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 꽃이 피었네.”

  온통 꽃 세상이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활짝 피어난 꽃은 감동이다. 비록 꽃의 크기는 작지만 경이로움의 세상이다. 하얀 꽃잎이 만들어내는 새로움이 우뚝하다. 하얀 바탕에 노란 점 하나 찍혀 있어, 마음을 잡고 놓아 주질 않는다. 세속의 욕심 같은 것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歸信寺.

  전북 김제시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산사다. 대적광전 앞마당에 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제 그렇게 찾아왔을까? 경쟁이라도 하듯 피어난 봄꽃은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오늘(07년 2월 25일)이 마치 봄의 향연을 벌이는 날이라도 되는 것 같다. 따스한 햇볕과 바람 앞에서 아주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환하게 피어난 풀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평온을 얻을 수 있다. 평온이란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말한다. 평온과 상반된 입장에 서 있는 상태는 흥분이다. 감정이 앞서서 이성은 조금도 작용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분노가 치밀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화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였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원하는 것의 주체는 마음이다. 마음은 만족을 할 줄 모른다. 하나를 얻으면 그 다음을 또 원하기 때문에 화는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것이 떨어지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죽도록 싫은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화는 폭발한다.

  일상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끝없이 원하면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여 헐떡이고 있다. 작은 성취를 하게 되면 그 것에 희희낙락하고, 또 다른 욕망을 향해 불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좌절하면서 화를 내면서 방방 뜬다. 몸 안에 불덩이를 간직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평온과는 먼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화의 원인이 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 상관이 없으면 핑계거리를 찾아내려고 혈안이 된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은 당연하고 흥분으로 방방 뜬다. 세상에서 가장 모진 고통을 혼자만 당한다고 착각한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런 상태가 유지되어 평온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간다.

  산사의 봄.

  작은 풀꽃들이 펼치고 있는 향연을 바라보면서 평온을 떠올린다. 흥분에 익숙해져 있어 잊어버리고 있던 안온함을 되찾게 되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왜 잊고 있었을까? 나 자신을 풀어놓지 못한 탓이다. 긴장할 줄만 알았지 이완의 편안함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도 몰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

  2 월의 휴일에 찾은 작은 산사에서 평온에 젖어든다. 이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안정감을 찾은 것이 얼마만인가. 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평온을 체험하게 된다. 사람이 우쭐거릴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도 함께 깨닫게 된다. 시나브로 찾아와 활짝 피어난 풀꽃에게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깊게 숨을 들여 마실 수 있어 좋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