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라 마지막 왕인 애왕(哀王)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하겠습니까?”
공자가 답하기를 “거직조저왕(擧直措儲枉) 즉민복(則民服) 거왕조저직(擧枉措儲直) 즉민불복(則民不服)”이라했다.
“정직한 사람을 등용하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따르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등용하고 정직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다.”
인사의 중요성을 거론할 때마다 회자되는 고전의 한토막이다.
흔히들 인사를 만사(萬事)라고 한다. 하지만 공자가 밝힌 원칙은 만사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특히 남성위주의 독점적 위계질서가 구조화된 공직분야에선 더욱 그렇다. 참여정부 들어 공직사회가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남성중심의 폐쇄적인 사회에서 민주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사회로 거듭나고 있다. 그 변화의 바람은 참여정부의 ‘균형인사’에서 시작됐다. 여성과 장애인, 이공계·기술직 공무원들에 대한 배려를 통해 만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이들은 공직사회의 공인된 ‘소수자’들이었다. 그동안 공직사회가 ‘남성만의 리그’로 운영된 탓이다. 출신지와 성을 중심으로 ‘가름과 나눔’의 문화가 당연시 됐다. 학벌과 전공에 따라 ‘끼리와 따로’ 문화가 위력을 발휘했다. 때문에 여성과 장애인, 이공계·기술직 공무원에게 고위공직 진입은 ‘하늘의 별따기’였고 종종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공직 진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책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4급 이상 공무원의 비율은 5.5%에 불과하다.
참여정부가 균형인사 정책을 추진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여성, 장애인, 과학기술분야, 지방인재 등 공직임용 확대를 통해 함께 사는 균형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다양한 인적자원의 활용으로 정책결정 과정의 다양성, 대표성,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21세기 국가경쟁력 강화와 사회통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자는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발표된 균형인사 정책의 목록은 다양하다. ‘4급 이상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 계획’, ‘5급 이상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 계획’, ‘양성평등채용목표제’, ‘장애인 공직임용 확대방안’, ‘기술직·이공계 공무원 임용목표제’, ‘지방인재채용목표제’, ‘지방인재 추천채용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 정책결정과정 실질적 참여하는 간부여성 육성 시급
참여정부는 여성의 고위직 공무원 비율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100명 가운데 5명에 불과한 정부 중앙부처 4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율이 오는 2011년까지 1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인사위는 올해부터 여성관리직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4급 이상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 계획’의 시행에 들어갔다.
4급은 중앙부처 과장급에 해당하는 직위로 정부정책 결정에서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는 관리자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현재 5.5%에 불과한 여성비율은 2007년 6.2%를 시작으로 2008년 6.9%, 2009년 7.7%, 2010년 8.8%, 2011년 10%로 확대된다.
최근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등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여풍’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고위공무원단에서 차지하는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실례로 올해 판·검사로 임용되는 여성비율이 처음으로 남성을 앞질렀다. 전체 판·검사 임용대상자 190명 중 여성이 102명으로 53.7%를 차지한 것이다.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판사 임용이 예정된 연수생 90명 가운데 여성이 58명으로 64.4%에 육박했다. 여성의 검사 임용률도 전체 100명 중 44명으로 44%에 이른다. 2006년 행정고시 여성합격자 비율도 44.6%에 달했다.
■ 여성·기술직 진출 활발
참여정부가 2004년부터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시행함에 따라 여성들의 기술직 분야 진출이 늘어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성의 합격률이 높았던 교육 등 일부 직종에서 남성이 늘어나는 등 공직 내 직종 간 성비 불균형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참여정부는 또 임용 후에도 여성공무원의 차별을 막기 위해 2002년부터 ‘5급 이상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1년 4.8%에 불과했던 5급 이상 관리직이 2002년 5.5%, 2003년 6.4%, 2004년 6.7%로 늘었으며 2006년엔 10%이상이 되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권오룡 중앙인사위원장은 “양성평등채용목표제 실시, 여성관리자 임용목표제 실시 등을 통해 여성의 공직진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성 관리직 진출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범정부차원에서 꾸준한 개선노력 필요하다”고 밝혔다.
■ 장애인 의무고용적용 직종 2010년 64%로 확대
장애인의 공직사회 입문을 위한 문호도 대폭 넓어진다. 전체 공무원 직종의 32%에 불과했던 장애인 의무고용적용 직종이 2010년까지 64%로 확대된다. 중앙인사위는 2006년 장애인 의무고용직종 확대, 응시 상한연령 연장, 장애수험생 편의제공 등을 골자로 한 ‘장애인 공직임용 확대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장애인 의무고용 제외 직종은 공안직, 검사, 경찰, 소방, 경호, 군인 등 6개 직렬에 한정되고 광공업, 농림수산, 물리, 교통 등 기술직과 학예, 물리 등 연구직, 유치원, 초등학교 교사, 헌법연구관 등이 신규로 의무고용 직종에 포함됐다.
특히 정부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조기달성을 위해 직종별 장애인 수가 2% 미만인 경우, 공채에서 장애인 의무고용 적용직종 신규채용인원의 5%이상을 장애인으로 모집하도록 하는 ‘구분 모집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부문은 2004년, 중앙행정기관은 2005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장애인 의무고용률 2%를 최초로 달성했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87개 정부기관의 장애인 고용률은 지난 98년 1.23%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04년에는 6,079명으로 2.04%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장애인 의무고용직종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2005년 현재 중앙행정기관의 장애인 고용률이 2.15%에서 1.78%로 낮아졌다. 정부는 ‘제2단계 연차별 장애인공무원 임용목표 달성계획’을 수립해 1차년도인 2006년 1.87%, 2차년도인 2007년 2%이상 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애인 공무원 응시상한 연령도 연장된다. 중증장애인이 3세, 경증장애인이 2세 상향됐다. 이에 따라 중증장애인 7급의 경우, 35세에서 38세로, 9급은 28세에서 31세로 각각 조정됐다. 향후 7·9급 공채의 경우, 공개경쟁 채용을 통한 장애인의 공직입문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으로 장애인 공직지원 현황은 2001년 12:1의 경쟁률에서 2004년에는 102:1로 급등했고 2005년에는 170:1을 기록하는 등 대폭 늘어났다. 장애인의 공직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장애인을 소속 공무원 정원의 2%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의 실시로 장애인 고용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과학기술인력특별채용 공직 개방과 경쟁 촉진
과학기술분야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술직과 이공계 출신들이 공직사회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균형인사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정부는 2004년부터 ‘기술직·이공계 공무원 임용목표제’와 ‘5급 기술직 신규채용 확대 5개년 계획’을 추진해 2008년까지 공직사회 내 4급 이상 기술직·이공계 공무원의 비율을 34.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IT, BT, NT 등 신기술 분야의 기술혁신이 국가경쟁력과 경제성장의 핵심요소로 등장함에 따라 우수과학인재의 양성과 활용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 인사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기술직의 정책결정 직위 보임 확대를 위해 직급통합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기술직도 4급 이상이 되면 연구 분야 보다 정책을 입안하는 곳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공직분류체계를 개편했다. 그동안 조직 내 위화감을 불러왔던 기술고시 시험을 행정고시로 통합하고 기술고시라는 명칭도 없앴다.
정부는 또 지난해 이공계 우수과학기술전문인력 31명을 사무관(5급)으로 일괄 채용했다.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기반구축을 위해 이공계 전공자의 공직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또한 행정고시 외에 공무원 채용경로를 다양화해 공직사회 개방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과학기술인력의 특별채용은 이번이 세 번째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과학기술인력 특별채용은 기존 행정고시(기술직)과 별도로 실시하며 선발인원은 각 부처의 인력사정 등을 고려해 30~50명 사이에서 탄력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 개방형 직위 공직사회 경쟁력 제고 한몫
정부가 ‘개방형 직위’를 공모하면서 공직사회의 개방도 한층 가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인사위는 정부 내 207개 개방형직위 가운데 올 10월부터 내년 3월 사이에 임기가 만료되거나 충원이 예상되는 21개 부처 29개 국·과장급 직위에 대해 공개경쟁을 통한 모집을 실시할 방침이다.
개방형 직위제도는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직 내부 또는 외부에서 해당직위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선발, 임용하는 제도다. 여기에는 고위공무원단 직위 164개와 과장급 직위 43개 등 207개가 해당된다. 2006년 9월말 현재 157개 개방형 직위 가운데 민간인이나 타 부처 공무원 등 외부인이 임용된 비율은 42.7%(민간인 34.4%, 타부처 출신 8.3%)로 파악됐다.
특히 외부임용비율은 제도시행 초기인 국민의 정부시절에는 15.9%에 머물렀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약 3년 동안 평균 40.7%로 크게 증가하는 등 공직사회 임용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 가는 추세다.
정부는 이밖에도 행정·외무고시 합격자의 20%를 지방대학 출신으로 의무 선발하는 ‘지방인재채용목표제’와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지방인재를 견습사원으로 선발하는 ‘지방인재추천채용제’를 실시해 수도권과 지방간 인사격차 해소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 2005년 중앙인사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 광역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총 1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여성·장애인·과학기술직에 대한 균형인사 정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점수는 ‘보통’에 머물렀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평가가 2004년 ‘미흡’에서 2005년 ‘보통’으로 한 단계 향상된 것은 참여정부의 균형인사정책이 제도화를 통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기관별 평가결과 중앙행정기관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정청이, 공공기관에서는 대한석탄공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한국철도공사가 상위기관으로 평가됐다. 중앙행정기관은 여성균형인사에서, 공공기관은 장애인과 과학기술인력 활용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광역 자치단체의 경우 강원도, 제주도, 경기도가 상위에 올랐으나 점수는 중앙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에 비해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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