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3점슛이 결정한다?


최고의 자리를 놓고 오는 19일(목)부터 울산 모비스와 부산 KTF가 7전 4선승제의 2006~2007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이하 챔프전)을 치른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 이루지 못한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통합 챔피언을 노리고, KTF는 첫 챔프전 진출과 함께 챔피언 등극을 엿보고 있다.

이번 챔프전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양 팀 감독 유재학 vs. 추일승, 양 팀의 포인트가드 양동근 vs. 신기성, 신인 드래프트 1위로 거듭 성장하고 있는 김동우 vs. 송영진, 양 팀의 다양하고 든든한 벤치 멤버 등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한다. 이 가운데 6강 PO 등 플레이오프 들어 3경기를 더 치른 KTF보다 체력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모비스의 우세가 대세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챔프전에 대한 접근 방식보다 단순하게 3점슛 하나만을 놓고 이번 챔프전을 들여다보자. 어느 팀이 유리하다는 예상이 아니다. 3점슛에 의해 챔피언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여러가지 기록들로 살펴본다.

이기려면 3점슛 7개는 넣어라!
지난 10번의 챔프전 한 경기 평균 3점슛 성공 개수는 15.1개다. 승리팀과 패배팀의 평균 3점슛 성공 수는 7.6개와 7.5개로 대동소이하다. 이기는 팀이나 지는 팀이나 평균적으로 7개의 3점슛을 성공하고 있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3점슛에 대한 시각은 달라진다.

지난 10시즌 동안 챔프전은 58경기가 열렸는데 그 중 37경기에서 3점슛을 7개 이상 성공한 팀이 승리를 거뒀다. 물론 평균이 7.5에 이르는 것처럼 패배팀에서도 7개 이상 성공한 경기수는 36경기이지만, 3점슛 성공 개수가 이긴 팀과 동일하거나 적은 경우가 22경기였다.

즉, 3점슛을 7개 이상 넣거나 상대팀보다 더 많이 성공한다면 승리와 가까워 진다는 의미다. 3점슛을 7개 이상, 그리고 상대팀보다 많은 3점슛을 넣고 패배할 확률은 24.1%(14경기)에 불과하다.

이번 6강과 4강 플레이오프 12경기 중 11경기에서 3점슛 7개 이상 성공한 팀이 승리를 거뒀다. 물론 7개 이상 성공한 6팀이 패배했지만, 이들 중 세 팀은 상대팀보다 성공개수가 적었다.

모비스와 KTF의 3점슛 기록
챔프전에 오른 양 팀의 정규경기 3점슛 성공률은 중상위층에 속하는 36%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모비스는 적당히 시도하고 적당히 성공(성공수 6위)한 팀이지만, KTF는 3점슛 시도 자체가 제일 적어 성공수 역시 최하위인 팀이다.

큰 틀에서 3점슛 기록만 놓고 보면 모비스는 3점슛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팀 같지만, 3점슛 성공 7개 이상과 미만으로 구분해서 승패를 들여다보면 연관관계가 깊음을 알 수 있다. 7개 이상 성공한 경기에서 24승 9패로 승률 72.7%다. 반면 7개 미만 성공한 21경기에서는 12승 9패로 57.1%이다.

모비스의 정규경기 승률이 66.7%임을 감안하면 3점슛 7개 미만 성공했을 때 고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승패에 따른 경기당 평균 3점슛 성공 개수는 각각 11.4개(287/730, 39.6%), 6.9개(124/391, 31.7%)이다.

반면, KTF는 3점슛 시도 자체가 적어 3점슛 성공과는 큰 차이가 없다. 3점슛을 7개 이상 성공한 경기에서 16승 10패(61.5%), 7개 미만일 경우 16승 12패(57.1%)로 승률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 승패에 따른 경기당 평균 3점슛 성공 개수는 각각 5.6개(123/399, 30.8%), 6.9개(222/556, 39.9%)이다. 다만, KTF의 승패에 따른 3점슛 성공률 편차가 9.1%로 모비스의 7.9%보다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왜 3점슛인가?
중요한 경기에서는 순간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 상대의 추격이 거세 때 성큼 도망갈 수 있는 3점슛 두세 방, 반대로 10여점 뒤질 때 성큼 코밑까지 쫓아가는 3점슛 두세 방이 터지면 분위기는 겉잡을 수 없어진다.

모비스는 오리온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쿼터 중반 44-55로 뒤졌으나 김동우의 3점슛 3방으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KTF는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투혼을 발휘하는 LG와 3쿼터까지 대접전을 펼쳤다. 4쿼터 시작과 함께 김도수와 신기성의 3점슛 두 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KTF로 끌어와 챔프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4강 플레이오프에 양 팀은 3점슛 덕을 톡톡히 보며 챔프전에 진출했다.

물론 3점슛은 많이 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순간에 한 방이 터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그 대표적인 것이 KTF와 LG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다. 이 경기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유일하게 3점슛을 7개 이상 성공하지 못하고도 승리를 거둔 경기다.

KTF는 이 날 단 3개의 3점슛을 성공했지만, 9개의 3점슛을 성공한 LG를 제압했다. 3쿼터 16점 뒤지던 KTF가 대추격 끝에 3쿼터 종료 직전 3점슛으로 동점을 만들고, 4쿼터 중반 근소하게 앞설 때 3점슛 한 방으로 LG의 추격의 기세를 꺾어버렸다.

사실 양 팀의 정규경기 6차례 맞대결에서는 3점슛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두 팀이기에 3점슛 기회 자체를 많이 주지 않았다. 모비스와 KTF는 시즌 평균 20.8개와 17.7개의 3점슛을 시도했으나, 양 팀 맞대결 평균은 이보다 적은 15.3개와 14.8개에 그쳤다.

시도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성공률 역시 30% 내외로 극히 저조해 성공 또한 4.8개와 4.3개로 평균 7.6개와 6.4개보다 훨씬 못 미쳤다.

챔프전에서는 전혀 달라진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4강 플레이오프 수훈 선수에 선정된 김동우와 신기성의 3점슛 감각이 물이 올랐다. 또한 양 팀은 오리온스와 LG를 상대로 3점슛 찬스를 쉽게 만들어내 챔프전에 진출한 팀이다.

모비스는 물 셀 틈이 없는 탄탄한 조직력으로, KTF는 골밑 공략이 가능한 두 외국 선수를 중심으로 3점슛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것이다. 정규경기 맞대결에서 3점슛 성공 자체가 적었던 양 팀의 경기에서 3점슛 7개 이상 또는 상대보다 많은 3점슛 성공은 승리와 바로 직결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