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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 : 심행수묵 尋行數墨(저자 박 필우)
2020년 05월 02일 (토) 13:20:15 박병삼 논설위원 겸 대기자 willbr@hanmail.net
   

제목부터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희를 턱하니 불러다 앉혀 놓았다.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다가 독자가 고리타분한 선입견부터 가질까 저어되었는지, 자전적 에세이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려 달라는 듯 첫 장을 넘기자마자 “이 책은 안단테로 읽어 주세요.”라며 엄살을 피우며.

책을 펴기도 전에 작가는 진짜 달은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고 싶어서일 게다. 즉, 삶을 이렇게 사는 것이 좋다. 저렇게 사는 것이 좋다. 수많은 경전을 아무리 들춰봐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글자라는 것. 우리의 삶이 진정한 진리이고 달이니 애당초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보지 말라는 경고임에 틀림없다.

참으로 건방지지만 인정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틀을 짜놓았다. 그래서 잠자리 안경 속에 감춰둔 선한 눈매로 막걸리 잔을 들이킬 때와는 달리 툭툭 내뱉은 말투가 거칠고 표현의 까칠함이 성글어도,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 보려고 아무리 용을 써본들 자꾸 비뚤어지기만 하는 자신을 시리도록 먹먹하게 바라봐 본 사람이면 대번에 작가의 뜻을 알아챌 수 있다.

박 작가의 ‘심행수묵’은 새로운 연구결과가 아니다. 때문에 흔하디흔한 영문 초록도 필요 없다. 심오한 내용을 기대했다면 더 전문적인 책을 참고하면 된다.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발품 팔아 모아 놓은 교과서 증보판쯤이라 생각하면, 완벽하지는 않으나 모자란 부분은 충분히 채워질 수 있기에, 저자는 깡촌을 뒤져 찾아낸 우리문화재 보존의 총괄기획자인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관광문화는 갔다 온 것, 즉 인증 샷만이 각자의 휴대폰에 전리품처럼 남겨져 있다. 선대 조상이 마을마다 풀어놓고 맡겨놓은 것들을 보고 만지러 두 번은 안 간다는 뜻이다. 재방문에 기대를 걸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박 작가는 차라리 분화된 방법(=집필)이 지속가능한 보존문화를 위한 소명의식이라며 펄쩍펄쩍 덤벼보는 것이리라.

자연학자인 박 필우 작가는 애써 가꾸거나 바꾸기를 권하지 않는다.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옛날로부터 빌려온 것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일종의 차용증을 받아든 채, 읽을 준비가 안 된 사람일수록 더욱 힘든 그 어려운 소통의 길에 분연히 나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소통은 어려운 일. 디테일이 무너지면 디자인이 무너진다고 했던가. 생태학적인 보존가치를 높이고 사라져가는 다양성을 지켜내야 하는 작가의 핵심가치가 무겁게 느껴지는 지금에서야 그의 모든 일상이 전통과 자연의 파괴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몸짓이었음을 알겠다.

- 박 병삼(코리아뉴스 논설위원, 대구경북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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