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하는 장애인 정책 업무보고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애인 정책 분야 ‘2007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에는 시각장애인·지체장애인·발달장애아동 학부모·장애인복지연구원 등 120여 명의 국민참여단이 참석, 대통령과 함께 정부 장애인 정책에 대한 보고를 받고 실효성 있는 장애인 정책 추진을 위한 다양한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4일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 장애인 정책을 주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들은 업무보고 내용과 참석단 제언을 귀 기울여 들은 뒤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별로 정책에 적극 반영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애 조기발견 위한 신고 의무제 시행되길”

“의사나 안경사, 사회복지사 등 현장 의료진이 장애를 발견했을 때 각 지자체 관련기관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장애신고의무제’ 시행을 제안합니다.”

부산점자도서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경혜씨(시각장애 1급)는 장애인 예방과 장애 조기발견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또박또박 의견을 이어갔다.

지역 중증장애인들이 보다 실질적인 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서울에만 있는 국립재활원을 대한민국 6개 광역시·도에 설립할 것을 덧붙여 제안한 이 씨는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도 여성이고 노인이고 학생이고 문화소비자”라며 “앞으로 개정될 장애인복지법 내용에는 해당 부처별로 마련한 다양한 장애정책이 포함돼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후천성 장애가 79%라는 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신고 의무제도는 어떻게든 노력을 좀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시민 복지장관도 “장애인 예방과 조기발견을 위한 정책은 적극 검토하겠다. 지방 재활센터는 현재 제주, 영호남, 충청 등 순서로 건립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속도가 조금 느리지만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설명했다.


“잘 만든 정부 장애인정책 잘 전달돼야”

유 장관이 전문가 의견을 좀 들어보겠다며 소개한 변용찬 한국보건사회원구원 장애인연구팀장(지체장애 2급)은 “각종 장애인 종합대책이 잘 전달되려면 전달 체계가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4일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 행사에 참석한 국민참여단이 장애인 참석자의 의견 발표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그는 “현재 장애인 수가 급증하고 복지수요도 다양화되고 있지만 장애인등록 및 판정체계가 의료적 기준으로만 이뤄져 있어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와 정부 서비스가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오늘 업무보고 내용을 보니 이 부분에 대한 개선작업이 이뤄질 것 같다. 좋은 정책이 잘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신력 있는 장애정보제공시스템 갖춰 부모 시름 덜어줬으면”

발달장애 아들을 둔 어머니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이경아 씨는 “보통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굉장히 ‘극성’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며 “그렇게 발로 뛰어 다니지 않으면 아이의 장애 증상에 대해 제대로 알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아이 증상에 대해 아는 사람을 붙들고 일일이 설명하거나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야 할 만큼 정보가 없고 판정 의료진마다 다른 얘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준비된 사회적 도움의 손길이 없다는 게 가장 속상한 일이기 때문에 진단 체계부터 문의할 수 있는 국가적으로 공인된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장애인 숨은 능력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제공되길”

한편 어릴 때 앓았던 열병으로 뇌병변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이민홍 씨(삼성전자 근무)는 “일반인 선입견과 달리 학창생활은 평범하게 보냈지만, 막상 취업 전선에 나가보니 늘 ‘불합격’ 통지를 받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장애인고용추진연대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마련한 6개월 간의 훈련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삼성전자에 취업해 근무하고 있다”며 “이런 제 모습이 장애인들도 사회의 들러리가 아닌 떳떳한 구성원으로 살 수 있다는 증명이 되고, 숨은 능력을 지닌 장애인들이 실력 휘할 수 있는 기회로 연결되었으면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감사…시설 내 인권유린 꼭 개선돼야”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광이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법제정위부위원장(지체장애 1급)은 “악의적, 반복적,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장애인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 장애인차별법 제정이 이뤄져 기쁘다”며 “장차법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려면 관련 실무인원 증원과 보완대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간 사회복지시설 내 인권유린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를 위해 사회복지사업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은 장애인정책 패러다임 바꾸는 일”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서명식에서 노 대통령은 "장애인 여러분의 인식과 사회적 대응 능력이 날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정책과 제도의 성과 이상의 희망을 가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은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배우고 일하고 이동하는 데 있어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명식 시작 직전 행사에 초대받은 장애인 중 휠체어를 탄 남녀 2명이 장애인의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대통령 앞으로 다가가 시위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으나 곧 상황이 정리되고 예정대로 서명식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