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30 글로벌포럼’
‘일본의 21세기 비전’ 총괄책임자인 코사이 유타카(香西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별고문은 1일 ‘비전 2030’과 관련, “일본은 1980년대 버블붕괴를 겪으며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빨리 극복했다”며 “한국은 일본의 실패한 정책을 타산지석 삼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코사이 유타카 일본경제연구센터 특별고문이 1일 국정브리핑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관하고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이 후원한 ‘비전 2030 글로벌포럼’에 참가한 유타카 고문은 이날 <국정브리핑>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오늘 오전 ‘비전 2030 글로벌포럼’에서 한국의 ‘비전 2030’ 발표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봤다”며 “어떤 면에선 일본과 유사하다고 느꼈는데 한국이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타카 고문은 제조업기반 산업구조가 지식기반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한국은 역동적인 힘이 있고 부상하는 나라”라며 “휴대폰의 예를 보면 한국 사회는 변화에 잘 적응할 준비가 돼 있는 나라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조업기반 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은 일본에서도 현재 진행 중”이라며 “왜냐하면 일본의 경우 제조업에 대한 향수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보장제도 개혁과 한국의 사회보장시스템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유타카 고문은 “한국의 사회보장시스템을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며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후 사회보장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드는 부담이 매우 커졌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유타카 고문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 코사이 유타카 일본경제연구센터 특별고문 인터뷰

	▲ 코사이 유타카 일본경제연구센터 특별고문.

- 한국은 최근 저출산·고령화와 제조업기반 산업구조에서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이라는 두 가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 도전들은 일본도 이미 경험했거나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의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 제조업기반 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은 일본에서도 현재 진행 중이다. 왜냐하면 일본의 경우 제조업에 대한 향수가 강하기 때문이다. 숙련된 기술에 대해 존중하는 문화가 있고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기술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IT가 발전하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장비와 노동의 대체가 가능해지고 있어 일본에서도 현재 큰 변화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냉전 이후 세계 경제는 단일화되고 있다. 과거 중국과 인도는 사회주의 국가였고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러시아 등도 공산주의를 지향했으나 지금은 자본주의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저임금 국가로 제조업이 집중되면서 공동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9세기 선진국이었던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 3개국의 2000~2005년 경제성장률은 평균 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은 2%였고 중국은 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과거 선진국일수록 성장률이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만은 예외다.

제조업 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나라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과 미국과 영국 등 앵글로 색슨 국가들에 한정된다. 이 나라들은 제조업의 아웃소싱을 통해 성공적인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에 성공한 사례다. 반면 프랑스와 일본은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은 역동적인 힘이 있고 부상하는 나라다. 휴대폰의 예를 보면 한국 사회는 변화에 잘 적응할 준비가 돼 있는 나라라고 본다.

- 유타카 특별고문은 지난 2005년 4월 발표된 ‘일본의 21세기 비전’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타카 고문이 한 역할과 ‘일본의 21세기 비전’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다면.

▲ 나는 ‘일본의 21세기 비전’ 전문조사회장을 맡아 보고서를 발간하는 총괄책임을 맡았다. ‘일본의 21세기 비전’은 4개의 연구팀으로 구성돼 추진했는데 첫째 경쟁력, 둘째 일본인들의 삶, 셋째 도시와 농촌의 관계, 넷째 공공지출과 거시경제 예측으로 나누어 보고서를 냈다.

- 한국 정부도 지난해 △혁신적이고 활력있는 경제 △안전하고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안정되고 품격 있는 국가 등을 목표로 한 국가비전 2030을 제시한 바 있다. 유타카 고문은 한국 정부의 비전 2030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고령화 문제는 일본 사회에선 ‘발등에 떨어진 불’”

▲ 오늘 오전 ‘비전 2030 글로벌포럼’에서 한국의 ‘비전 2030’ 발표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봤다. 어떤 면에선 일본과 유사하다고 느꼈는데 한국이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1980년대 버블붕괴를 겪으며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빨리 극복했다. 일본의 경우 1990년터 2005년까지 15년간이 잃어버린 시기였는데 근로자들의 의욕이 상실됐고 소득이 감소했다.

일본의 고령화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한국은 아직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이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고령화문제는 일본사회에 있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국은 일본의 실패한 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아사히신문은 2006년 12월 28일자 사설에서 총리 자문기관인 정부 세제조사회 회장으로 임명된 유타카 고문에 대해 ‘경제성장 없이는 재정재건 없다’는 아베 총리의 성장중시 경제노선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또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움직임 등에 대해 “대기업의 외상을 납세자 전체에게 부담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법인세 일변도가 아닌 소비, 소득, 자산도 포함한 종합적인 세제를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타카 고문은 아사히신문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수기반 넓히며 세율은 낮출 수 있는 방안 검토 중

▲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아사히신문이 사설에서 지적한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법인세를 낮출 경우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논란의 여지가 많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에서 영향력 있는 신문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나 실제로 일본의 경우 법인세율이 유럽보다 굉장히 높은 편이다. 수치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독일도 최근 연방법인세를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은 법인세율은 낮추면서 세수는 줄이지 않는 방법을 채택한 것으로 안다. 법인세를 낮추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세수기반을 넓히면서 세율은 낮출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현재 검토 중이다.

- 일본의 21세기 비전을 보면 국가 역할과 관련 극빈층에 대한 사회보장시스템은 유지하되 고령화시대에 부합하고 민간의 경제활동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자립지원형 정책을 주된 수단으로 하고 있다. 반면 아직 사회보장시스템이 일본에 비해 덜 갖춰진 한국의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개선이나 비정규직 대책 등 정부의 역할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경제발전상황이 다른 한국과 일본의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지금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 한국의 사회보장시스템을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일본은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후 사회보장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드는 부담이 매우 커졌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최소한 수준의 사회보장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효율적이고 공평한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웃국가다. 한국은 특히 동북아시아의 항구적 번영과 평화를 위해 유럽연합과 같이 경제공동체를 시발로 한 동북아 공동체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일본은 한중일 FTA 체결 등 동북아 공동체 구상에 다소 소극적인 편이다. 유타카 고문의 견해는.

▲ 나는 경제학자이지 외교관이나 정치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EU의 경우 어느 정도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EU는 경제적인 통합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통합도 추구하고 있다. 물론 EU 내에도 반대의견이 있지만 많은 나라들이 비슷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공동의 헌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때인가 단일 헌법이 될 것으로 본다.

반면 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의 경우 서로 다른 정치시스템을 갖고 있다. 중국의 경우 공산당이라는 일당주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인권문제는 어느 나라나 갖고 있는 문제지만 아직까지 민감한 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시아 3국(한·중·일)의 공동 헌법 제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3국은 민주주의 발전 단계는 물론, 경제발전의 수준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EU모델을 따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경제통합에도 많은 장애물이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에서도 영국이 EURO(유럽통화제도)에 가입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