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1000년 역사의 도시인 경북 경주시 내 양북면의 명칭이 내년부터 문무대왕면으로 바뀔 전망이다. 

경주지역에서 신라 왕의 이름을 따 행정구역 명칭이 변경되는 것은 처음이다. 

양북면은 삼국 통일을 완수한 문무왕의 능으로 알려진 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이 자리 잡고 있다.

경주시는 23일 양북면 명칭 변경 관련해 주민 1288세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137세대(88.3%)가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76.5%의 주민이 새 명칭으로는 ‘문무대왕면’을 제안했다.

경주시 양북면은 일제강점기에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설정된 이름이다. 하지만 이 명칭이 지역의 특색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양북면에는 명칭변경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양북면 주민 대다수가 지역 명칭을 문무대왕면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곳이 바로 문무대왕이 잠든 곳이기 때문이다. 양북면 봉길 대왕암 해변 맞은편 동해에는 바위로 만들어진 문무왕의 수중릉이 있다.

신라 30대 국왕인 문무왕은 나당전쟁에서 승리하고 삼국통일을 완수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여러 신하들이 (왕의) 유언에 따라 동해 어귀 큰 바위에 장사 지냈다. 민간에서 전하기를 ‘임금이 화하여 용이 되었다’고 하고, 그 바위를 가리켜 대왕석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 역시 문무왕이 죽어서도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동해 바다에 묻히길 원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경주시는 명칭변경추진위에서 새 명칭안을 선정해 의결하면 전문위원 검토를 거쳐 관련 조례를 개정할 방침이다. 조례가 개정된 이후 경북도에서 최종 승인을 할 경우, 이르면 내년 2월쯤 양북면의 명칭이 문무대왕면으로 바뀌게 된다.

올해 1월 1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 문무대왕릉 해변에서 시민들이 새해 첫 해돋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 가오리연은 관광객들이 새해 소망을 적어 날린 것이다. 경주시는 2020년 해돋이 행사로 70m 길이의 용 모양 풍선을 날릴 예정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양북면은 일출과 일몰이 장관인 곳이자 호국정신과 삼국통일정신을 바탕으로 한 교육의 메카”라면서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적을 아우르고 있는 양북면이 새 명칭과 함께 관광 도시로 비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경북에서는 군위군도 고려 시대 승려 일연이 삼국유사를 저술했던 고로면의 명칭을 ‘삼국유사면’으로 변경한 바 있다. 고로면은 내년 1월부터 삼국유사면으로 불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