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부터 수도권 공공기관이 이전해 갈 혁신도시의 토지 보상이 시작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집값 불안 우려를 내놓고 있다. 4조5000억원 정도의 보상금이 풀리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언뜻 생각하면 혁신도시 토지 보상금이 지급되면서 유동자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안정에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따져보면 혁신도시 건설 보상비가 대거 수도권으로 몰려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에 가깝다.
참여정부 들어 지금까지 토지 보상으로 지급된 돈이 61조원인데, 그 중 균형발전으로 인한 보상금 지급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보상금 3조원이다. 그리고 이 3조원은 수도권에 거의 투자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흔히들 균형발전 보상으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뛰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관계을 벗어난 셈이다.
특히 한 해 330조원에 이르는 수도권 부동산 거래액과 5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시중 유동자금과 비교할 때 균형발전에 따른 토지 보상비가 수도권 부동산을 자극할 것이란 주장은 과하다. 결국 이는 수도권 집값을 들먹이며 내심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때리기'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이미 균형발전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보상금이 부동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북 김천시청에서 혁신도시건설 실행전략 보고회를 주재하고 있다.
토지 보상, 채권 보상 등으로 보상금 관리
우선 공익사업을 위해 편입되는 땅의 수용자가 원할 경우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토지보상법이 오는 4월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지난 23일 중앙일보는 ‘혁신도시 10곳 토지 보상 5월 시작... 4조5000억 또 풀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토지보상법이 ‘뒷북 대책’이며 “일러야 올해 말이나 시행할 수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 법은 유예기간 없이 공포와 동시에 시행할 계획이므로 5월에 보상이 시작되는 혁신도시에도 적용된다.
또 대토 보상은 땅주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실시하는 것이므로 ‘현금 보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땅주인들의 반발’ 도 사실에 맞지 않다.
건설교통부는 혁신도시 보상에서 현금 대신 토지로 받는 규모가 전체의 20~3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현금으로 지급되는 보상은 4조5000억원이 아닌 3조1000억~3조6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부재지주에게 지급되는 1억원 초과 보상은 반드시 채권으로 보상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어서 시중에 풀리는 돈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금으로 지급되는 보상금에 대해서도 다른 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이미 마련돼 있다. 보상금으로 해당 시도에서 대체 부동산을 살 때만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해 주고, 보상금을 금융기관에 장기간 예치할 경우에는 개발된 상가부지 매입 때 우선 입찰자격을 준다.
이 같은 방안이 적용돼 보상이 거의 마무리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예를 보자. 현재까지 지급된 행정도시의 보상비 규모는 3조1000억원 가량. 이 중 3700억원 가량이 채권으로 보상됐으며, 3000억원은 행정도시 내 상업용지 분양을 위해 금융기관에 장기 예치됐다. 대토 보상이 시행되지 않았는데도 전체 보상의 21% 가량이 현금으로 풀리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보상 계약 중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1880억원 가량의 보상금만이 충청권 외 지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민간에서 수도권 택지 개발 한다면
중앙일보는 균형발전 보상비 외에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 택지개발 보상비도 부동산 열기를 더 키우는 ‘현금 폭탄’이라며 불안감을 부추겼다. 인천 영종과 고양 삼송, 평택 소사벌 등 현재 보상 진행 중인 지역의 보상금 규모가 12조원에 달한다는 것.
하지만 이 지역들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의 핵심인 주택 공급을 위해 불가피한 택지개발 지역이다. 만약 같은 규모의 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 건설업자들이 개별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면 더 많은 돈이 풀리고 분양가 상승은 물론 난개발 등 문제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수도권 공공택지개발로 인한 보상금은 민간이 비효율적으로 치러야할 용지비를 대체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byun121212@dau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