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 분야 협상에서 행정절차와 유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사항에서는 적극적인 협상이 진행됐다. 이는 양국간 모두 필요한 사항으로 결과적으로 국내외 업계 모두에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미 FTA 의약품 분야 협상에서 미국은 약가에 대해 원심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독립적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측은 행정제도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절차 마련에 동의했다. 하지만 미측이 이의신청 기구가 원심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권한도 갖도록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지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는 새로운 약가 제도 시행에 따라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는 국내 기업에서도 합리적 구제절차의 일환으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외 업계의 요구를 모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외국계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도 자신들의 신청과 상이한 결정이 내려진 경우 활용이 가능해 절차적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FTA반대론자들은 이같은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근거가 없다. 전만복 한·미 FTA 의약품·의료기기 분과장은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는 원심 번복 기능이 없는 만큼 민원제기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힘이 없다"고 일축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미·호주간 FTA 체결에서도 이러한 구제절차를 뒀지만 지난 2005년 협정 발효 후 지금까지 독립적 이의신청은 단 1건만이 제기됐다.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 양국간 합의사항 이행 점검
FTA에 따라 한·미간 설치키로 합의한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를 통한 간섭과 제약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잘못이다.
기본적으로 분과별 위원회의 설치 목적은 협정의 이행상황과 기타 양국간 협력 증진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의약품 뿐만 아니라 상품, 섬유, 무역구제, 자동차 등 여타 다른 분과에서도 위원회나 작업반 설치에 합의했다.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는 한·미 FTA 체결 이후 양국간 합의사항 이행을 점검하거나, 문제발생시 분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협력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 등을 담당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위원회는 심의하는 기구가 아니며 정부간 위원회로서 양국 정부관료만으로 구성되므로 다국적 제약사가 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 한·미 FTA팀 맹호영 서기관은 "위원회는 상호 양국의 공동관심사항을 발전시키고 일방 당사국의 우려에 대해 '분쟁'이 아닌 '협력'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양국간 정책은 상호 존중되는 바탕위에 국제적으로 조화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위원회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특히 위원회를 대미 진출을 희망하는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비중을 두고 활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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