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희망을 키우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육군상 만들어...

2군수지원사령부 95정비대대 소속 마루나눔 동아리 김정현 상사

누구나‘언젠간 꼭 해야지’생각하지만 나눔과 봉사를 일상처럼 행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시간이 생기면 경제적으로 더 넉넉해진 이후에 봉사하겠다는 말은 사실 기약 없는 약속이다. 현 위치에서, 어떤 상황이라도 본인 의지만 있다면 봉사는 얼마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상 긴장된 상태로 지낼 때가 많은 군인이라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봉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좀 더 윤택하고 긍정적으로 의미 있게 꾸려온 2군수지원사령부 95정비대대 소속 김정현 상사, 자신의 선행이 훗날 누군가에게 참 따뜻한 순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그의 음성이 내내 귓전을 울렸다.

내 봉사의 동력, 양부모와 주고받은 정과 사랑에서

“봉사활동은 2013년 12월 말부터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알려질 일도 아니고 저보다 좋은 일 하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강한 인상과는 달리 수줍어하며 그간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는 김정현 상사, 지난 18년간 인천에서 근무하다 포천으로 오게 되었단다. 어린 시절 조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자랐던 터라 주변에서 혼자 외롭게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아팠다는 김 상사. 그래서 명절이나 어버이날에 이웃에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필요한 물품을 전하는 봉사를 꾸준히 해왔던 그다.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일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추진력을 갖고 봉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3년 겨울 무렵, 단골로 찾던 성동한우식당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후배들과의 모임이 있어 서둘러 식당으로 들어서는데 식당 앞에 배추가 한가득 쌓여 있더라고요. 저는 식당에 필요한 김치를 만드는가 보다 했지요. 사장님과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사장님 말씀이 이 동네에도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나 다문화가정이 많다면서 좀 나눠 주려고 김장을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내일 눈이 올 거 같다며 걱정하시더라고요. 어림잡아도 한 600포기는 돼 보이던데…. 저는 속으로 저걸 하루 이틀에 다 하시겠나 싶어 걱정스럽더라고요.”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배추와 걱정스런 사장님의 눈빛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는 김 상사는 그 다음날 후배들과 성동한우식당을 찾아갔다.

“김장김치를 담그던 그 날을 시작으로 제 봉사가 시작된 거죠. 그 전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이웃을 돕는 선에서 불규칙적으로 이뤄졌다면 지난 3년가량은 정기적으로 꾸준히 봉사를 지속해왔어요. 봉사라는 게 누군가를 돕고 필요한 걸 주고 타인을 위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봉사를 통해 제 삶의 많은 변화, 특히 마음속에 긍정적인 에너지랄까요.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기쁨과 보람을 얻게 되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제 작은 도움이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니, 그보다 더한 보람이 있겠습니까.”

성동한우식당 사장님을 포천북부희망복지센터의 최상진 센터장을 알게 되었고 3년 동안 지속적인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친한 후배 9명도 소개해 함께 활동 중이라고 했다.

작은 관심, 나눔, 배려, 지원이 누군가에겐 삶의 희망

김 상사는 인천에 머물 당시 그와 정을 도탑게 나눈 분들을 양아버지, 양어머니로 여기며 섬겼다는 김 상사.

“작은 셋방에서 나오는 수입 월 85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이셨어요. 명절이나 어버이날, 생일 때마다 찾아가 챙겨드리면서 그렇게 10년을 만나왔죠. 얼마나 정이 많은 분들인지, 그분들은 제게, 저는 그분들에게 의지하며 끈끈한 정을 이어왔는데….”

안타깝게도 두 분은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었지만 그 이상으로 사랑을 주셨던 분들의 따뜻한 돌봄과 관심, 배려 덕분에 그 또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어려운 이들을 돌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봉사를 하면서 알게 된 남자아이인데, 다른 아이들에 비해 떼를 쓰는 정도가 너무 심했어요. 친구들도 사귀고 운동도 하면서 마음의 울분을 해소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태권도 학원비를 내주게 되었죠. 중학교에 다니는 소녀가장인 한 여학생도 2년 넘게 매월 1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는데 한창 예민할 시기라서 제가 직접 그 아이들을 만난 적은 없어요. 요즘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전해들을 뿐이죠. 이전보다 많이 밝아졌다는 얘길 들으면 기쁘고 제 작은 도움과 관심이 아이들의 삶을 조금씩 바꿀 수 있구나 싶어 행복합니다.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대장님(중령 김용)과 동기, 후배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 합니다.”

봉사에 함께 참여하는 후배들이 모두 그처럼 매달 10만원씩 정해놓고 기부를 하는 건 아니다. 기부라는 게 좋은 뜻이니까 모두에게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김정현 상사처럼 마음이 이끌리지 않고선 지속성 있게 참여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매달 1~2만원 선에서 기부를 하거나 재능기부로 도움을 전하는 다른 동아리 회원들 또한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봉사를 하는 것이니 그 또한 감사할 따름이라는 김정현 상사, 가닿을 수 없는 여유와 당당함, 넉넉함이 인터뷰 내내 묻어나는 건 봉사하는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축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