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겨울답지 않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아름답다. 그런데 이상 난동으로 인해 겨울이 그 본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욕구란 대책이 없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따뜻한 것을 원하면서도 겨울이 포근하니, 싫은 것이다.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기에 채워지지 않는 2 %가 있는 것일까?

  옛날부터 소한 추위는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그 이름값을 하는 것일까. 기상 예보가 요란하더니, 강풍과 함께 눈보라가 몰아쳤다. 집사람은 환호성을 올리면서 방방 뛰었지만, 내 마음을 반반이었다. 눈의 낭만을 추구하는 마음이 반이었고 나머지 반은 삭풍의 추위에 대한 걱정이었다.

  망설이는 마음을 나서게 한 것은 집사람이었다. 집을 나서니, 걱정스러운 마음은 금방 어디론가 사라진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원초적인 유목 본능이 발현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인류는 원래 자유롭게 방랑하던 존재가 아니었던가. 걱정스러운 생각은 실종되고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여행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인가.

  증산교 법당은 전북 김제시에 소재하고 있다. 그 앞에는 넓은 호수가 출렁이고 있었다. 출렁이는 물 위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강한 바람과 함께 난무하고 있는 눈이 판타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결치고 있는 물 위에 무리를 이루고서 겨울을 즐기고 있는 청둥오리의 모습이 들어온다.

  도전의식.

  오리를 바라보면서 춥다는 생각이 멀어졌다. 눈과 마주하고 서 있으니,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반면에 기분이 맑아지고 상쾌해지는 것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야 하겠다는 마음이 앞서가고 있는 상태에서 청둥오리는 그 것을 가록 막고 있는 것이었다.

  오리들은 삭풍을 즐기고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몰려드는 눈보라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겨울의 참 맛은 바로 이런 것이야’ 라고 말하고 있었다. 즐거움을 참지 못하고 날개 짓까지 하고 있을 정도였다. 오리의 모습에서는 싫다거나 두려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겨울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스트레스로 여기고 있던 눈보라에 대한 나의 생각이 순간에 달라졌다.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게 되면 이미 스트레스가 아니다. 따뜻한 집안에만 있었다면 이런 기분은 절대로 가질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안주하고 정체되어 있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소한 추위가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겨울을 겨울답게 만들어주었으니, 그 것은 분명 선물이었다. 눈보라 앞에 서서 당당하게 맞서본다. 나도 모르게 가지게 되는 생각이 있다. 자신감이 생긴다. 세상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두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 따라 소심해지는 마음까지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눈보라는 계속 몰아치고 있었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