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탄신일(4월 28일)을 일주일 앞두고 이순신 장군의 유적을 찾아 남해안 탐방에 나섰다. 남해대교는 육지 쪽에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와 바다 편에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 두 노량마을을 잇고 있다. 남해대교 주위의 바다가 노량 앞바다인데 여수를 지나 통영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통의 요지이다. 이 곳은 이 충무공의 해전지휘 철학이 바탕하고 있으며, 영광스런 죽음을 택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나라의 가장 자랑스러운 인물이며, 후세에 그 이름은 죽어서도 영원히 남아 있다. 필자는 잠시 눈을 감고 조·일 7년전쟁을 떠올리며 충무공의 행적을 되새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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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의 유적, 거북선이 있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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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왜군들이 철수를 하는 가운데 순천에 자리하고 있던 고시니 유키나가는 명나라 해군제독 진린에게 뇌물을 주어가며 본국으로 돌아가는 바닷길을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진린은 왜병을 보내주어야 한다고 충무공에게 이야기하지만 충무공은 이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설득시켜, 고니시 부대를 구하기 위해 출동한 시마즈 요시히로 부대와 노량 앞바다에서 싸움을 벌이게 되는데, 이 싸움이 노량해전이다.
그는 이 싸움에서 전사하지만, 이로써 7년 동안의 임진왜란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남해안에는 이순신과 관련한 이야기와 유적이 많지만 노량 앞바다의 충렬사와 이락사는 이순신이 순절(殉節)한 처절한 싸움터라 더욱 의미를 가지는 곳이다.
충렬사는 하동에서 남해대교를 건너며 왼편으로 보이는 노량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노량나루 언덕에 자리 잡은 충렬사는 충무공을 기리는 사당으로써 충무공이 전사한지 30여년이 지난 인조때에 작은 초사로 출발하여, 효종 때 사당이 되었다. 충렬사를 오르는 계단 끝에서 뒤 돌아 보이는 곳이 바로 노량 앞바다이고 이순신이 전사한 곳이다.
계단을 올라 충렬사에 오르면 시간을 내어 천천히 읽어볼 비가 하나 있다. 바로 ‘충렬사비’인데, 이 비에는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충무공이 이듬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왜적을 크게 무찔러 수군통제사가 되었으나, 원균의 모함을 받아 관직을 박탈당하였다가 다시 수군통제사에 복직하여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순신은 조선의 진정한 대장부요, 불세출의 민족적 영웅이다. 또한 그는 교언영색(巧言令色) 하지 않는 강의목눌(剛毅木訥)의 지성적인 인격자인 동시에 뛰어난 무골의 장수이기도 했다. 보라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그의 모습, 거북선 거느리고 호령하는 그의 위풍, 일생을 오직 한 길 정의에 살던 그이시라, 나라를 구하려고 피를 뿌리신 그이시라, 충무공, 오! 충무공 민족의 태양이여, 충무공, 오! 충무공 역사의 면류관이여, 충무공 찬가를 부르며, 충렬사를 나와 남해읍 방향으로 남해대교를 지나 19번 국도를 따라가자면 다랭이마을까지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가는 길이 다랭이 마을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다.
아스팔트 아이들의 다랭이마을 체험
층층이 쌓여있는 다랭이논을 보면 누가 어떻게 쌓았는지 정말 경이롭다. 한 뼘이라도 농경지를 넓히려는 노력이 모이고 모여서 지금의 다랭이논을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다랭이논이 유명해져서 농경지이상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광고에서, 영화에서 다랭이논과 마을은 참 많이 소개되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러운 환경을 그대로 이용하는 다랭이마을에서의 체험은 보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다음의 알거리와 볼거리는 이곳의 매력을 한층 더 배가시켜준다.
옛날, 한 농부가 일을 하다 논을 세어보니 한 배미가 모자라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포기하고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었더니 그 밑에 논 한 배미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삿갓배미들이 있는 곳이다. 다랭이논으로 대표되는 다랭이마을은 다랭이논 말고도 이색 볼거리가 많이 있다.
경사가 심하고 좁은 마을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새끼줄이 둘러져 있는 그리 크지 않는 돌로 만들어진 무덤을 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밥무덤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제삿밥을 얻어먹지 못하는 혼령들에게 밥을 주어서 풍작과 풍어를 기원하고 마을의 평안을 축원하는 곳이다. 지금도 매년 음력 10월 15일 밤이면 동제를 지낸다고 한다. 다랭이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기복신앙이 유독 바닷가마을에서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을 보면, 대자연 앞에서 겸허해지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마을의 가장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중요한 민속자료로 남아있는 암수바위가 있다. 예전부터 민속신앙의 한 가지 대상으로 이어져 내려온 암수바위는 우리나라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있는데 다랭이 마을의 암수바위는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꼿꼿한 모습으로 서있다.
다랭이 마을에서의 상차림은 마을의 삶 그대로다. 바로 옆 바다에서 건진 싱싱한 바다음식과,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들로 만들어진 밥상은 항상 싱싱하고 깨끗하다. 훌륭한 식재료에 할머니의 손맛이 더해져 밥 한 그릇 금방 쓱싹 비우게 된다.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주인에게 물어보시라.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친절하게 알려 주실 것이다. 알았다면, 재료를 사서 가지고 오는 것도 좋을듯하다. 다랭이 마을은 개별 농가 단위로 농수산물을 판매하기 때문에 구매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머물렀던 농가에 부탁하고, 없으면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된다.
이곳에는 다랭이논과 더불어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있다. 농가에서 직접 담근 초막걸리이다. 다랭이논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한 집, 두 집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네 집에서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서 오는 손님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저녁식사 후, 막걸리 한 병 사가지고 민박집에서 김치 한 접시 얻어다가, 바다 바람 맞으며 바다 위 떠 있는 별 보며 막걸리 한 사발 기울여보는 낭만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충무공이 숨결이 이어지는 곳, 자연이 숨겨놓은 아름다운 보물을 찾아 체험을 떠나보자. 진정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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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izzim@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