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

바람이 겨울을 몰고 오고 있다. 모진 바람이다. 따뜻함이나 안온함 그리고 부드러움과 포근함을 아주 매몰차게 몰아내버린다. 인정사정 두지 않고 모두 다 쫓아내버린다. 인색함이 앞서고 냉혹함만이 날을 세운다. 삭풍 앞에서는 그 누구도 힘을 쓰지 못한다. 비실비실 자리를 피하기가 바쁘다. 다른 도리가 없다.

바람 앞에는 모두가 힘을 잃는다. 고운 단풍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힘을 잃은 이파리들은 속절없이 날리고 있다. 뒹구는 신세로 전락하여 한없이 낮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열정도 찾을 수 없고 빛깔의 화려함도 사라졌다. 낙엽을 바라보면서 낙엽의 입장이 되어본다.

비참할 것이다. 화려하였던 날들이 분명 있었지만 모두가 뜬구름이 되어 벼렸으니 말이다. 남아 있는 자존심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을 것이고, 눈물이 앞을 가릴 것이 분명하다. 고운 색깔로 모든 이의 부러움을 샀던 때가 엊그제인데, 그 것이 모두 다 꿈이 되어버렸다. 허망하겠지만 현실이니 어쩌란 말인가.

▲ 바람

‘무슨 소리?’
‘아니란 말이야?’
‘당연히 아니지.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뭐라고?’
‘생각해봐. 낙엽이 되지 않으면, 봄을 맞이할 수 없잖아. 겨울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춥기는 하지만 그 덕분에 쉴 수가 있고 따뜻한 봄을 기다릴 수 있지.’

▲ 존중

아전인수 격으로 생각하고 있던 나의 뒤통수를 치는 말이었다. 생각이 얼마나 아둔하고 이기적인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내 입장에서만 생각함으로서 일어나는 어리석음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 긍정

일연 스님은 우리 몸에는 여섯 가지 도둑이 있다고 하였다. 보는 것마다 가지려고 하는 눈이 도둑이고, 좋은 소리만 들으려하는 귀와 좋은 냄새만을 원하는 코도 도둑이라 하였다. 거짓말을 일삼고 맛있는 것만 찾는 혀와 안일만을 추구하는 몸과 그리고 생각이 바로 그 도둑이라고 하였다.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 하는 것은 도둑이란 말이다.

▲ 감사

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낙엽의 입장이 되어 모잔 바람에게까지도 고마워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아무리 억울한 일도 易地思之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생활을 이어간다면 행복이 바로 손에 잡히는 것은 아닐까. 낙엽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