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은파 유원지에는 여유가 넘쳐나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힐 정도로 많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질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것은 하나의 기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만약 넘치는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지 않으면 혼란이 일어날 것은 분명하다.

  오리 배가 물 위를 떠다니는 모습에서 사랑을 본다.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기에 인정하고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마주보기도 하고, 서로 멀어지기도 하면서 마음을 주고받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바라보는 시선에 사랑이 담겨 있으니, 그 것이 만들어내는 모든 현상이 기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축 늘어져 있는 수양버들의 모습이 유연하다. 연록의 빛깔이 주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면서 수 만 가지 형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엇 하나 경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 인생 사 갖가지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지난날들이 더해지면서 오묘함을 느끼게 된다,

  이파리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았다. 이파리 사이사이에 고운 꽃을 피어내고 있었다. 오밀조밀한 꽃모습이 마음을 잡아버린다. 그 끝에는 영롱한 색깔로 빛나고 있어서 더욱 더 우뚝하다. 수양버들의 이파리의 연록은 연록대로 빼어나고 꽃은 꽃대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은파 유원지의 풍광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받고 살아간다. 햇살을 비롯하여 수많은 혜택을 받으면서도 그 것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상실하고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을 당연히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받지 않으면 불평불만을 터뜨리면서 분통을 터뜨린다.

  자연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그런 모든 것들을 수용하고 있다. 받기만 하면서도 줄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조금도 탓하지 않는다. 그 어떤 무리한 요구에도 인상 한번 쓰지 않고 빙그레 웃음으로 답하고 있다. 물론 간혹 화를 내기도 한다. 참다가 참을 수가 없으면, 엄청난 힘으로 경고한다.

  홍수가 그렇게 가뭄이 그렇다. 천둥 번개가 그렇고 지진과 해일이 그렇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재난을 당할 때에는 공포를 주체하지 못하다가도 지나가고 나면 모두 다 지워버린다. 사랑을 주지 않는다고 응석을 부리는 데에만 아주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염치가 없다.

  부모님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늘 받는 데에만 익숙할 뿐, 효도할 생각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핵가족화의 가속화와 물질만능주의의 만연으로 이기심이 팽배해짐으로서 질서가 자꾸 무너지고 있다. 오천년을 유지 발전시켜온 아름다움 효도에 대한 실천이 자꾸만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정의 파괴는 국가와 사회의 근본을 흔드는 무서운 일이다. 물론 사회의 발전에 따라 문화도 따라서 변화되어질 수는 있지만, 그 뿌리는 튼튼해야 하는 법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적 근간은 바로 효도에 있었다. 그런데 그 것이 자꾸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적을 창조해야 할 때이다.

  유원지의 질서를 바라보면서 내 안을 들여다본다. 수양버들의 꽃은 기적을 말하고 있다. 그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봄이 되어 싹을 틔어낸 것도 기적이요, 꽃을 피워낸 것도 마찬가지다. 어디 그뿐인가. 꽃의 모양 또한 어찌도 그렇게 질서가 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들이 어찌 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삶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면 기적은 없다. 그러나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뜬다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무 탈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 또한 기적이 아닌가. 어제 만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놀라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무엇 하나 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 고맙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게 되면 시시각각이 경이로움으로 넘쳐난다. 기적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인생을 기적으로 가득 채워가며 살아가고 싶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