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분과장인 농림부 배종하 국제농업국장은 오렌지 개방안을 놓고 양측 협상단이 ‘엄청나게 싸웠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당초 계절관세 자체를 인정하지 않다가 협상 말미에서야 인정하되 비계절에는 즉시 관세철폐를 주장했다. 결과는 ‘9~2월 기간 계절관세, 비계절 관세 7년 단계적 철폐’로 나타났다. 계절관세 시기를 놓고도 미국 측은 1월까지, 우리 측은 10~3월까지를 주장하다가 결국 2월 말로 합의를 봤다.

	국내 감귤은 브랜드화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백화점에 선보인 제주 불로초 감귤.

어렵게 얻어낸 결과지만 일각에서는 감귤 산업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계절관세의 효과를 잘 살펴보자.


관세 감축 영향은 10% 불과

우리나라 노지 감귤은 주로 9~2월에 출하된다. 감귤 출하액 분포를 봤을 때 한미FTA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계절관세 적용 기간 중 나오는 물량이 90%다. 현행 50%의 관세가 점차 철폐되는 비계절관세로 영향을 받는 물량은 전체의 10% 가량인 것이다.

9~2월 사이 현행 관세를 유지하는 대신 무관세 수입쿼터가 2500톤 가량 들어오기는 한다. 그러나 최근 이 기간 중 미국산 오렌지 수입량이 3만~4만톤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노지 감귤 중 3월 출하량과 3~4월 출하되는 하우스 감귤은 오렌지와의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1~5월에 출하되는 한라봉은 오렌지보다 가격이 3배 이상 높고 당도와 품질이 우수해 시장이 차별화돼 있으므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미국산 오렌지값 33% 하락…과거 10년도 29.6% 하락

그러면 현행 관세가 점차 철폐되는 3~8월 오렌지 가격은 얼마나 떨어질 것이며, 이는 국내 감귤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정환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서진교 무역투자정책실장이 공동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3~8월 미국산 오렌지 가격은 2008년 16%(kg당 226원) 하락하고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2014년에는 현재보다 33%(kg당 465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이미 비슷한 수준의 오렌지값 하락 속에서 감귤 산업은 이어져 왔다. 1998~2007년 사이 환율 하락과 관세 감축으로 29.6% 낮아진 것이다. 향후 환율이 고정된다고 가정하면 경험한 것보다 조금 낮은 수준으로 값이 떨어지는 셈이다.

보고서는 한미FTA로 3~4월 노지 감귤 가격은 2008년 7.7%, 2014년 15.9% 현재보다 낮아지고, 5~8월 하우스 감귤 가격은 2008년 7.4%, 2014년 15.2%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체 생산물량의 10%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미국산 네이블 오렌지는 출하기이자 관세 감축 기간인 3~5월에 수입돼 6개월 가량 저장 후 9월 이후 출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저장 비용 등을 따져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