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나쁜 아이콘 展]
전통적 주제나 회화방식을 개인적이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생산

김은진은 동양적 회화방식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로, 이제까지 죽음, 희생, 구원, 치유라는 종교의 본래적인 성향을 이미지화 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종교의 성스러운 본성들이 인간의 탐욕이나 폭력과 만나면서, 본래와 달리 변형되고 이중적이며 혼재된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카톨릭의 성상들이 그녀의 회화에 언급된다는 것은 단지 도상의 차용일 뿐, 그녀의 종교적 관심을 성화의 이미지의 차용일 뿐, 새로운 창조를 이루고 있다.

2년여 동안 준비해 왔다는 이번 전시는 1월20일부터 2월 19까지 광화문 일민미술관 제 2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회의 작품들에는 옷, 의복이 중요한 기호 도상으로 나타난다. 특정 종교와 관련된 의복이 한지에 채색으로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특히 카톨릭의 의복은 작가에게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모티브라고.
교황이나 사제를 암시하는 돼지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중적인 사제의 인물에는 명품 로고가 그려져 있고 영락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모피코트를 두른 교황의 뒷모습이나  고운 장갑을 두른 한 손과 피가 나고 거친 손을 가진 조각나 성모상이나, 입을 버리고 있는 성모상, 오래고 낡아서 깨어진 인형의 형상도 보인다. 깨지고 조각난 형상을 얼추 짜맞추고 봉합시키는 것은 김은진 작가의 오랜 주제다. 
제의를 통해 투영되는 종교의 얼굴은 거룩함이나 신성, 구원 헌신. 등인데 그것이 사람이 지닌 악적인 요소, 즉 폭력과 잔인함이 만나 만들어진 이중적이고 혼재된 모습에 작가는 주목하고 있다.

“따분하고 지루한 그림은 싫어. 재미있고 익살 가득한 그림이 좋아.”
김은진 작가는 일부러 그림 감상을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고 한다. 특정 작가를 좋아하고 그 작품에 빠지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작가의 작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만의 뚜렷한 작가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대학에서는 동양화를 전공하고 ‘commumication arts'대학원 과정을 마친 작가는 동양화의 물흐르는 듯한 잔잔한 선들보다는 과감하고 강렬한 색채들로 동양화의 선을 뛰어 넘었다.
언뜻 보면 서양화 같은 그림들은 모두 한지위에 그린 그림.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후광을 두르고 있으며 선명한 단색으로 마감되고 강렬한바탕색이 자리했다. 그런 장면들은 어딘지 낯설고 기이하고 생경스럽다. 작가에 의해 달라진 옷은 엉뚱한 상상력과 낯선 결합을 통해 기존의 이콘과는 다른 매우 파격적인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대부분 미술은 따분하고 재미없고 고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재미있고 익살 가득한 그림이 좋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녀의 그림에는 모두 이중적이고 그녀만의 재치와 위트가 담겨져 있다.

“그림은 사람을 불쌍한 마음으로, 욕심을 버리고..”
 
“욕심을 버려야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이 그림으로 내가 얼마의 이익을 챙길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됩니다.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은진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바라는 일은, 자신의 그림을 보고 힘든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힘든 일 고된 삶 속에서 찌든 그네들의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전시회는 김은진 작가의 독특한 시선과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세상의 풍경이 궁금한 사람들, 세상에 힘들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 좋은 시간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김은진 작가
서울생
1992 이화여자 대학교 동양화 졸
1994 New York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원 Communication Arts 전공
개인전
2006  일민미술관. 서울
2004  ‘아트서울’ 예술의 전당 함가람 미술관. 서울
2003  인사아트 갤러니 .서울
1998  보다 갤러리. 서울
1994  크리킷 캘러리. 뉴욕

주요 단체전
2004  ‘정물예찬’ 일민미술관. 서울
2004  ‘in&out' 세종문화회관 별관. 서울
2004  ‘어떤 낯섦“ 갤러리 라메르. 서울
2004  “떠도는 영혼이 머무는 풍경‘ 에스피스 다빈치. 서울
2003  ‘미술치료’ 성곡미술관. 서울
2003  “인형과 인형‘ 토탈 미술관 . 서울

수상
1998  올해의 한국 미술선 선정(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일민미술관 제 2전시실
김은진 나쁜 아이콘 展
일시 2006.1.20~2.19까지
 5호선 광화문역(5번출구) 또는 1,2호선 시청역하차
화요일~일요일 오전 11:00~ 오후 7:00
(월요일은 휴관이며, 개관시간은 전시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