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회창, 대선 3수 노리나

이회창 전한나라당 총재는 1일 오후 2시경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송지킴이 국민연대' 창립총회 강연에서 "당내 경선만 잘 되면 본선은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경선에 올인하고 있고, 방송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후보들도 경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본선에서는 당연히 이길 것으로 생각하고 경선에 지나치게 열중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최근 한나라당 경선과 관련, "검찰까지 끌어들이는 이렇게 지독한 경선은 처음 보았다"고 이명박-박근혜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상수, 박계동, 장윤석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참석해 이 전 총재의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는 "1997년 신한국당 시절의 경선도 이른바 9룡이 격렬하게 격돌하는 경선이었고 그 후 탈당사태까지 빚어졌지만 경선과정은 이렇게 상대방 죽이기 식은 아니었다"며 "12차례 지역별 합동연설회를 가졌는데 어느 한 곳에서도 어느 후보에 대해서도 야유나 폭언, 또는 지지자간 충돌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현재의 경선과정을 비판했다.

그는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온 노무현 정권 다음의 새 정권은 통합과 화해로 국민의 마음과 국력을 다시 모으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당내 경선에서조차 상대방을 짓밟아 버리려는 행태를 보인다면 이 후보들이 과연 통합과 화해의 정치를 할 수 있을지 국민이 의심할 것"이라며 "지금 한나라당에게는 경선이 전부가 아니라 이 나라 안보와 직결된 북핵문제 그리고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우리의 미래와 관련된 한미동맹과 개방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를 제시해, 국민들로 하여금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의 전향적 '신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지금 한나라당은 엉뚱하게도 새로운 대북정책이라면서 '평화비전'이라는 햇볕정책의 아류같은 정책을 내 놓았다"며 "나는 한나라당이 '평화비전'을 발표한 후 당 대표에게 구도로, 또 서한으로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것을 당론으로 확정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아직 회답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후보 등의 내놓은 정책에 대해서도 "아쉬운 감이 있다"며 "두 차례의 좌파정권을 겪은 국민은 새로 탄생할 다음 정권에 대해 기존의 정책수준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기대하고 있다. 대운하다, 페리철도연결이다 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세계 속에 한국을 도약시키는 개방의 그림을 그리지 않는 한 우리는 중국과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비전을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대선과 관련, "걱정되는 것이 남북관계에 관해 방송이 잘못된 평화무드를 확산시켜 대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2.13 합의 후에도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고, 북측은 영변 핵시설 폐쇄를 완료하기도 전에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때에 노무현 정권은 대선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평화협정에 관한 협의도 시작하겠다고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면 남북정상회담도 해야 하고, 북핵문제 진전에 따라 평화체제도 논의해야 하지만 금년 대선 전에 남북정상회담이나 평화체제 논의를 하게 되면 북핵문제가 마치 크게 진전되고 남북간 평화시대가 금방 올 것 같은 착각과 허황된 평화무드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노무현 정권과 여권은 이러한 분위기를 대선에 활용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데, 남북정상회담이나 평화체제 논의는 차기 대통령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