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형폐지론을 주장하는 이유는?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상당한 근거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논리로만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오판의 사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DNA감식 판별법이 등장한 이후에 많은 오판 사례가 드러났다. 특히 성폭력 사건에서 많이 발생했다. 사형은 한번 집행하면 되돌릴 수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사형을 집행하는데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형제도를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에서는 확실한 사람, 정말 극악한 범죄자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또한 역사적으로 합리적인 기준도 설정되지 못했다. 그들이 주장하기에 3명 이상 죽인사람, 연쇄살인범, 미성년자 죽인 자 등은 사형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리적인 기준설정이 어렵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애초부터 이러한 모순을 안고 출발한다.
2. 실제로 오판가능성이 어느 정도인가?
판사나 검사가 대단히 오판을 하는 경우 보다는 실제로 수사과정에서 재판과정에서 오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예전에 김기웅 순경 사건이 있었다. 파출소 순경이 근무시간에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냈는데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그리고 나서 김기웅 순경이 붙잡혔다. 이 사건은 증거가 명확했다. 김기웅 순경도 자백을 했다. 그리고 유죄선고를 받았다. 그러다가 사건이 대법원 계류 중 이었는데 진범이 잡혔다. 범인이 다른 범행을 저지르다가 잡혀서 아주 우연히 진범이 잡힌 케이스이다. 이 사건은 배태랑 검사가 수사를 진행했으나 그 동안 진범을 잡지 못했다.
3. 신문칼럼을 쓰게 된 동기는?
검사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법조계의 문제가 있다면 나도 일원이지만 다른 사람을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의문이 생겼다. “우리는 과연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한국 형사사법이 세계최고의 수준인가?”
나는 좀 더 적극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법조인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열심히 일한다는 것만으로 능사는 아니지 않는가?
4. 로스쿨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도입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법시험으로는 불가능한가? 법과대학 전공여부와 상관없이 단지 3년 동안, 법률지식이 없이 대학원에 입학해서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시스템이지만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단지 로스쿨제도로서 현 법조계의 문제가 해결이 가능한 건지?
차라리 미국처럼 정원제한 없이 시행하는 게 낫다. 지금은 아주 기형적인 제도가 되어버렸다. 법학교육이 한 단계에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사법시험의 문제점은 사법연수원제도, 기득권제도, 선후배간의 관계 등이 있다.
법학교육과 실무가 동떨어져 있었으나 로스쿨제도를 통하여 이론과 실무가 하나로 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5. 국민이 더 좋은 법률서비스를 받으려면?
예전에는 정말로 법조인들이 서비스마인드가 부족했다. 하지만 10,000명에 가까운 변호사가 생기면서 많이 향상되었다.
그 동안 법률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는 부문, 예를 들면 금융기관, 공공기업, 관공서 대민서비스 등에서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외국의 경우, 교도소에도 변호사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6. 변호사들의 경쟁상황과 향후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다르다고 생각한다. 과다하다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 아직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로스쿨제도 뿐만 아니라 변호사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려야한다. 변호사를 너무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변호사를 늘리려했던 의도는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도 경쟁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실무를 하다보면 실력 있는 변호사보다 영업능력이 있는 변호사가 더 인정받는 경우를 많이 본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전에는 변호사 광고도 없었다. 소비자입장에서는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소비자가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질을 높일 수 있는 경쟁을 해야 한다.
7. 변호사를 제대로 고르는 방법은?
먼저 변호사 자신의 개인적인 인맥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그 변호사가 얼마나 영향력과 경력이 있는지 그리고 비용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선택하면 된다.
8. ‘전관예우’에 대한 견해?
예를 들면 무혐의 주장 등을 할 때 판사와 검사가 서로 토론과 대립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선후배 관계와 사건처리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인맥을 통해 실력발휘가 이루어지는 시대는 지났다. 하다못해 수술을 받더라도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맡기게 마련이다. 전관예우에 의해 덕을 보기는 어렵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 국민들부터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상당부분 해결되었다고 본다.
9. 사법계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하면 잠재울 수 있을까?
법률가들을 싫어하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변호사는 선망의 직업이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존경받지는 못한다. 우선 법률용어가 너무 어려워서 국민들이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법률가 스스로 ‘후견자’, ‘윗사람 같은 권위의식을 갖기 쉽다. 즉 ’내가 돌봐주겠다‘라는 권위의식, 특권의식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누구나 법률적 진행과정을 알 수 있도록 국민이 쉽게 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판결문을 쉽게 쓰려는 노력을 하는데도 아직도 상당히 어렵다. 대학교 나온 사람도 이해할 수 없다. 예전에 최초 한글로 판결문을 쓰려고 했을 때가 기억난다. 그 당시 판사들이 난감을 표현했다. 이건 불가능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고 이제는 모두 한글로 판결문을 작성한다. 판결문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법률용어는 더하거나 뺄 수 없게 한다. 계속 써왔던 한자어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더 새롭고 쉽게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률가들은 실제로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지만 쉽고 재밌게 글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10. 변호사는 사회에서 엘리트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변호사 모습이 있다면?
법률가로서의 임무는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로 뽑힌 자가 아니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목소리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11. 본인의 소신과 반대되는 사건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변호사는 찾아온 의뢰인을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 사회에서도 변호사를 자유롭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사람이라도 변호할 생각이 있다. 만약 변호사 본인의 소신과 도저히 맞지 않는 경우에는 사임해야 한다. 또한 의뢰인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할 경우, 변호사와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사임해야한다.
12. 변호사로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로서는 실력이 있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로펌소속 변호사이기에 회사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책이나 글을 통한 법률메신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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