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안 처리 등 정국 현안을 타개하기 위해 전격 제안한 ‘여야 정치협상회의’에 대한 각 정당의 시각은 대체로 곱지 않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대통령이 처리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면 순식간에 물꼬가 트인다”며 청와대의 재요청까지 거부 의사를 밝히고 아예 인준 안과 임명 안을 철회하라고 청와대에 ‘백기 투항’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소수 야당을 무시한 처사에 쌍심지를 켜고 이번 제의가 ‘제2의 연정’ 구상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게다가 여권 내 사정은 더 안 좋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사전 협의 없이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카드를 꺼내든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며 청와대와의 당정 협의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정국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청와대의 입장에서 보면 ‘얻는 것은 없고 속내만 내보인 카드’로 ‘야당과의 대화 채널도 없는 상태에서 타이밍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여당 인사의 말을 곱씹으며 괜히 말을 끄집어냈다는 후회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의 말처럼 정치협상회의 제안의 기본 취지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정치 협상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출구가 막힌 국회에서 여당은 각종 안 상정과 표결처리를 강행할 것이고 야당은 야당대로 단상 점거 등 모든 방법으로 처리를 막을 것이 뻔하다.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충돌과 파행으로 치달으면 늘 그랬듯이 대화와 타협의 좌절이라는 몫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겨질 것 또한 분명하다.
이미 문제는 제기되었다. 경제, 외교, 국방, 보건 등 시급한 현안은 수두룩하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면서 눈만 뜨면 상대방을 헐뜯고 깎아내릴 방법을 구상하는데 정력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정치인들에게 정말로 묻고 싶다. 눈앞의 실익도 중요하고 명분도 필요하지만 내부적인 반목과 질시로 얼룩진 역사를 더 이상 대물림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현실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며 현명한 국민은 그러한 작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중국을 보라.
큰일을 앞에 두고 누구 하나 작은 목소리로라도 반대하던가! 꼭 해야 할 일에 대해 얼마나 조리 있게 설명하고 차분하게 대처하던가!
한반도 정세를 이용하여 오히려 내부적으로 결속하여 외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독도를 차지하려 하고 있지 않은가!
힘든 세상을 사는 백성들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나라와 국민을 사랑한다는 정치인들의 화합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정권에 혹은 정권욕에 목숨을 걸고 있는 건 아닌지 여야 모두 자성의 시간을 가지길 간곡히 바란다.
dalbr@par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