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부산 중구 영주동 코모도호텔 로비에서 "요이(레디), 혼방(슛)!"이라는 일본 감독 아소 마나부의 신호가 떨어지자 한국 스태프들이 "슛!"하고 이어 외친다.

이날 촬영된 영화는 일본 호러 프랜차이즈인 '착신아리 파이널'. 한일 공동제작(가도카와 픽쳐스 80%,CJ엔터테인먼트 20% 투자) 형식으로 만들어질 3부작 최종편이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휴대폰 메시지를 받고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자살로 혼수상태에 빠진 왕따 학생이 그 발신자로 지목되는 내용이다.

일본 영화이지만 이번 작품의 공간 배경은 90%가 부산이다. 실제로는 70%가 부산에서 촬영되고(1~16일) 컴퓨터그래픽(CG) 분량 등은 일본 세트에서 찍는다. 스태프·배우 70명이 대한해협을 건넜으며, 총제작비 27억여원 중 3억원이 부산에서 지출될 예정이다.

한국 로케는 낯선 공간에서의 공포를 소재화하기 위해 결정된 것으로 "소설 원작자가 한국 로케를 원했다. 와서 보니 도시 분위기가 일본과 비슷하고 간판이며 말이 전혀 소통되지 않는 상황이 매우 호러적"이라는 게 아리시게 요우이치 PD의 설명이다. 특별히 부산을 선택한 이유로는 "서울과 달리 한국적인 분위기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 말했다.

타깃 연령대는 중·고교생으로 낮춰져 한일 하이틴 스타들로 캐스팅됐다. 일본 NTT 휴대폰 광고모델이자 신예배우인 구로키 메이사(17)가 연쇄죽음을 막으려는 에밀리 역으로, SBS 드라마 '프라하의 봄'에 출연했던 탤런트 장근석(19)이 그녀를 도와 죽음을 막는 한국인 농아로 출연한다. 1,2편 상영 당시 DVD로 영화를 본 구로키 메이사는 "일본에선 착신아리 유행으로 행운의 편지, 휴대폰 벨소리 등이 유행하기도 했다"며 이 영화가 한일 양국으로부터 사랑받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TV 드라마 '고쿠센 2'를 연출했던 아소 감독의 '빨리 찍기' 스타일에 대해 장근석은 "커트 계산이 빠르셔서 배우에게 연기할 시간을 많이 주신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신마다 모니터링하지 않아 아쉬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로케촬영을 지원한 부산영상위원회는 "일본 영화들의 촬영 유치를 위해선 기획 단계에서부터 부산 로케를 구상하도록 신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일 합작이 성공하려면 그들의 철두철미한 제작 스타일을 이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현장의 소통 문제도 언급했다.