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와 충북 괴산의 앙금으로 남은 속리산 문장대 온천 개발 사업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환경 파괴를 우려한 충북은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1일 충북 괴산군에 따르면 경북 상주지역 ‘문장대 온천 관광휴양지 개발 지주조합’은 지난달 2일 대구지방환경청에 문장대 온천 환경영향평가서 재협의 본안을 제출했다. 온천개발이 주변 생태에 미칠 영향을 판단해 달라는 절차로, 통과되면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대구환경청은 2018년 6월 지주조합이 낸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반려 근거는 문장대 온천관광지 지정과 조성계획의 이미 효력을 잃었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판단이었다. 문체부는 지주조합이 사업허가 취소 이후 2년 안에 다시 허가를 받아야 관광지 조성사업이 유효하다는 관광진흥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주조합은 2009년 10월 대법원 판결로 이 사업이 허가 취소된 뒤 2년간 재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주조합은 최근 법제처로부터 문체부 판단이 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이유로 부적합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아 대구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요청했다. 상주 지주조합은 스파시설과 호텔 등을 갖춘 95만6,000㎡ 규모의 온천관광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상주시 화북면 운흥·중벌리 일대에 1,5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문장대 온천 개발 사업은 1985년 속리산 기슭인 상주시 화북면 일대 530만㎡가 온천원 보호지구로 지정되고, 89년 상주 지주조합이 낸 온천 개발 사업을 상주시가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인접한 충북은 수생생태계 파괴와 한강수계 오염을 이유로 반대했다. 괴산과 상주의 마찰은 소송으로 이어져 2003년과 2009년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모두 충북이 이겼다.

하지만 지주조합은 2015년과 2018년 사업 재개를 외치며 일부 사업을 변경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2018년 6월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된 뒤 충북지역에서는 “사업 백지화로 30년을 끌어온 지역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환영했었다.

2년 만에 상주 지주조합이 다시 문장대 온천개발에 나서자 충북도와 괴산군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도영 문장대온천 저지 청천면 대책위원장은 “온천을 개발하면 상주에서 발원해 괴산군으로 흐르는 신월천에 오·폐수가 유입될 것이고 남한강과 만나는 달천까지도 수질이 악화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로 2차례나 허가가 취소되고 환경청이 환경평가서를 반려한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는 것은 괴산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문장대온천개발저지대책위원회 이두영 운영위원장은 “지주조합이 제출한 환경평가서는 이미 작성한 지 7년이 지나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현재 수립 중인 한강수계 2단계(2021~2030년) 수질오염총량관리 기본계획도 반영하지 않은 평가서라 신뢰성이 결여됐다”고 설명했다.

충북도와 괴산군은 지난달 29일 대구지방환경청에 문장대온천 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문장대온천개발저지대책위는 조만간 환경부를 방문해 온천 개발의 부당함을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