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가 별 것 아니라고요? 이미 품질을 인정받은 한국 차가 가격도 내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판매가 늘죠. 또 국내 자동차업계 영업이익률이 5%가 채 안 되고, 관세 철폐로 인한 비용절감만 2000억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작나요?” 산업연구원 이항구 자동차산업팀장의 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 품목으로 꼽히는 자동차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 측 관세가 2.5%에 불과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는 2.5%라는 나무만 보고 ‘미국 자동차 시장 연간 1700만대’라는 거대한 숲은 보지 못한 단순논리다.
한미FTA 체결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 차량들의 모습.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시장에 69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반면 국내에 수입된 미국 자동차는 4000여대에 불과하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관세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자동차 업계는 950만달러를 절감하는데 반해 우리 업계는 2억1500만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11개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한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서 자동차는 연 평균 7억6000만달러의 흑자 발생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2.5% 효과, 나무 아닌 숲을 봐야 보인다
한미 양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를 고려해서 관세철폐 효과를 따져야지 단순히 관세율만 비교해서는 한미FTA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시장이 크면 관세철폐 효과도 커진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직접 뛰는 당사자인 자동차 업계의 평가가 높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관세가 철폐되면 중소형차 기준으로 300~400달러 가량 판매가를 내릴 수 있고 이는 가격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미FTA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연구원 이 팀장은 “우리 자동차 업계는 계속 대미 수출가를 인상했는데도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거꾸로 가격을 내려주거나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더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 그랜저의 경우 현재 미국시장에서 2만7335달러에 팔리고 있지만 관세가 철폐되면 667달러를 내릴 수 있어 경쟁차종인 일본 도요타 아발론(2만9125달러)과 2457달러의 가격차를 벌릴 수 있다.
한ㆍ칠레FTA 체결 후에도 우리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18.8%에서 25.7%로 늘어나 일본차(23.5%→26.1%)에 비해 높은 증가세를 보인 바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절감되는 관세 비용의 활용 방안 등 한미FTA 전략을 본격 수립 중이다. 이 관계자는 “차값을 내릴 수도 있고 절감된 비용을 마케팅이나 품질 개선에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며 “마케팅 비용으로 활용한다면 100대를 가져간 딜러가 3만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확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10년 뒤 대미 자동차 수출 2배 달할 것
산업연구원은 2.5% 관세 철폐로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내 판매가격이 대략 2.4% 떨어질 경우 2005년 미국시장 점유율 4.3%에서 2018년 7%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미국 자동차시장 규모가 1870만대에 달하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130만대를 훌쩍 넘어 현재 판매대수의 2배에 달하게 된다.
2.5% 관세 철폐가 단순히 비용 절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를 크게 늘리는 기폭제가 되는 셈이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는 국내 판매 가격이 7.4% 하락해도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1%에 그칠 전망이다. 차량 대수로는 2만2000대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는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산업연구원 이 팀장은 “미국에서 잘 팔리면 세계 어디서도 잘 팔린다. 일본의 도요타가 렉서스와 싸이언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내놓은 것도 미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것”이라며 “미국 시장 점유율이 늘면 다른 나라에서도 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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