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양국은 중국이나 동남아산의 값싼 섬유류가 우리나라를 경유해 우회수출되는 데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해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세관은 섬유수출품의 원산지를 검증하는 ‘간접검증’을 실시하게 되며 산업자원부는 섬유업체들의 기업정보를 취합해 미국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 제공하게 될 정보는 근로자 수와 기계대수, 제품 설명, 설비 가동시간, 납품기업 명단 등 현재도 납품계약 전 미국 바이어에게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자료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또 미국은 제공된 정보에 대해 비밀유지 의무를 지게 돼 있다. 당초 미국이 요구한 근로시간과 임금 등의 경영정보는 제외됐으며 50인 미만 기업은 설비가동시간, 납품기업 명단을 빼기로 했다.
최근 미국 수출 통관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수출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다수 있었는데 사전 정보제공으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없앨 수 있게 된다. 통관시 우회수출 혐의가 발견된다든지 미국이 무작위 샘플조사를 하는 경우 중소기업은 입증자료 작성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작성하더라도 수주일이 걸려 납기를 놓치고 수출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통관과정 빨라지고 간편해져 오히려 혜택
이 경우 이번에 타결된 내용처럼 한국 세관이 섬유수출품의 원산지를 미리 검증하는 ‘간접검증’을 실시하고 산자부가 업체 정보를 취합해 미국에 제출하는 등 정부간 채널이 공식화 되면 대부분의 섬유업체들은 통관과정이 빨라지고 간편해져 오히려 혜택을 볼 수 있다.
우회수출 방지 규정 도입으로 세관의 행정부담이 늘어나고 우리 섬유업체들이 정보제공과 자료보관 등의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통관절차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기업의 생산정보 작성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회수출 혐의가 발견된 우리 섬유업체에 대한 미국 세관당국의 현장조사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이 경우 증거인멸 가능성 때문에 해당 업체에는 미리 조사 사실을 통보하지 않지만 이는 관세법 114조 등 국내법에 부합하는 내용이고 한국과 미국 세관이 공동으로 조사를 벌이게 된다. 이러한 현장조사 규정은 미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회수출 방지는 미국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우리측 이해와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문제다. 섬유분과장을 맡았던 황규연 산업자원부 섬유생활팀장은 “제3국산 섬유가 한국산으로 둔갑해서 유통되는 등 우리기업들도 원산지 침해를 겪는 경우가 많아져 우리 정부 역시 원산지 허위 표시 단속을 벌이고 있어 원산지 문제를 확실히 해 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byun121212@dau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