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정부와 주한미군 기지의 이전을 반대하던 평택 주민들이 전격적으로 주민이주에 합의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국책사업 추진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대화로 풀어낸 '평택 합의'는 비록 긴 기간과 험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준 사례다.

전국의 미군기지를 평택 등으로 이전하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이 그동안의 갈등요인들을 해결하고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는 평택 대추리 일대 이전부지 공사현장를 찾았다.

주민이주가 완료된 평택 대추리·도두리 일대는 공사 추진을 위한 부지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이하 사업단)은 반대단체와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로 공사가 못했던 지난해에도 불법영농 방지를 위한 철조망 설치, 빈집 철거 등 부분적으로 공사여건을 마련해왔다.

	빈집철거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1차로 76채를 철거했고, 지난 4월부터 추가철거에 들어가 현재 271동 전 가옥과 공용건물 철거를 마쳤다.

빈집 271동 전부 철거 마무리

현재는 합의가 이뤄진 지난 2월 수도군단 공병대대가 투입돼 폭 8m , 길이 8km에 이르는 공사용 도로의 기반조성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병대대를 이끌고 있는 정백선 소령은 “공사현장이 매립지역이라 장비 전복 우려가 있고, 야영하는 병사들이 어려움이 있지만 국책사업의 주춧돌이 된다는 생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집철거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1차로 76채를 철거했고, 4월부터 추가철거에 들어가 현재 271동 전 가옥과 공용건물 철거를 마친 상태다.

	국방부는 수도군단 예하 공병대대를 투입해서 이전부지내 8km 길이의 공사용 도로 기반조성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명섭>

사업단은 철거 공사를 진행하면서 먼지를 막기 위해 도로면에 대한 살수와 세륜 시설을 운영하고, 주거지역에서는 차량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하는 등 주민불편을 최소화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보호동물 금개구리 대체서식지 이주방안 연구

또한 지난 2005년 10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전문업체에 의한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기지이전 부지 내에 서식이 보고된 보호대상 야생동물인 금개구리와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를 보호하기위한 ‘작전’도 펼쳐지고 있다.

사업단은 약 1억5000만원을 투입, 지난 4월 13일부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연구원에 의뢰, 금개구리와 솔부엉이 대체서식지 선정과 이주 등 보호대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이전부지에서는 대추리 6만500평 등 총 8만여 평에 대해 중앙문화재연구원에서 문화재 시굴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이전부지에 대한 지표조사 결과 대추리 전 지역과 서탄 금각리 1만3000평 일대가 고려·조선시대 유물 산포지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재 시굴조사는 오는 7월 25일까지 진행된다.

사업단 권행근 단장(소장)은 “5월 중에 이전사업 전 과정을 대행할 사업관리업체(PMC: Program Management Consortium)가 선정되면 이제 미군기지이전사업은 준비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추진단계에 들어가게 된다”며 “문화재 시굴조사와 지질조사가 끝나는 9월경에 부지조성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시거주지 거주 대추리 주민, 내년 말 이주단지 이주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대추리 미이주 주민 44가구가 정부가 마련한 전세주택으로 거처를 옮기고 주민 이주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대추리 주민들은 노와리 이주단지가 조성되는 2008년까지 임시 거주지인 팽성읍 송화리 ‘포유빌리지’의 36평, 27평 빌라에서 생활하게 된다.

주민 이주를 위해 1년 넘게 주민들과 접촉을 해온 사업단 주순린 소령은 “주민대표들과 1주일에 한 번씩 실무협의회를 개최, 이주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정이 들고 서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됐다”고 어려웠던 이주과정을 떠올렸다.

대추리 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빌라 105동 101호에는 ‘대추리노인정’ 간판이 붙어있다. 주민들이 옛 고향마을을 잊지 못해 간판을 그대로 옮겨 붙인 것이다.

	팽성읍 빌라단지의 임시거주지에 머물고 있는 대추리 주민 44가구는 2008년 말 완공되는 노와이주단지로 옮겨가게 된다.

노인정 앞에서 만난 대추리 전 노인회장 정태화(72)씨는 “평생 농사짓던 고향 마을을 떠나니 서운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정부가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가 되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대추리 주민들은 인근 팽성읍 노와리에 9만8000㎡의 부지에 이주단지를 건설하기로 사업단·평택시와 협의를 마친 상태다. 노와리 이주단지는 2008년 6월까지 기반시설 조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단지건설에 들어가 2008년 12월까지 이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4만4000명 수용, 기지 마스터플랜 확정

시설종합계획(Master Plan)이 확정되면서 평택기지 마스터 플랜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미 양국이 지난 2월까지 17개월간의 협상을 통해 작성한 시설종합계획(MP)에 따르면 평택이전부지에 미군, 군무원과 가족, 카츄사 등 4만4000여 명이 사용할 본부 및 행정시설, 정비시설, 보급저장시설, 독신자 숙소와 식당, 가족주택, 병원 등 500여 동의 건물이 연면적 100만평에 건설된다.

양국은 시설종합계획에서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총 10조원으로 추산하고, 이 중 평택지역 공사비 3조 6700억원, 설계·사업관리비 5300억원, 군산 김천 왜관 포천으로 이전하는 4개 부대 이전비용 3800억원 등 총 4조 5800억원을 한국 측이 분담하기로 했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권행근 단장은 "전국에 산재한 35개 기지와 7개 훈련장 등 총 5167만평의 미군 기지를 환수 받음으로써 균형적 지역발전이 가능해지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 대규모 민족공원을 조성, 수준 높은 문화도시로 발돋움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권 단장은 또 "1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설계 건축 토목 전기 통신 설비 등 내수 경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주한미군기지 이전으로 평택지역에 연간 4400억원의 생산유발과 3만여 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지역발전·국익 함께 도모하는 상생의 정책실현

국책사업의 특성상 추진 과정에 있어 많은 갈등요인들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미군기지이전사업의 경우 지역주민과의 갈등문제를 법적 방법이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국책사업의 모범적인 선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반환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전폭적인 개발지원을 통해 지역발전과 국익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생의 정책’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갈등요소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주민이주, 한미 협상, 부지조성 주비 등 내실 있게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이제 본격적인 단계에 돌입하게 됐다.

대추리에 1년여 간 상주하며 주민과의 대화, 이주 작업 등 현장실무를 담당했던 사업단 강복구 중령은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의 갈등해결은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서 시작된다고 본다”며 “대추리 경험을 통해서 정부가 이해당사자를 배려하는 데서 갈등해결의 성패가 좌우됨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권행근 단장 인터뷰


“합의 통한 해결위해 160여 회 주민과 대화”

	권행근 단장은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화를 통한 타협을 제시했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권행근 단장(소장)은 “저도 시골출신이지만 고향땅을 하루아침에 떠난다는 것은 큰 아픔”이라면서 “합의를 통한 해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160여 회에 이르는 주민과의 협의를 갖는 등 갈등을 대화로 풀기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권 단장은 “결국 어렵더라도 국책사업의 갈등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의 원만한 진행을 통해 한미관계가 돈독해지고, 지자체도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현재까지 미군기지이전사업의 전반적 추진현황?
△ 지난 2월 13일 주민과 정부간 전격 합의가 이루어져 사업여건이 마련됐으며, 최종 MP(Master Plan)가 지난 3월 작성됐고, 5월중에 사업관리업체(PMC)를 최종확정하면 본격적인 사업추진단계에 들어선다. 현재 진행중인 공사용 도로공사와 문화재 시굴조사 및 지질조사를 완료되는 9월경에는 부지조성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 사업관리업체(PMC)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 한미 양측이 각각 5명씩 지명한 ‘제안서평가 선정위원회’에서 업체들이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했다. 공정성과 투명성에 역점을 두고 전원합의제(CONSENSUS)를 원칙으로 기술제안 70%, 가격제안 30%로 배점을 나누어 관리계획 · 핵심인력 · 과거실적 · 비용 등 4개 주요 분야, 12개 세부 항목에 대해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심사했다.

- 주민이주 상황과 이주단지조성사업 및 생계대책 방안 추진 현황은?
지난 2월 13일 정부와 주민간의 합의 후, 남아있던 59가구 중 특수한 상황인 1가구를 제외한 전 가구가 이주를 완료했으며, 노와리 이주단지가 조성되는 2008년까지 임시 거주지에 머물 예정이다. 사업단과 총리실, 평택시, 주민대표로 구성된 실무협의회를 구성,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이주 및 생계대책도 강구하고 있다.

- 주한미군기지 이전으로 인한 평택시의 발전방향은?
△ 정부는 2005년 12월 ‘평택지원특별법’을 근거로 평택지역개발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농업·제조업·도시정비·교통물류·관광 등 9개 분야 89개 사업에 2020년까지 총 18조 8016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특히, 도시 첨단 산업단지 조성, 평택호 관광단지 조성 등 4개 분야 16개 사업은 국고 특별지원사업으로 중점 투자할 예정이다.

- 평택기지 건설 때 주안점은?
△ 한미 분담원칙을 준수하고 최종 MP에 근거, 변경소요가 최소화 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공사기간단축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국산자재 사용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공사간 환경피해와 주민불편사항을 방지하기 위해 법령을 준수하는 가운데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