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 탑이 거기에 있었다. 천년이란 세월과 맞서 당당하게 그렇게 서 있다. 물론 시간과의 사투의 흔적은 많이 남아 있다. 절을 지키고 있는 전탑으로서 분황사는 사라지고 홀로 남아 있다. 탑 자신의 본디 모습을 유지하지 못한 채로 서 있다. 모진 바람에도, 숱한 세상의 소용돌이에도 자신을 지키고 있다.

  분황사를 바라보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남아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탑은 현재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사라진 과거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신라인들의 마음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금은 브랜드 세상이다. 브랜드의 위력은 대단하다. 누구나 브랜드를 가지고 싶어 한다. 그 것도 가능하다면 지구촌에 통용될 수 있는 브랜드를. 그러나 누구나 브랜드를 가질 수는 없다. 원한다고 하여 모두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피를 깎는 노력이 요구된다.

  분황사 탑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브랜드라는 생각이 든다. 그 것도 지구촌에서 통할 수 있는 브랜드라다. 유일무이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일무이한 것만으로는 브랜드가 될 수는 없다.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해진다. 분황사 탑은 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니, 그만이 가지고 있는 향이 있다. 당연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나” 라는 브랜드.

  나라는 존재도 분명 유일무이하다. 세상에 오직 나 하나뿐이다. 그렇지만 지구촌에 통할 수 있는 브랜드는 아니다.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미미하지만 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정도가 되지 못한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기면서도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를 짐작도 못하고 있으니, 못난 것은 분명하다.

  올해에는 “나”라는 브랜드를 키워보아야 하겠다. 왜냐하면 나 자신은 분명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분명 독특한 향을 가질 수 있는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직 찾아내지 못한 능력을 찾아내 재창조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공명될 수 있는 독특한 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분황사 탑이 말하고 있다. 나 자신이 나를 믿지 못한다면 무엇을 이룰 수 있단 말인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믿고 성실하게 노력한다면 시나브로 “나”라는 브랜드가 형성될 것이다. 은은하게 배어나는 ‘바위 얼굴’처럼 독특한 향을 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작은 힘이나마 즐거움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분황사는 그렇게 거기에 서 있었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