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 일은 오월을 왜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하루였다. 햇살이 뜨겁지도 않고 춥지도 않았다.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아늑하고 포근하였다. 눈을 감고 서 있으니, 감미로움이 온 몸을 휘감아 내린다. 더 이상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더 이상 무엇을 욕심낸단 말인가.

  오월 해살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아니 그 것에 풀 빠져 취하고 싶었다. 송광사(전북 완주군 소양면 소재)를 찾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금강문과 사천왕문이 팔을 활짝 열고 반겨주었다. 일요일이 아니어서인지 사람들의 모습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한가함에 여유가 배어 있었다.

  우주의 주인이 된 것 같았다. 산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으니, 우주의 중심에 자리를 잡은 듯한 느낌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니, 모든 것을 들을 수 있다. 온 몸으로 듣게 되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다. 경청이란 소리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경청.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다. 그러나 말을 듣는다는 것을 소리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상대방의 뜻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 이해하였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눈을 감고 경청에 몰입하게 되니, 소리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소리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많은 수단으로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귀를 통해서 소리를 전달받는 것은 상식이다. 이 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고 입 모양의 변화를 통해서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다 그뿐인가. 손으로도 얼마든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마음이 하나가 된다면 매개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영혼의 울림인 것이었다.

  영혼을 감동으로 몰아넣어질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우리는 예술이라고 한다. 매개체가 달라지면 예술의 장르만이 달라질 뿐이다. 몸짓이면 무용이고 소리이면 음악이고 그림이면 회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혼을 구제한다는 것은 예술의 공통적인 요소인 것이다. 살아가면서 감동을 받게 된다면 그 삶은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농부는 알고 있다. 농사짓기에 좋은 기후가 계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봄에 좋은 환경이 화근이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태풍이 몰아왔을 때 견디지 못하고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좋은 환경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살아가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혜이다.

  좋을 때 경계하라고 일러주고 있다. 산사의 한 가운데에서 알아차리게 되는 진리이다. 호사다마라고 하였던가. 무리한 욕심은 결국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는 근원이 될 수 있다. 오월의 눈부신 햇살을 받으면서 낮추고 섬기는 지혜를 배운다. 오만하지 않고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야 하겠다고 다짐해본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