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색깔이 오묘하다. 분홍빛도 있고 빨간 빛도 있다. 연분홍은과 하얀 색도 섞여 있다. 다양한 색깔이 혼재되어 있어 제 색을 내지 못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조화를 이루고 있어 시선을 꽉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꽃의 크기가 크지 않아 더욱 더 돋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뭉실뭉실 손끝이 간지러워진다.

  옥정호(전북 임실군)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피어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나무다. 줄기가 굵지도 않고 가지 또한 마찬가지다. 연약한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꽃들의 모습이 그렇게 앙증스러울 수가 없다. 꽃이 나는 데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는 듯 하다. 아래에서부토 시작하여 가지 위까지 피어나고 있는 꽃이 그렇게 탐스러울 수가 없다.

  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목련 나무가 서 있다. 꽃은 이미 많이 지고 있었다. 그 사이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하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 같아 애처로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꽃은 크고 순백으로 우뚝하지만 정감을 느낄 수는 없다. 부드러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작지만 어머니의 품 속 같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작은 꽃과 삭막한 느낌이 넘치는 커다란 꽃이 대조적이다. 모두 다 꽃이다. 그렇다면 그 것으로 족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그렇게 판이한 생각이 드는 것일까. 커지는 의혹에 당혹스럽기만 하였다. 꽃에 대한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나는 찾지 않는다. 단지 발견할 뿐이다.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 작품은 그 것을 보는 사람에 의해서만 살아 날 수 있다.]

  피카소의 말이다. 시골에서 사는 백면서생이 무엇을 알 수 있겠는가. 세계적인 천재 화가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짐작할 수는 있을 것도 같다. 그림을 보는 사람의 주관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란 말이 아닐까?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생기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눈앞에 있는 꽃들이 그 것을 말해주고 있다. 탐스러운 느낌이나 삭막한 느낌도 결국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꽃은 아무런 의지가 없다. 아니 원하는 것이 없다.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그 무엇도 의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

  살아가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바라는 것만을 보고 싶어 하고 원하는 것만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꽃은 단지 그 곳에 존재하고 있었을 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것이다. 마음을 열면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욕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날마다 즐거운 날이 될 것이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