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패허속에 피어난 한떨 작은 꽃과도 같은 영화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탈레반 정권 몰락이후 최초로 제작됐다는 아프카니스탄 영화 <천상의 소녀>가 바로 그것.

소련과 미국의 침공, 그리고 내전. 그로인한 전쟁의 폐허, 그 속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촬영 조건은 영화 속 소녀의 운명처럼 가혹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그도 그럴것이 감독은 신인이었고 주인공 마리나는 영화가 뭔지도 몰랐던 거리의 소녀였으며 현장에는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23년간 계속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막바지 5년에 해당하는 탈레반 정권 시절 영화를 만드는 것도 보는 것도 금지되었던 암흑기가 끝난 후 역사적인 첫번째 영화는 그렇게 완성됐다.

이 영화를 통해 사라졌던 아프가니스탄 영화를 부활시킨 세디그 바르막 감독은 외면하고 싶은 고국의 현실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절망과 희망을 말하려고 하는 듯하다.

무지개로 상징되는 희망을 기다리며 참담한 현실을 견뎌내는 소녀를 통해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아프간의 비참한 현실을 환상이나 미화 없이 그려내고 있는 이 영화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 아프가니스탄인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무지개 같은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의 힘은 거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3년 깐느 영화제 비공식부문 감독주간에 초청된 이 영화는 황금 카메라상 특별언급상을 비롯해 프랑스예술극장연합(AFCAE) 최우수 작품상과 주니어 심사위원 최우수 작품상 등 세 개 부문을 석권한 수작이기도 하다.

또 2003 뉴딜영화제 시네팬 최우수 여우주연상, 2003 런던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2004 시네마닐라 국제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은 물론 2003 부산 국제 영화제 관객상과 뉴커런츠 특별상, 2004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다양한 영화제를 통해 여러 분야의 수상작으로 선정, 이미 널리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다.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의 백악관에서 <천상의 소녀>를 본 부시 대통령은 이 영화를 열렬히 칭찬하며 모든 각료들이 반드시 관람할 것을 지시했다는 후문도 있다.
 
또 평소 아프가니스탄에서 억압 받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던 힐러리 클린턴 연방 상원의원 역시 <천상의 소녀>에 찬사를 보내며 아프간 여성들의 고통을 주지시키기 위해 워싱턴에서 직접 시사회를 주최하기도해 미국 전역에 아프가니스탄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