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천연자원이 부족한 조건에서 반세기가 안 되는 짧은 기간 내에 세계경제 10위권 국가로 발돋움하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이러한 빠른 경제성장의 비결에 대해 1993년 월드뱅크는 “초·중등교육의 양적 확대와 정부의 획기적인 교육투자 증대”로 분석했으며, 2005년 도이치방크는 “한국은 인적자본 확충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이러한 평가에 기초하여 최근 아시아·중동지역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교육인적자원에 교육 컨설팅, 대학 공동설립, 우수교원 파견, 유학생 교류 확대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 3월 24일부터 31일까지 김신일 교육부총리를 단장으로하는 교육부 대표단의 사우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방문은 이러한 수요가 많은 국가들을 직접 방문함으로써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한국유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자 기획됐다. ‘인재유출’ 국가에서 ‘인재유치’ 국가로 전환하는 동시에, ‘인적자원외교’를 통해 ‘자원외교’를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고도성장 구가하는 중동의 유학생을 유치하라
사우디는 한국에게 있어서 제1의 원유공급지이며(원유 수입량의 30% 차지), 카자흐스탄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중 러시아에 이어 2위 원유생산국이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리상의 이점을 활용하여 연 10%에 이르는 고도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국가이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산 자동차 및 가전제품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한국교육 및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거점지역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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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고등교육부 장관은 한국에 파견하는 유학생 규모를 500명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신일 부총리와 사우디 고등교육부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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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방문국가는 대통령의 중동국가 순방을 수행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였다. 대부분의 고급인력을 외국인에게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는 최근 국가발전에 필요한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06년에 압둘라 국왕의 지시로 향후 2년간 3000여 명의 국비유학생 파견 계획이 수립됐고, 유학생 파견 국가의 하나로 한국이 거론되면서 고등교육 자문관이 방문하는 등 우리나라와 교류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사우디, 한국 파견 국비유학생 500명으로 확대
올해 1월에는 초·중등교육 시찰을 위해 교육부 차관 및 국장급 대표단이 방한한 데 이어, 2월에는 고등교육부 장관 및 총장단 등 10여명의 고등교육 대표단이 방한하여 교육부와 대학들을 방문하고 MOU 체결과 국비유학생 파견 문제를 협의했다.
칼리드 알 안카리 사우디 고등교육부 장관은 올해 사우디 국비유학생 84명 파견을 시작으로 한국에 파견하는 유학생 규모를 500명 수준으로 확대해 나갈 것임을 밝히고, 교육부는 유학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임을 약속했다.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도착한 3월 24일 밤,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신일 교육부총리와 칼리드 알 안카리 사우디 고등교육부 장관이 한-사우디 고등교육협력 MOU에 서명했다. MOU에서는 IT·공학·경영 등 양국 대학간 인적 교류 및 학술 교류를 활성화하고, 상대국 국비유학생에 대한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사우디 국비유학생 파견 직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협력에 대한 다짐을 공식문서화 하는 자리였다.
다음날인 3월 25일에는 영부인 권양숙 여사 주최로 한국에 유학할 예정인 사우디 국비유학생들을 영빈관으로 초청하여 간담회를 가졌다. 학생 중 대부분은 컴퓨터, 전기공학, 기계공학 등을 전공하기를 희망하고 있었으며, 한 학생은 한국어와 공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장차 사우디와 한국의 합작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영부인은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사우디 학생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사우디에 이어 방문한 카자흐스탄에서는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마시모프 총리를 예방하고, 뚜이메바예프 교육과학부 장관과 회담을 통해 2007년 10명 수준인 카자흐 국비유학생의 한국 파견 규모를 확대하는데 합의했다.
카자흐스탄 “가까운 나라 한국에 1000명 보낼 수도”
카자흐스탄은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볼라샥(Bolashak, 미래라는 의미)’ 이라는 국비유학생 제도를 통해 2005년부터 연간 3000명 규모의 유학생을 외국에 파견하고 있으며, 2006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지시에 의해 한국을 볼라샥 파견 대상국에 포함시킨 바 있다. 카자흐 교육과학부 장관은 '사우디가 500명을 보낸다면,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카자흐는 1000명을 보낼 수도 있다'고 언급하여,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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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국비유학생 제도인 '볼라샥'에 한국에 대한 비율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김신일 부총리 카자흐스탄 교육과학부 방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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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카자흐스탄의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IT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교수진을 파견하는 방안, 새 행정수도인 아스타나에 조성하고 있는 대규모 대학단지에 한국대학이 참여하는 방안 -우수대학 분교 설립 또는 대학 설립·운영 컨설팅- 등에 대해 협의했다.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실천하기 위해 세부 방안을 담은 MOU를 체결키로 했다.
마지막 방문지인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김신일 부총리가 카리모프 대통령을 예방하여, 작년에 양국이 선언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분야 교류가 중요하다는 점과, 교육철학과 동포교육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카시모프 부총리 겸 고등교육부 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양국간 교수 교환, 공동연구 등 교육 전반에 걸친 경험 공유와 최근 우즈벡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보화 사업 추진에 있어서 한국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러한 약속의 일환으로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유네스코-바레인 국왕으로부터 받은 교육정보화 상금 중 5000달러를 현지학교에 컴퓨터 구입을 위한 지원금으로 전달했다.
201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5만명 유치
방문 당일 타슈켄트에서는 국내 26개 대학이 참여하는 한국유학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 대표단이 박람회장을 방문하였을 때 2000여 명의 현지 학생들이 몰려들어 한국유학에 대한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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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이 참여한 유학박람회장에 몰려든 우즈벡키스탄 학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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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01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5만명 유치를 목표로 2005년부터 ‘Study Korea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가 처음으로 3만 명(3만 2557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출신지역별로 보면 아시아지역 유학생이 2만 9227명으로 전체의 89.8%에 이르고 있어, 앞으로는 유학생 수의 확대와 함께 유치 지역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일회성의 홍보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양한 출신의 외국 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불편함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한국유학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우리의 강점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교육부는 국내 대학 및 외국 정부와의 협력 채널 구축을 통해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외국 유학생들을 관리하고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우수한 인적자원과 그를 길러내는 시스템과 축적된 노하우야말로 지식정보사회에서의 강력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교육수출(Education Export)’이라는 용어는 생소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블루오션이다. 앞으로는 바야흐로 교육수출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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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121212@dau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