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 시원하다.”

  하얀 포말을 이루면서 흐르고 있는 계곡의 물이 그렇게 시원하게 보일 수가 없다. 평상시에는 많이 흐르지 않는 곳이어서 느낌이 더욱 더 유별난지도 모르겠다. 장마로 인해 내린 비가 계곡을 채우면서 흐르고 있었다. 가슴까지 이어지는 감흥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바위에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이 마음에 그대로 전해진다.

  모악산.

  어머니 산이다. 그 신령스러움이 널리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금산사를 비롯하여 귀신사 대원사 등 많은 사찰과 증산교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주 시민에게는 좋은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있는 산이다. 그 산의 계곡에 물이 넘쳐흐르니,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흐르는 물은 시각적으로는 시원하지만 청각적으로도 감동할 수 있다. 귀를 통해서 전해지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소통되는 도구는 언어는 물론 아니다. 언어란 사람들에게만 이용될 수 있는 매개일 뿐이다. 언어를 통해서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일치를 이루게 되면 얼마든지 대화를 이룰 수 있다.

  물의 마음이 되면 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 꽃도 마찬가지고 벌 나비도 마찬가지다. 예를 든다면 불성을 들 수 있다. 사람도 불성이 있고 꽃도 불성이 있다. 일치가 된다는 것은 공통점을 찾았다는 이야기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마음이 서로 통하게 되었으니,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성숙된 말.

  살아가면서 수많은 말을 하게 된다. 말을 하지 않으면 답답하여 견디기가 어렵다. 묵언이라는 수행이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다. 묵언 수행을 하게 되면 그것을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말은 생각의 표현이다. 내면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호수의 표면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시시각각 변화한다. 이렇게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을 모두 다 표현한다면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더욱 더 불편해질 수도 있다. 결국 말은 모든 생각을 표출하는 것보다는 정제된 생각만을 나타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익지 않은 생각은 보류해야 한다. 거름 장치를 통해서 걸러진 생각만을 표현하는 것이 지혜다. 그런데 성급함이 앞서거나 기분이 좋아지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각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가벼운 말들은 생활에 윤활유가 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말을 하였으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말해야 할 때도 잘 골라야 한다. 물론 공간도 가려야 한다. 시각적인 시기와 장소적인 차별을 직시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을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정신으로 하는 말을 우리는 성숙된 말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는 말에서는 향기가 난다. 그윽함에 젖어질 수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경박스러운 말은 영혼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한번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래서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 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살아가면서 언제나 성숙된 말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향기 나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야 한다.

  흐르고 있는 시냇물이 말하고 있다. 산을 찾은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단지 그 말을 듣지 못해도 어절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성숙된 말을 하고 있는 시냇물의 탓은 아니다.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의 문제일 뿐이다. 산다는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만나는 사람에게 모두 다 말하고 있다. 상대방이 듣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비 온 뒤의 모악산을 오르면서 시냇물과 수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대화하며 등산하는 즐거움이란 그 어떤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마음에 전해지는 진실은 그대로 공명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관조하며 살아간다는 삶이란 바로 이런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시냇물의 물소리에 감동하였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