해야 할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은 영입과정과 후보선정과정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제주도민의 정서가 갖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후보의 적합성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도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위원회가 만들어 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영입위가 영입 과정에서 소외되었습니다. 공천심사위와 당 지도부는 절차적인 일에 몰두했습니다. 그것이 박대표를 비롯한 당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석패한 근본 원인이었습니다.

물론 지도부의 고충도 이해합니다. 모처럼 영입한 인물을 ‘이러한 이유로 배제한다면, 앞으로 외부인사 영입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말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또 현후보가 사회적으로 그 능력이 인정된 흔치 않은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또 전국선거에서 모든 지역의 후보를 맞춤형으로 공천한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현후보의 영입으로 인해 다른 영입작업이 탄력을 받았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현후보만한 역량을 갖은 분이라면 당내에서 또 국가적으로 다양하게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적재적소 배치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변해야 합니다. 한나라당 거의 모든 회의에서는 ‘변화’에 대한 강박증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변화’ 자체보다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 변화를 국민의 뜻과 맞추어 나갈 수 있는 당내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이제 한나라당은 순간 순간의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대선승리를 위한 당 개조와 시스템 구축에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한 현후보와 지지자들께는 격려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쉬운 패배 직후에 제주도를 사례로 하여 이러한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그 분들께 누가 될 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러한 당내의 문제점이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달이 차면 기울고, 밀물 후에 썰물이 이어지 듯이 영원한 승리는 없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가 정권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 당은 더 뼈아픈 자기 반성과 개조가 필요합니다. ‘지방선거 압승 그래서 모든 것이 좋았다’는 식의 접근으로는 결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7월 전당대회에서 출범할 새로운 대표체제는 박대표가 만들어 놓은 넉넉한 곡간에 만족하지 말고 기존의 곡간을 넓히고 정비하고, 더 많은 곡식을 쌓아 정권교체의 초석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당원과 국민 여러분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을 새로운 지도부에 선출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애석하게 패배하신 현명관 후보께서도 좌절하지 마시고 한나라당의 정권창출을 위해 더 큰 일을 해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승리의 원인이 다음 패배의 원인이 될 수 있듯이, 현재의 패배의 원인을 잘 분석하면 다가올 승리의 요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