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ㆍ박근혜의 `아킬레스 신드롬`
내 약점은 끝까지 은폐ㆍ방어
무더운 여름, 이명박ㆍ박근혜 두 사람이 진땀 흘리며 벌이고 있는 치열한 검증 공방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정말 끝장을 보려는 걸까. 두 사람은 지금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그들의 심리상태가 사뭇 궁금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 대운하 보고서 유출, 권력기관과 친노 인사 개입설, 그리고 검찰 수사…. 이런 준(準)전시 상황이 7월 하순 검증토론회와 합동연설회, TV토론회에 이어 8월 19일 경선 때까지 한 달 넘게 지속될 텐데 과연 경선 결과에 승복할까.
이미 오래전부터 `경제대통령`과 `여성대통령`의 꿈에 부풀어 있는 양 진영이 공세 수위를 낮출 리 만무하다. 소용돌이치는 대선 정국의 본질적 흐름을 파악하려면 아무래도 후보들에 대한 행태론적(심리학적) 접근 방식이 유용할 것이다.
요즘 이명박ㆍ박근혜 양측의 인정사정 없는 격돌을 보면 `아킬레스 신드롬(Achilles syndrome)`이 떠오른다. `아킬레스 신드롬`이란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아킬레스건)을 공격하면서 자신의 약점은 한사코 은폐ㆍ방어하려는 비정상적인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요즘 이명박ㆍ박근혜 양측도 서로에게 치명적인 독화살을 날리면서도 언제 어디서 `한 방`이 터질지 내심 불안해 하고 있다.
정치지도자가 아킬레스 신드롬에 빠지면 극도의 불안→자기합리화→과잉 보상행위 단계를 밟게 된다.
심리학자 J 클락슨에 의하면 지도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비판이나 공격보다 은밀한 결점이 만천하에 탄로 났을 때 겪는 수모(insult)라고 한다. 그래서 지도자는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고 변명, 거짓말, 결벽성과 같은 자기합리화에 안간힘을 쓰고 국면 전환을 위해 과잉 보상행위, 시쳇말로 `오버`를 하게 된다. 예컨대 이 전 시장의 지나치게 튀는 발언들, 박 전 대표답지 않게 거친 파상공세, 그리고 각계 인사들의 지지선언 경쟁은 후보들의 불안ㆍ초조감에 따른 과잉 보상행위, 나아가 과잉 방어행위와 과잉 공격행위 성격이 짙다.
양측이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노리며 저토록 필사적으로 적대시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두 사람의 `리더십 차이`에 있다고 본다. 이명박ㆍ박근혜 두 사람은 성장과정과 성격, 리더십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거의 180도 판이하다.
이 전 시장은 어린 시절 극도의 가난→30여 년간 시장터와 공사판의 하류생활→독학→현대 신화의 길을 달려오면서 목표지상주의와 불도저 스타일을 체득했다. 이런 지도자는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목표달성 과정에서 오류나 흠결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박 전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권력중심부→18년간의 청와대 상류생활→아버지의 후광→여성 정치인의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오면서 완벽주의 스타일이 몸에 배어 있다. 이런 지도자는 작은 결점조차 인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목표지상주의자 시각에서 볼 때 박근혜는 `흠집만 찾아내려는 답답한 사람`, 반대로 완벽주의자 시각에서 볼 때 이명박은 `결점이 많은 불안한 사람`으로 비친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상대방의 존재가치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므로 앞으로도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야 하듯이 대선 주자들은 상대방의 정체성을 인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매사를 선과 악으로 구분짓는 이분법적 사고, 그리고 상대방만 무너뜨리면 우리가 승리한다는 맹목적 승리지상주의는 모두에게 손해다. 대선 주자들에게 바라건대 위험천만한 아킬레스 신드롬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현실인식, 모든 인간에게는 결점이 있다는 불완전성, 그리고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이해를 구하려는 겸허함이 꼭 필요하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최고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눈앞에 보이는 경쟁 상대만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국민들을 바라보자.
[최진 고려대 행정학 연구교수대통령 리더십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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