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이 난다. 살아가면서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당면한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짜증과 스트레스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스트레스는 결과에 대한 원인이 분명하다. 그러나 짜증은 그 것이 불분명하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인 까닭일 것이다.

  단조로운 생활 리듬도 마음에 들지 않고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불편하다. 아이들은 모두 다 자기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 물론 아이들의 요구를 모두 다 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하는 아이들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환한 얼굴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즐거워질 것이다. 그런데 들어줄 수 있는 것보다 들어주지 못할 때가 훨씬 더 많아서 문제다.

  큰 아이는 등록금이 필요하고 둘째는 근사한 졸업 선물을 요구하고 있다. 막내는 새 학년이 되었으니, 사야 할 참고서가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있다면 짜증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것이 결코 쉽직 않다.

  삼천천으로 나섰다. 찬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을 위하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가슴에 와 닿는다. 활기가 넘치는 모습에서는 짜증이나 스트레스를 찾아 볼 수 없다. 물론 그런 감정은 주관적인 줄은 안다. 그렇지만 제 3 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너무 보기가 좋다.

  세상의 고민이 모두 나에게만 몰려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 더욱 더 짜증이 커진다. 똑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저들은 저렇게 활기가 넘치는데, 왜 나는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의 문제를 인정하기가 싫고 반항하고 싶어진다.

  “후두둑 --”

  억새 사이에서 날아오르는 참새 한 무리가 일어나는 소리였다. 하늘로 올라서 이내 가까운 곳으로 우르르 몰려 앉는다. 그리고는 또 다시 이동하는 것이다. 그들에게서는 미련이나 여운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날아올랐다 내려앉는 모습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거기에는 짜증이나 스트레스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파란 하늘에 올랐다 가볍게 내려앉는 참새는 분명 몸을 낮추고 있었다. 거만하거나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참새를 보면서 나의 오만함을 발견하게 된다. 짜증의 원인도 바로 나의 이런 잘못된 생각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부끄러워진다. 나를 낮추게 되면 삶의 고뇌는 사라지고 행복이 샘솟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