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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4일 대학이 입시에 매달리지 않고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획기적인 재정지원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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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입시를 통해서 고등학교를 지배해서는 안된다."
지난 4월 10일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2008 대입제도 대국민 홍보에 나선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이 말을 하고, 또 하고, 다시 하고, 거듭 확인했다. 정부 정책을 책임지는 부총리로서 뿐만 아니라 40년 동안 교육학을 연구해 온 학자로, 비록 퇴임을 했지만 논란의 중심이 됐던 서울대 교수로도 말했다.
지난 3월 수도권 몇몇 대학과 일부 언론이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를 금지한 공교육 정상화 3원칙을 폐지하라는 주장으로 우리의 교육현장을 뒤흔들다가 이제는 한발 물러선 듯한 상황. 김 부총리는 두 달 가까이 진행되는 이번 정책설명회 일정을 "불낸 사람들은 자고 있을 지 몰라도 교육현장에 난 불을 끄러 다니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중학생부터 전국의 학생들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 곳만 본고사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해도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고등학교를 흔드는 입시제도는 이제 끝났다"며 세계적인 경험, 우리 교육의 역사를 통해서도 확인된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가 주어지면 김 부총리는 이 명제를 제시하고, 외국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우리 교육이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입증하고, 친절한 선생님처럼 논리를 다시 정리해줬다. 지난 4일 2008 대입제도 홍보를 위해 광주를 찾은 김 부총리의 하루 일정을 밀착 취재했다.
△ 아침 7시 40분 신양파크호텔. 광주전남지역 총장 조찬간담회 : 광주전남지역 대학 17명의 총장과 함께 아침식사를 마친 김 부총리는 우리 교육의 '마지막 제품'론을 폈다. "유치원·중학교 다른 것을 해결해도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 교육이 내놓는 마지막 제품이 떨어진다. 대학이 입시제도를 걱정하지만 고등학교는 대학에 비하면 괜찮다"는 것이다.
대학이 교육을 통해 우리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왔지만,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에서 조차 국내 대학 졸업자보다 외국 대학의 졸업자를 선호하는 것은 국내 대학의 '가공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교수, 시설, 돈이 없어 가공능력이 떨어져 원재료라도 좋은 것을 확보해서 살아온 것이 지금까지 명문대학"이라고 본고사를 주장하는 일부 대학에 일침을 가했다.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대학이 모집하는 신입생 수가 더 많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지방대학에게 본고사로 입맛에 맞는 학생을 가려내겠다는 주장은 수도권 일부 대학의 배부른 투정으로 치부된다. 광주 전남지역 대학의 총장들도 학생 선발보다는 대학 스스로의 노력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부총리는 대학의 교육능력 강화와 획기적인 재정지원방안을 제시했다. 김 부총리는 "이제까지 정책 방향은 주로 연구쪽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무게 중심의 방향을 교육쪽으로 돌리겠다"며 "이미 대학평가에서 교육부문의 비중을 높여놨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또 "대학의 가공능력을 높이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돈이 없으면 빚이라도 얻어야 하고, 대학에 대한 획기적인 재정지원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찬 모임에 참가한 한 총장은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도 사람은 키워야 한다"며 "정책을 전국의 시각에서 봐 달라"고 주문했다.
"돈이 없으면 빚이라도 얻어야지"
△ 오전 10시 광주 문화방송. 생생토론 녹화 : 총장과의 조찬 간담회가 시간을 넘기면서 김 부총리는 휴식도 없이 광주 문화방송으로 이동했다. 대기실에서 간단한 분장을 한 김 부총리는 1시간 30분 동안 '생생토론 따져봅시다'를 녹화했다. 김 부총리는 공교육 정상화 3원칙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늘 공개적인 토론을 제안해왔다.
이런 김 부총리에게 '생생토론 따져봅시다'는 대입 3원칙을 조목조목 따져 그 정당성을 다시 한번 국민에게 전하는 통로였다. "대학이 입시를 통해서 고등학교 교육을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본고사 불가론으로 시작한 김 부총리는 만에 하나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가 부활할 경우 우리사회에 미칠 폐단을 조목조목 짚었다. 교육경쟁력 강화방안까지 제시한 김 부총리의 녹화는 예정시간을 25분이나 넘겼다.
다음 일정은 김 부총리 광주 일정의 핵심 행사인 '학부모 대상 대학입학제도 정책설명회'. 1분도 늦어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결국 늘어진 일정은 이동시간과 식사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앞당겼다. 부총리 보좌진은 문화방송에서 오찬장으로 가는 차량에서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음식과 후식을 내오는 시간간격을 줄이라고 특별 주문했다.
"대학입시에 가까운 놈일 수록 망한다"
△ 오후 1시 30분 김대중 컨벤션센터. 대학입학제도 정책설명회 : 40년 이상 강단을 지켜온 노련한 교육자의 저력이 뿜어져 나왔다.
"무등산에 올라본 적이 있냐"는 질문으로 광주시민들과의 어색함을 뛰어넘은 김 부총리는 쉬운 예를 들며 핵심을 찔렀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영어공부는 많이 하는데 왜 말한마디 못하느냐, 그건 대학이 영어문법을 잘하는 학생을 원했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가 말을 잘하는 것보다 영어로 된 책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는 학생을 원했다는 설명이다. 김 부총리의 설명에 따르면 시를 읽고 적당한 제목을 찾아내는 식의 국어 문제도 책을 읽고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학생이 가르치기 쉽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다.
수많은 학생을 가르쳐온 김 부총리는 한시간 가까운 강연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쥐락펴락했다. 강조할 부분에서는 한숨 쉬어가고, 생각할 부분에서는 침묵으로 학부모들을 주시했다. 김 부총리의 두 손은 위 아래를 자유롭게 오가며 시선을 강단에 붙잡았다.
톤이 잦아들었다가는 다시 핵심을 끄집어냈다. "대학입시에 갈까운 놈일수록 망한다. 제일 가까운 고등학교가 시원찮고, 좀 먼 중학교는 좀 낳고, 초등학교는 좋다"며 국제경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우리의 중등교육을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상급학교가 시험을 치면 하급학교는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대학이 (입시를 통해) 고등학교를 지배하는 체제로는 교육이 정상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학부모들에게 "네가 무슨 통뼈라고 입시제도를 장담하냐고 하겠지만 교육학을 평생 연구한 사람으로 말하는 것"이라며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을 지배하는 본고사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2008 입시제도는 3개 정부를 거쳐 강화된 것"
△ 오후 3시 30분 광주교육청. 광주지역 기자 간담회 :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광주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긴 김 부총리는 안순일 광주광역시 교육감과 잠시 환담을 나누고 다시 20여명의 기자들 앞에 앉았다.
지역현안을 중심으로 질의 응답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교육 정상화 3원칙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또 다시 김 부총리는 "장관의 입장, 교육학자의 입장에서도 대입 3원칙은 되돌릴 성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학이 학생선발을 자의적으로 결정하면 고등교육이 파행화 된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일각에서 대입 3원칙을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라고 말하지만, 2008 입시제도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교육개혁위원회에서 마련한 5·31교육개혁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김대중 정부·노무현 정부에서도 누차 그 정당성을 확인하고 강화해온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고등학교가 대학을 향해서 제 목소리를 내달라"
△ 오후 4시 광주교육청 업무보고: 바로 자리를 옮겨 광주교육청 업무보고가 이어졌다. 광역시도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아 교육재정도 열악한 광주. 김 부총리는 이곳의 교육공무원들을 "교육은 우리 사회의 어머니와 같다"고 위로했다. "어려운 가운데 2세를 가르치고 헌신한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교육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김 부총리는 어려운 가운데도 고등학교, 중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을 대입 3원칙과 연결지었다. "대학이 초등, 중등, 고등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방해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각급학교가 나름대로 자율성과 정상적으로 운영될 권리가 있다"며, 외국의 경우 중등학교가 대학을 압박하고 국민에게 호소하며 자율권을 지켜온 사례를 들었다. 김 부총리는 "중고등학교가 대학을 향해서 제 목소리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김 부총리는 광주교육청에서 벽에 걸려 있는 4자성어 '줄탁동시(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를 한번 읊었다. 교육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그 뜻을 다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길을 제시하는 스승과 노력해서 깨닫는 제자의 관계 뿐만 아니라 열악한 교육재정, 대입 3원칙, 중등교육 정상화 등 산적한 교육과제를 풀어가는 데서 '줄탁동시'는 김 부총리의 바람처럼 읽혔다. 학부모, 중고등학교, 대다수의 대학이 대입 3원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 부총리와 줄탁동시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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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121212@dau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