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건강을 위협하는 10대 요인 중 대기오염과 온난화를 첫 번째로 꼽기도 했다. 실제로 WHO 발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매년 조기 사망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7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중 그 입자가 매우 작은 먼지를 말한다. 크기별로 구분해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미세먼지가 위험한 이유는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 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결막염이나 비염을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 크기가 작아 몸 속에서 걸러지지 못한 채 폐로 직접 들어가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을 유발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보다는 심혈관계에 치명타를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심장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사망 1위의 질병은 심혈관계 질환이라고 밝힌바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은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높다. 미세먼지가 ‘죽음의 먼지, ’은밀한 살인자‘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미세먼지에 노출이 되면 몸 속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혈관 수축과 혈전 생성을 촉발한다. 혈압이 증가하고 심장 박동을 촉진해 심부전이나 부정맥 발생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미세먼지와 더불어 초미세먼지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분석 데이터 업체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베트남 하노이가 전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초미세먼지 등 대기질 상황이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부산이 17위, 인천이 22위, 서울이 30위를 각각 기록했다. 에어비주얼은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오존 등 6개 대기오염 물질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출하며, 교통수단의 배기가스, 화전, 산업공장 배출 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에어비주얼은 90개 주요 도시의 대기오염 지수 순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인류의 가장 큰 위협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면서 세계 각 국가는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방콕과 인근 지역 공기 질이 급격이 나빠지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태국은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태국 정부는 초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는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친환경 차량 운행 여건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삭사얌 칫촙 교통부장관은 지난 10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에 대해 세금과 등록비를 줄여주는 한편 배기가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차량에 대해서는 세금과 등록비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1천㎡ 면적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공기정화탑도 태국 수도 방콕의 시내 중심가에 들어섰다. 방콕시는 공기정화탑이 대기오염을 줄이는데 효과가 입증이 될 경우 방콕 시내 전역에 걸쳐 연내 50개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1위를 기록한 베트남의 경우는 정부차원에서 뚜렷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70만대가 넘는 내연기관 오토바이가 다니는 하노이는 초미세먼지(PM 2.5) 수치가 258.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세계보건기구(WHO)의 안전기준은 25㎍/㎥다.

유럽연합 중 환경오염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손꼽혔던 이탈리아는 2017년 미세먼지 시즌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푸른 환경을 되찾은 사례다. 이탈리아는 겨울철이 특히 대기오염이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 10월부터 3월까지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3 이하의 경유차에 대해 운행을 제한했다. 유로3은 우리나라에서 통행 제한 대상으로 꼽히는 5등급과 비슷한 등급이다. 이탈리아 일부 주에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단순한 통행 제한 수준을 넘어 강력한 정책으로 이어졌다. 통행 제한을 어기면 최대 659유로(약 87만원)의 벌금을 매겼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차량이 약 300만대에 달했다. 해당 기간에 미세먼지 농도가 50㎍/㎥를 사흘 연속으로 넘어가면 긴급 경보를 발령하고 유로5 차량까지 운행이 제한된다. 뿐만아니라 난방온도는 19도, 공장은 18도를 넘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 강력한 미세먼지 정책을 실현하였다.

벨기에 브뤼셀의 경우는 이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09년부터 11월에서 3월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4단계로 나눠 대응을 하는데 1단계 시 승용차 사용을 자제하고 난방도 20도로 제한한다. 24시간 관측된 초미세먼지 농도가 71㎍/㎥ 이상이 되면 브뤼셀 지역 내 일부 허가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운행이 금지된다. 또한 연중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제도가 시행되며 유로2 경유차 운행도 막고 있다. 만일 이들 차량이 불가피하게 운행을 해야할 경우는 하루에 35유로(약 4만 6,000원)인 패스를 구입해 이용하되 연간 최대 8일로 운행이 제한된다.

디젤차의 고향인 독일의 경우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모여있는 슈투트가르트 지역에 대해 10월부터 4월까지 미세먼지 시즌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30㎍/㎥ 이상이면서 대기가 정체될 때는 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하는 한편 대중교통을 20~35%가량 할인하고, 카셰어링으로 전기차를 이용할 경우 대여료 50% 할인과 함께 무료 주차를 시행했다.

미국 캘리포티아주의 경우는 2011년부터 미세먼지 시즌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곳은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인인 화목연소를 집중 규제하는 정책을 시행하였으며, 이를 어기면 최대 500달러(약 6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은 그야말로 대기오염과 6년째 전쟁 중이다. 2013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대기 10조(대기오염 방지 행동 계획)을 세우고 2017년부터는 징진지(베이징, 텐진, 허베이성) 지역에 대해 미세먼지 시즌제를 시행해 대기질을 특별관리하고 있다. 무허가 환경오염 유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신속한 퇴출과 함께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방 정부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지역 내 공장을 폐쇄하는 등 고강도 대책도 병행해 시행하고 있다. 리간제(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장(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는 2013년부터 5년간 43% 줄었다. 중국은 대기 질 회복을 위해 노후 생산시설을 없애고 관리를 강화했으며 화목(火木)난방을 청정난방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노후 차량 2000만 대를 퇴출”하는 등 미세먼지 개선에 긍정적인 결과가 이뤄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있는 서울시와 베이징을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개선된 부분을 찾을 수 없다. 12월부터 3월까지인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운행 제한의 근거를 마련한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 2건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가 되더라도 지방자치단체 조례 마련까지 추가적인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올겨울에는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시행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대책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에 비교해 24% 가량 줄이는 내용을 담은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확정한데 이어 지난 11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되었다.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도 최근 확정됐다. 2024년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35% 이상 저감하겠다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①국내 저감, ②국제협력, ③국민건강, ④정책기반, ⑤소통·홍보 등 5대 분야 총 42개의 과제와 함께 20.2조원의 예산 투입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었다. 지난 9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정부에 제안한 정책을 적극 반영했다고는 하나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2017년과 2018년에 수립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에 내놓기로 했던 경유차 감축에 관한 로드맵도 빠진 상태다. 정부가 대책을 미루는 사이 국내 경유차는 올해 처음으로 천만대를 넘어섰다. 계획기간 동안 20.2조원의 예산 투입이 필요한 상황인데다 신재생발전을 35%까지 확대하기 위한 국민의 추가 부담도 필요하다. 때문에,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내용에 대한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다. 정부는 전국의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대해 영업용 차량의 경우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라 운행제한에서 제외를 시켰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큰 대형 차종의 경우 계절관리제가 시행되더라도 단속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때문에 전국의 배출가스 5등급 차량 247만대 중 실제 운행제한의 적용을 받는 차량은 최대 114만 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대형 경유차를 우선적으로 운행제한 대상으로 삼고있는 유럽에 비한다면 규제폭이 크지 않은데다가 실효성도 적어진다는 지적이다.

겨울철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인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중간 국제협력을 통한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알맹이가 빠진 채 공허한 외침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4일,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 해법 논의를 위해 첫 국제 포럼을 열었다.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와 공동으로 ‘원대한 포부, 더 강력한 행동’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와 지역, 국제사회의 다양하고 효과적인은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대기오염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번 포럼에서는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야닉 글레마렉 녹색기후기금(GCF) 사무총장,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 등 세계 각국의 환경 분야 전문가 등 모두 350여명이 참석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해법을 논의했다.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연대이며 세계적 난관은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