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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조의 긴장을 향해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
2015년 08월 16일 (일) 15:17:42 정득환 논설위원 겸 대기자 iperi@iperi.org

 

 성장기의 형제(兄弟)는 서로 치고 박으면서 형제(兄弟)의 애(愛)를 키운다. 세월과 함께 성장하는 신장(身長)만큼 둘의 관계 또한 성숙(成熟)의 단계로 나아간다. 물론 성장기 이후 새로운 문제들에 부딪히면서, 비록 형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척을 지는 예도 적지 않다. 급기야 부모님이 남긴 유산을 놓고 다투는 형제는 피차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죽음까지 불사한다. 관련 뉴스를 검색하면, 그런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벌이는 경영권 분쟁 곧 소위 ‘형제의 난’ 또한 그러한 사례 중의 하나다. 그러나 앞서의 예는 지극히 제한적인 경우다.
이 땅에 사는 국민들 중 그 대부분은 자식들에게 물려 줄 재산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오히려 빛을 상속시키지 않으면, 그게 다행인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피를 나눈 형제애는 그 어떤 정리보다 더 끈끈하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은 오늘 우리는 남북관계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나? 지난 70년의 시간 동안 남북은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지탱해왔다. 북은 북한 공산당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로서, 남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로서, 남북은 지난 70년 동안 마치 앞서의 신장이 커가는 형제처럼 아웅다웅 하며 지내왔다.

조선조 500년 역사에 빗대 생각하면, 분단 70년이라는 기간은 이제 막 남북 모두가 청년기를 벗어나는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점은 이후 남북이 충돌하면, 서로에게 작은 상처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존망을 결정할 수도 있을 만큼 큰 상처를 남긴다.

남북한 모두 강한 힘을 가진 청년기의 국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우선 북은 3대 세습체제를 굳혀 30대 초반의 김정은이 국가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가 등장한지 불과 3년만이다. 그리고 지난 70년의 시기 동안 북한은 줄곧 대남무력적화통일 준비에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북한은 지금 세계 핵 강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이에 비해 남한은 경제력 면에서 폭풍성장 곧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남북한 국민의 삶의 질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인당 국민소득이라는 경제지표만을 놓고 보면, 북은 남한보다 거의 15배 이상 못사는 나라다. 남북통일이 8천만 겨레의 염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득격차는 남북이 하나 될 수 없는 두꺼운 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구나 그 벽은 철옹성에 가깝다. 즉, 그 동안 비바람에 무너지면서 쌓여 견고하기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이제 이 벽은 순순히 무너질 수 없다. 우리는 우리와 사정이 비슷했던 분단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무혈로 무너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것은 그 날 이후 우리의 희망이 되었다. 그 때문에 우리 모두 남북을 가르는 155마일에 걸쳐 처진 휴전선 철책이 무혈로 걷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 같은 희망을 키울수록 우리에게는 더 큰 좌절의 시기가 닥쳐온다는 점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어쩌면 무혈의 평화통일은 우리가 고대하는 가장 아름다운 꿈이다. 꿈은 꿈이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그 동안 김일성이 사망하면, 김정일이 사망하면, 북한체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사망하면서 북은 더욱더 강력한 군사무장을 강화했고, 급기야 북은 3차 핵실험(2013.2.12.)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서 핵 강국의 세계적 대열에 들어섰다.

이제 북은 체제 결속만 강화하면 된다. 그것을 위해 김정은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하게 ‘병진노선(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밀어붙이며, 이후 크고 작은 도발을 지속적으로 감행해 올 것이다. 하지만 이후 북한 군부의 각종 도발은 좀 더 치밀하고, 계산적인 행태가 될 것이다. 그것을 통해 북은 그 도발에 대한 책임을 남한당국에 떠넘기려 들 것이다.
그게 성공하면, 북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는다. 그 때문에 우선은 남남갈등이 촉발되고, 다른 하나는 국제무대에서 잃은 북의 신뢰 회복이다.

북한군은 지난 70연 동안 죽음을 각오한 채 남침을 위한 전략과 전술개발에 열중해왔다. 이에 비해 우리군은 여차하면 정권에 눈독을 들였다. 그리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군 내부에 파벌을 만들기까지 했다. 한국 주둔 주한미군이 군사적 억지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이미 이 땅은 제2의 6.25 전쟁의 발발과 함께 적화통일을 길을 걸었을 지도 모른다.

분단 70년, 이미 남북관계는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넜다.

2008.7.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박왕자(당시 53세, 금강산 관광객)씨 피살 사건을 시발로 뒤틀어진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천안함 폭침사태로까지 이어지자 급기야 이명박 정부는 2010.5.24. 소위 5.24 대북봉쇄조치를 단행했다.

이후 경직된 남북관계는 좀 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인 2011.12.17.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사망과 함께 불과 27살의 어린 나이의 김정은에 의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째인 올해는 그것을 더욱더 공고히 하는 해로 보인다. 김정은은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지난 2013.12 처단하는 결단을 내린 후 지금까지 약 70여명에 달하는 아버지 시대의 권력 중추들을 완전히 제거했다.

이로써 김정은의 권력세습은 일단 완결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남북관계다. 사실 북한은 그 동안 상시적으로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면서까지 대남도발을 감행해 왔다. 특히,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에 이어 2002년 6월 제2차 연평해전까지 감행했다. 그것도 모자라 그로부터 8년여가 지난 2010년 3월에는 천안함 폭침 사태, 뒤이어 같은 해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경 연평도 포격 사태까지 벌렸다.
이 기간 동안 남한에서는 김대중 정부(1998.2.-2002.2)로부터 노무현 정부(2002.2-2008.2), 이명박 정부(2008.2.-2013.2)를 거처 현재 박근혜 정부(2013.2-)로 무려 3차례에 걸쳐 정권이 바뀌었다. 북한이 대남도발을 감행한 시기를 고려하면, 북한의 군사도발은 남한 정부의 성격과는 별 상관계가 없어 보인다.
물론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 정책의 근간을 수정했다. 김대중 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인 소위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여기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개인적 욕심도 한 몫을 한 것으로 국민은 여긴다. 그 정책을 통해 막혀있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2000.6.15.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은 6.15공동선언을 이끌어 냄으로써 남북한 간의 긴장관계를 획기적으로 이완시켰고, 남한의 자본을 이용해 북의 개성에 공단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경제협력의 큰 길 또한 열었다. 김대중 정부를 뒤이은 노무현 정부 역시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했고, 2007년 10월 4일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10.4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우리정부의 대북유화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으로 막을 내렸다. 더구나 6.15공동선언에 따라 실시되어온 금강산관광조차 앞서 말한 박왕자 피살 사건과 뒤이어 터진 서해교전과 천안함 폭침 사태로 취해진 우리정부의 소위 5.24조치로 완전히 봉쇄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의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소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베를린 선언이 있었지만, 여기에 대해 북은 그저 10.4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촉구하며 대화에 거의 응하질 않고 있다. 특히 2010.3.26.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이명박 정부가 단행한 5.24 대북제재 조치(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을 전면 불허, 남북 교역 중단, 국민의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는 남북관계의 전면적 단절을 불렀다. 보다 근본적으로 남북관계가 뒤틀린 데는 북한의 ‘핵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북한의 대남 도발은, 앞서 지적했지만, 정부의 성격 혹은 우리정부의 대북정책과 별 상관계가 없다. 북이 그 동안 대남도발을 지속적으로 감행해온 데는 또 다른 특별한 목적보다는 체제의 안정을 위한 내부결속용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 내부의 결속이 가장 느슨한 때 곧 체제 위기 때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북한군은 남한에 대해 군사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지 간에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군이 도발해 올 때마다 그저 미온적 태도로 대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저들에게는 입만 가진 것이 우리 군이요, 정부였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에게는 전시작전권이 없다. 그 때문에 북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우리 군은 즉각적이고 단호한 독자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북은 이 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북이 상시적으로 제한적 도발을 감행 해 온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이후 우리 군이 북의 제한적 군사도발을 막자면 우리 군이 북의 제한(국지전)적 도발에 대해 즉각 응전할 수 있도록 제한적 범위 내에서의 전시작전권만이라도 행사할 수 있는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이에 대한 협조를 미군으로부터 구해야 한다.

이 외에도 북은 우리경제가 북의 군사적 긴장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안다. 이 때문에도 북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즉, 북은 미사일 한방이면, 남한 경제가 엉망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대북 군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북은 김정은 일인체제로서 신격화 된 김정은 일인의 나라다. 북한 인민은 김정은에게 충성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가 그 일에서 보람을 찾고 있다. 사상적으로 완전 무장한 10만의 북한 공산당원은 그 어떤 말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북이 체제를 이어갈 수 있는 힘 역시 그곳에서 나온다.

우리가 옳은 대북정책을 수립하자면, 북의 실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를 놓고, 북한 당국은 우리 군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의 이 같은 발표가 있자, 우리의 SNS상에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내용의 글들이 연이어 오르고 있다.
이런 내용의 글이 개연성을 얻게 된 데는 우리 군 및 정부의 허술한 대응이 한 몫을 하고 있다. 그 점을 적시한 것이 바로 지난 12일 유승민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그 자리에서 유 의원은 지뢰폭발 사고가 발생한 날을 중심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 정부, 통일부, 청와대가 각기 다른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국방부는 북의 이번 지뢰도발 사건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고작 한 것이 대북 선전용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이 전부다.
이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우리 군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보여 주는 것으로써 전시작전권이 없는 우리 군 대응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 비무장지대 내에서 일어난 지뢰폭발 사고로 인해 지금 남북한은 서로에 대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있다. 왜 이처럼 남북관계가 지금 시점에 최고조의 긴장 관계로 나아가는가? 이는 현 북한 김정은 체제가 새로운 위기 속을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추가도발 가능성을 꼭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만, 그 도발을 초기에 제압하지 못하면, 남북관계가 청년기에 접어든 만큼 확전 또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지적 도발이 확전으로 이어지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북의 말대로 불바다가 될 수밖에 없다. 그 같은 사태는 우리 모두의 공멸을 의미한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화해 협력을 통한 평화 모드는 그래서 중요하다. 다만, 우리가 확실한 우위를 가질 때만 우리의 의지대로 대북정책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 이는 분단 70주년을 맞아 우리 모두가 상기해야할 점이다.
/ 201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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