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놈들 참, 행복하게 보이네.”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 오리들의 모습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가 없다. 주둥이로 먹이를 먹고 있는 정경이 그렇게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원형의 먹이통을 중심으로 하여 빙 둘러 서서 먹고 있다. 그들 사이에는 다툼이나 경쟁은 보이지 않는다. 함께 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밀쳐내지도 않고 밀려나지도 않는다.

  돼지들이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의 행동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동료가 먹지 못하도록 아예 먹이통 안으로 들어가서 게걸스럽게 먹는다. 오직 먹기 위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러나 오리들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그것도 아기 오리들의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오리들은 무주 반딧불 축제의 일환으로 야외에 전시되고 있었다. 주위에 닭들도 있다. 병아리들은 분주하게 배회하고 있다. 아기 오리와는 그 행동 양식이 많이 다르다. 아기 오리들은 함께 있는데 반해 병아리들은 가장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공간 전체를 홀로 분주하게 탐색하고 있었다.

  아기 오리와 병아리들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아기 오리의 행태가 더 좋다든지, 아니면 병아리의 행동이 더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은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본질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실제가 아닌 것이다.

  무엇 때문에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대답한다. 행복을 누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게 되면, 쉽게 대답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행복의 속성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현령비현령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기 오리들의 모습은 시각적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시각을 통해서 감지되는 바깥세상의 모습이 마음에 전해져서 작은 감동을 일으켰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질 수 있다. 아무리 작고 미세한 것이지만 감동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감동을 느끼게 되면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상은 언제나 충만 되어 있다. 부족한 것 없이 구족되어 있다. 문제는 그것을 보고 오관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개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아기 오리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을 감지하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지만 느낄 수 없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이다.

  일상이 단조롭게 생각되어지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행복은 없다. 어느 순간도 같은 것은 없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도 어제의 것과 다르고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도 어제의 것이 아니다.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같게 보일 뿐이다. 그것은 관념이고 습속이고 타성이디.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아름다워질 수가 없다.

  살아간다는 것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공통점을 통해서 내일에 대비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차이점을 통해서 내면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외부 세계에 둔감해서도 행복해질 수 없고 그렇다고 하여 내면세계에 둔감하게 되면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결국 행복은 외부와 내면의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한 것이다.

  매일 조우하는 같은 일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만약과 어제 뜬 태양이 오늘 뜨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아라. 새로워서 즐거워지고 신바람이 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불안해서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질서가 유지되지 않고 예측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순간순간이 고통의 연속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어제 뜬 태양이 오늘 다시 뜬다는 일에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 줄도 모르고 반복되는 단조로움만을 불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어리석을 수밖에 없는 원인인지도 모른다. 지혜롭다는 것은 서두르지 않고 앞과 뒤 그리고 좌와 우를 잘 살펴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엽서 한 장 받았을 때의 설렘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리움에 젖어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때, 인생은 풍요로워질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 변화기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변화는 중요하지만 사실은 기존의 보수 또한 아주 중요한 것이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룬다면 금상첨화가 된다.

  아기 오리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통해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생각해 보았다.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내 안에 행복이 있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주변에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원래 존재하고 있는 미세한 것들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행복은 바로 내 손 안에 있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