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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병호 변호사, 박찬종 전 의원, 노무현 대통령, 이한동 전 국무총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대통령 후보 중에 법조인이 없어 걱정스럽다”는 어느 검찰총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법조인 출신의 역대 대통령 후보들에 네티즌의 관심이 쏠린다. 일부는 강재섭·이인제·천정배·원희룡 의원 등을 거명하며 “법조인 출신 대선 후보가 있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법조인의 대권 도전사=우선 ‘법조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문제다. 통상 법조인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거나 현재 판·검사 또는 변호사로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사시의 전신(前身)인 고등고시 사법과, 변호사시험 등에 합격한 것도 당연히 사시 합격으로 간주된다.
법조인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할 경우 법조인 출신 대통령 후보는 1992년 14대 대선 때 처음 출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당시 아세아·태평양 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한 이병호 변호사와 검사 출신의 박찬종씨가 각각 대한정의당·신정당을 대표해 후보로 나선 것. 이 변호사는 3만5739표를 얻어 꼴찌에 그쳤지만 박씨는 151만6047표로 유력 주자인 김영삼·김대중·정주영 후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법조인 출신 유력 후보가 탄생한 것은 1997년 15대 대선 때부터. 대법관까지 지낸 이회창 후보와 판사 출신의 이인제 후보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각각 993만5718표, 492만5591표를 얻는 등 선전했으나 정작 당선의 영광은 1032만6275표를 획득한 ‘비법조인’ 김대중 후보에게 돌아갔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유력 주자 2명이 모두 법조인으로 채워지면서 일찌감치 첫 법조인 출신 대통령의 탄생을 예고했다. 노무현 후보(현 대통령)가 1997년에 이어 다시 출마한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이들 외에 하나로연합 이름으로 출마했다가 7만4027표에 그쳐 낙선한 이한동씨 역시 검사 출신의 법조인이다.
앞서 1967년 6대 대선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준연씨가 출마한 적이 있다. 그는 일제시대 도쿄제국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광복 이후 법무장관을 역임했으나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좁은’ 의미의 법조인은 아닌 듯 하다.
왼쪽부터 강재섭, 이인제, 천정배, 원희룡 의원.
◆법조인 후보 정말 없나=현 시점에서 볼 때 유력 대선 주자들 중 법조인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이른바 ‘빅3’를 비롯해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어느 누구를 봐도 법조인은 아니다.
하지만 ‘잠룡’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금새 법조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강재섭 대표와 원희룡 의원을 들 수 있다. 강재섭 대표는 1970년 12회 사법시험에 합격, 검사로 근무하다가 88년 13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고교, 대학은 물론 검찰에서도 선배인 박철언 전 의원이 그를 정계에 입문시켜준 장본인이다. 원 의원은 1992년 34회 사시 수석 합격자 출신. 역시 검사로 일하다가 99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정치에 뛰어들었다.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도 눈에 띈다. 1976년 18회 사시에 합격, 법조계에 입문한 그는 “군사정부 아래에서 판·검사 노릇 하기 싫다”며 변호사를 택한 것으로 유명하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 의원은 최근 저서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추어라’ 출판기념회를 갖는 등 유력 대권주자로 부각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1997년 한 차례 출마 경험이 있는 이인제 의원도 “국민이 원하면 돌아오겠다”며 대권 도전 을 이미 선언 했다. 지난 7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는 죽었다가 살아나고 살았다가 또 죽는 것”이라며 “희망을 잃어버린 국민들에게 새 미래를 제시하겠다”고 역설한 것. 대선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법조인 후보의 부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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