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노동조합 정화영 위원장

공기업의 특성을 무시한 정부의 정책,
경영진과 노조원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

최근 정부는 민영화 정책의 일환으로 MB 정부의 임기 내에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 정책에 순응하지 않고, 공기업 경영 효율화를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새로운 방안을 제안하고자 하는 한국도로공사 노동조합 정화영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으며 기업 역시 투자가 감소하여 운영이 힘들어지고 있다. 또한, 노사분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주 5일제 근무 도입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하여 기업에서도 고용을 늘리지 않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실업자는 늘어나고 실업자가 많아지게 되면서 이 역시 소비를 위축시키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지켜볼 수 없는 정부는 제일 먼저 공기업의 조직을 개편하고 구조조정을 실행하라는 정책을 마련하였다.

즉,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비즈니스 리스트럭처링(business restructuring)”으로 인원감축, 부서통폐합, 임금감면 등을 통하여 흔히 말하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 이처럼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서 걸림돌이 되었던 부분을 승화시켜, 디딤돌로 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은 계속적인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며 원성을 사고 있다.

정부의 무책임한 구조조정, 그러나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우리나라 공기업은 물론이고, 5천 도공인이 함께 상주하는 한국도로공사는 더욱 청천병력 같은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대표하는 한국도로공사 노동조합 정화영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KOREA LIFE 취재팀을 반겨 준 정위원장은 이번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자신의 소견을 밝혔다.

“저희 도로공사 노동조합의 인원은 5천여 명으로 타 공기업보다 직종과 직급이 다양합니다. 각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지만,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말도 안 되며 단 한 명도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안 됩니다”라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정위원장의 의지는 분명해 보였지만, 인위적인 인원감축 없이는 정부의 안대로 실현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였다. 물론 자연감소분이 일정부분 따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자연감소분이 아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인 올해 정부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정책에 부응하고자 인턴사원을 50여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이러한 우려 속에 정위원장은 위축된 고용시장에서 다소나마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규 인턴사원 채용을 하게 되었고, 더욱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신규 사업 발굴을 통해 불경기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인원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신규 인턴사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시키는 고용의 질적 저하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있는 것에 대해서 “비정규직 직원 또한 노동자임을 직시하고 고용에 불안이 없도록 단계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즉 경영진은 국민의 환경을 위해 고속도로 관리노선 증가 및 광역별 선도 사업을 추진하여 사업영역을 확대해 인원충원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라며 경영진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변화하는 도로공사 뒤에는 노조원들의 화합과 단결이...

노동조합은 원래 기업인과 노동자의 협동ㆍ협조의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근래 들어 노동조합이 변형된 사회주의로 기울인 현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경영자는 노조를 경계하고 노동자들은 경영자를 경계하는 태세로 변질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위원장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국민의 질타를 충분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원래 노동조합의 설립 취지였든 사회적 약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곳으로 눈을 돌려 더 많은 사회공헌하겠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서서 노동조합의 저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라며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구조조정이라고 해서 단지 직원들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으로만 대처해 나간다는 것은 올바른 대안이 아니라고 말하는 정위원장은 연봉 삭감 등의 고통분담을 통하여, 그 재원으로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방안은 어떠냐며 되물었다. 정위원의 되물음에는 공기업 구조조정이란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면 서로 화합할 기회임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정위원은 “저의 꿈은 5천 도공인의 꿈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노조원의 단합이 이루어져야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지난 6개월간 노조원들을 단결시키는데 힘썼고, 노조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로 신선하고 능력 있는 노동조합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노조는 노조다워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깨지 않고 정의를 살릴 것입니다. 경영진의 전략이 잘못되기 전에 고쳐야 하고, 이에 맞춰 경영진을 뒷받침하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고, 상생과 협력을 이루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정위원장의 노조활동에 대한 신념과 닮은 기업으로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를 예로들 수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과거 1950년에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했지만, 그 와중도 인원감축은 없었다. 고통분담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도요타 노사가 75일간 격렬한 노사분규를 끝에 내린 결론은 회사가 재정적으로 건실해야 고용안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라는 실패가 없었다면 오늘날 렉서스라는 명차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위기에 몰려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위원장의 말처럼 경영진과 노조원의 합심으로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직시고 정부의 대안에 최선의 대안으로 맞서는 정위원장과 한국도로공사 노조원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또한, 정부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노조원은 소중한 자산이며 노조원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화영 위원장 프로필

■ 출생․학력
- 1956년 충북 영동 출생
- 1975년 영동고 졸
- 1977년 신구대 조경학과 졸
- 2000년 충남대 경영대학원 노사전문가 과정 수료

■ 공사 경력
- 1981년 한국도로공사(영동지사) 입사
- 1990년 충청지역본부 도로부 근무
- 2005년 호남지역본부 수목원 근무

■ 조합 활동
- 충청지역본부 4,5,6기 지역위원장
- 제7대 노동조합 위원장 후보
- 현)제8대 노동조합 위원장
- 현)공공연맹 부위원장
 

코리아라이프 이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