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수 전남경찰청 1기동대 소속(사진)

지난 13일 한 남성이 여자대학교 인근 여성원룸 건물에 들어가 방을 들여다보거나 옥상으로 올라가 다른 건물의 내부를 훔쳐보던 중 순찰 중이던 경찰에 의해 주거침입 혐의로 붙잡혔는데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원룸 CCTV에 찍힌 본인의 모습을 보고 범죄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CCTV 영상 속에서 그는 여성원룸의 각 호실에 귀를 대고 있거나 외부 건조대에 널어놓은 속옷 냄새를 맡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검정마스크를 쓴 채로 여성 원룸을 훔쳐보던 30대 남성,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건너편 원룸 건물 창문에서 속옷만 입은 여성을 촬영한 50대 남성, 전자발찌까지 착용한 30대 남성이 원룸건물에 살던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 등 원룸촌에서의 성관련 범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원룸과 같은 1인 가구의 경우 직장이나 학교 등의 이유로 타지에서 올라와 이웃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독신자들이 많고, 원룸 건물의 출입이 비교적 용이할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쉽게 우편함을 볼 수 있어 개인의 신상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다. 또한 원룸 건물 자체적인 보안시스템이나 장비가 허술하여 범죄자들의 주 대상이 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통계청의 2015년 인구총조사 자료를 기준으로 1인 가구 비율이 40% 이상인 지역을 1인 가구 밀집지역, 40% 미만인 지역을 1인 가구 비(非)밀집지역으로 구분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의 범죄발생률을 분석하였는데, 1인 가구 밀집지역이 비(非)밀집지역보다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발생률이 2~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간·강제추행의 경우 1인 가구 밀집지역에서 평균 10.9건이 발생해, 평균 3.8건이 발생한 비(非)밀집지역에 비해 3배가량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것도 범죄발생률을 높이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이미 1인 가구가 27.2%로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어섰고, 가구 유형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원룸' 등 단독주택 거주비율이 높고 노년층의 비율이 높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만큼 보안시스템이나 장비가 더 중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찰에서는 1인 가구 밀집 지역, 특히 여대 주변 원룸촌에 대한 일제점검을 통해 시설을 개선하고 시설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범죄예방 환경을 조성하고, 성범죄 등 대 여성범죄 예방 탄력순찰 및 여성 안심귀갓길 구역으로 지정해 순찰 등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이런 노력만으로는 날로 지능화되고 조직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시민들의 도움과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집안의 시정장치를 꼭 잠그고 현관문 비밀번호는 가까운 사람이라도 쉽게 공유하지 말고, 현관문의 안전 고리를 설치거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간단한 경보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좋다 창문에는 방범창이나 가시철망을 설치하여 외부에서 내부를 쉽게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주변의 가로등이 꺼져있거나 추가로 설치가 필요하다면 민원을 통해 바로바로 해결하는 등 주변의 사물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관심이 곧 범죄를 예방하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피해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나와 가족, 친구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조심하고 내가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한다. 범죄취약지역이 아닌 범죄제로(Zero)지역이란 말이 많이 들리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