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세워진 육영재단이 수년전부터 권력다툼의 장으로 전락된 채 제자리걸음을 답보하고 있어 여론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재단법인 육영재단은 고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세운(1969. 4. 14)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익법인이다. 그러나 그간 육영재단은 수많은 소송과 고소 고발에 시달려왔다. 또 한때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국토순례단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몇몇 직원들의 비리,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사무실 점거 농성, 박 전 이사장의 약혼자 신동욱 씨와 재단 전 대변인 간의 개인적인 다툼이 벌어지는 등, 운영권문제를 둘러싼 세력다툼의 장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였다.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심축이 다름 아닌 고 육영수 여사의 자녀들이니,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90년에 벌어진 박근혜-근령 자매의 ‘이사장 자리다툼’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퇴임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박근령-지만 오누이의 분쟁은 장기화조짐까지 보이고 있으니 향후 육영재단의 미래가 암담하다 하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력다툼분쟁의 핵심은 무엇 때문일까. 본지에서는 육영재단의 운영권을 둘러싼 세력권의 다툼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되기를 바라며 그간의 갈등전개를 돌아보며 문제의 핵심을 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부실경영문제인가. 자매의 권력다툼문제인가.
재단 내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점은 1990년 12월이다. 당시 재단의 대표로 있던 이사장은 박근혜씨였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되고있는 측근 최씨가 방만한 재단운영 및 전횡을 휘두른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대표자로서 책임을 지고 재단 이사장직을 물러나게 된다. 이후 재단 운영권은 박 전 대표의 동생 박근령씨에게 넘겨진다. 하지만 박근령씨 역시 부실경영 및 비리에 연루되어 2001년 지도 관청인 성동교육청으로부터 이사장 승인취소 행정처분을 받고만다. 이어 2005년 감사에서 박근령씨가 회계 감사를 거부, 성동교육청은 박근령씨의 이사장 승인취소 절차를 단행하기에 이른다. 그 후 박전 이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이사장승인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내고 3년간 법정투쟁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종심(주심 김지형 대법관)에서 “ 박 이사장은 재단을 운영하며 미승인 임대수익 사업을 하고 여비를 부적절하게 지출하는 등 공인법인법과 육영재단 정관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 박근령씨의 소송은 기각되고 만다.

사실상 박근령 전 이사장이 육영재단의 운영권을 상실한 시기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있기 전인 지난 2007년 11월부터였다. 까닭은 내부 직원들과의 마찰 때문이었다. 사무국장과 일부 직원들은 박 이사장이 법과 행정지시를 위반한 것에 반발하며 박 전 이사장과 당시 그의 약혼자였던 신동욱씨(현재는 부부)에 대한 퇴진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후 내부직원들과 박 전 이사장 측은 어린이회관 점거를 놓고 폭력사태까지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이사장 측은 재단 밖으로 밀려나며 출입이 불가 되는 상황까지 초래한 것이다. 그 뒤 2008년 5월 이사장 해임결정이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옴으로써 육영재단의 분쟁은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박 전 이사장이 다시금 능동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 출근을 한다고 하니, 대체 어찌된 상황인가. 박 전 이사장은 지난 2008 11월 1일부터 이사장이 아닌 사무국장 직함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더욱이 한때 소송을 벌이며 박 전 이사장과 폭력다툼까지 벌이던 재단 사무국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경영정상화의 봄은 언제 오나.. 남매다툼으로 이차전돌입.
대체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연유는 무엇일까. 바로 박 전 이사장의 동생 박지만씨의 출연으로 빚어진 육영재단분쟁사태의 제2라운드 돌입 때문이다. 박 전 이사장의 퇴진을 확정짓는 대법원 판결이후 법원은 성동교육청의 요청을 받아 임시이사선임에 나섰다. 임시이사 후보는 육영재단 측에서 9명, 박 전 이사장의 측에서 9명, 박지만씨 측에서도 9명이 나섰다. 이에 법원은 박지만씨 측 후보 9명을 임시 이사에 선임, 박지만씨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재단에서 추천한 인물은 단 한 명도 임시이사에 선임되지 않게 되었고 이로써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재단 일각에서 “박지만씨가 누나를 밀어내고 육영재단 운영권을 빼앗으려한다.”는 소리가 새나오기 시작하면서 재단측의 강한 반발이 불거졌다. 재단측은 그동안 재단운영에 전혀 관계하지 않았던 박지만씨가 재단이사선임의 전권을 쥐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박 전 이사장측도 임시이사회가 박지만씨의 이사장 선출을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재단측과 박 전 이사장측은 서로에 대한 소송을 모두 취하하는 등 이제는 박지만씨에 대한 공동대응으로 손을 맞잡게 된 것이다. 현재 박 전 이사장과 박지만씨측이 서로 제기한 소송만 해도 폭행, 출입금지가처분신청, 통장가압류등 20여건에 달한다. 재단 측도 성동교육청이 박지만씨와 사전에 접촉하는 등 박지만씨가 추천한 인사들에게 편파적 자세를 보였다고 의심, 박지만씨와 성동교육청을 고발한 상태이다. 하지만 성동교육청측은 사전접촉설에 강력 부인했다.

운영권다툼은 빙산의 일각, 속내는 재산싸움
그렇다면 그간 재단운영에 관계하지 않았던 박지만씨는 어떤 자격으로 법원에 임시이사진을 추천할 수 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재단노조측은 박지만씨가 재단운영권을 송두리째 거머쥐고자 재단측에 빌려준 3억4200만원에 대한 차용증을 빌미로 임시이사회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용증에 따르면 2008년 2월 29일 4200만 원과 4월 24일 3억원을 어린이회관 관장 이름으로 빌린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차용증 어디에도 빌려준 사람은 기명돼 있지 않다. 당시 재단을 장악했던 사무국장과 관장이 개인적으로 써준 차용증에 불과하다는 것이 재단 노조측의 주장이다. 1990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친 육영재단 이사장의 교체원인은 모두 부실경영의 문제였다. 이후 경영의 정상화를 명분삼은 세남매의 운영권다툼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박 전 대표가 물러날 당시 박 전 이사장이 있었고 박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에 승인 취소되는 과정에서는 박지만씨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한편 최근 박지만씨의 개입으로 2차전에 돌입한 것 관련,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재산에 있다고 재단의 노조측은 말하고 있다. 현재 어린이회관의 면적은 약 4만평. 인근에 있는 건국대 야구장을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면서 남긴 5000억 원보다 큰 개발 차익이 나올 것이라는 게 주변 부동산업계의 판단이다. 3.3제곱미터 당 8000만원으로 계산해 3조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재단 측 한 인사는 임시이사회가 꾸려진 이후 벌써 서편 운동장에 대해 실측이 들어갔다고 말하며 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의결기관이 필요한데 박지만씨가 이번에 꾸린 임시이사회가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갈등은 풀어져야 맛이거늘
어린이회관을 운영하는 육영재단의 설립취지는 미래의 꿈인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희망차게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품이 되어주는 거였다. 그간 육영재단은 불우 학생에 대한 복지사업부터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국제교류 등을 지원하기위한 여러 사업을 벌여왔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자녀들의 운영권 다툼으로 인해 육영재단은 매년 7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어린이회관 과학관에는 한참 구식인 286컴퓨터가 전시되어있고, 일부 임대사업을 제외하고는 회관을 찾는 이들도 거의 없게 되었다. 10여 년간 화해의 기미 없이 장기전으로 전망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육영재단의 재산을 국고로 환수해 원래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뜻 깊은 곳인 만큼 더 이상 세 남매의 전유물로 전락해버린 꼴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직원의 바람은 재단의 정상화와 갈등의 봉합이다.”라고 말하는 육영재단의 유 모 관계자의 말처럼 진정 어린이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밝고 따스한 육영재단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루빨리 화해의 봄이 태동해야겠다.

코리아라이프 윤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